▲'한담 야생화'를 사진집으로 정리한 명광윤씨가 사진기를 메고 산책로를 찾았다. /사진=강경민기자
고향 제주서 스쿠버전문 리조트 운영 3년 동안 '한담'서 만난 꽃 사진집에
"20년 동안 바다를 누볐죠. 4년전부터 바닷가에 핀 들꽃으로 사랑이 옮겨갔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이 떠올랐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서쪽 해안가에 자리잡은 '한담'의 야생화에 꽂혀 1000일 가까이 다니는 이가 있다. 애월항에서 스쿠버전문점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명광윤씨(58)가 그 주인공이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 해외근무를 하면서 스쿠버를 비롯해 다양한 수중레포츠를 배운 그는 고향 제주로 돌아와 20년 전 지인들이 많이 사는 애월 바닷가에서 스쿠버전문 리조트·식당을 시작했다. 서귀포에서 둥지를 틀어 제법 유명해진 외국인 스쿠버도 그에게서 배웠다.
이후 1998년 해안절경을 잇는 한담 산책로가 조성됐다. 산책로가 생긴 이후 그는 매일같이 산책로 3km를 걸으면서 길지 않은 구간에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책로를 걷던 그는 불현듯 늘상 보아왔던 주변의 야생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늘 접하기 때문에 소중함의 의미가 크게 자리하진 않지만 5년 후, 10년 후 이 야생화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해답을 찾기 위해 그는 도감을 뒤지기 시작했다. 4년 전 처음 산책로 주변의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매일 카메라를 갖고 그곳에서 야생화 하나하나를 앵글에 담았다. 이렇게 2008년 처음 '한담 야생화 생태보존 위한 최초 보고서'를 펴냈다.
그런 그가 올해에는 두번째 책을 펴냈다. 이번에는 식물도감 형식으로 '한담 야생화'라고 이름붙인 책자는 보고서의 내용을 보완하고 추가해 177종의 들꽃을 담았다. 책자에 실린 사진만 354장에 이른다. 한담 야생화 탐방시 쉽게 식물을 찾을 수 있도록 개화기를 기준으로 해 월별로 정리했다. 앞장에는 별도로 '봄에 피는 야생화'와 '여름과 가을에 피는 야생화'를 실었다.
그가 이렇게 사비를 털어 펴낸 '한담 야생화'에는 '갯장구채' '참으아리' 등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가 빼곡이 실려있다. 이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참으아리'. 기품 있고 깊은 향을 닮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바람은 앞으로 이 책이 제주 야생화를 다시 조명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것과 한담 산책로가 야생화 체험학습장이 되는 것 두 가지다.
그가 최근에는 '마라도 야생화'도 엮어냈다. 이를 위해 일주일에 2~3번은 마라도로 갔다.
그에게 '왜 야생화에 푹 빠졌는지'를 묻자 선문답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새벽 어느날, 신선명상지에 해무가 짙게 드리웠을 때 선녀를 만났다. 선녀는 금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모두가 새하얀 진주였다. 선녀는 신선명상지 주변의 기암들 사이에 진주를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놓았는데, 새하얀 진주들이 구르듯 멈추면 들꽃으로 피어났다. 해무가 걷히면서 이슬과 함께 반짝이는 들꽃들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