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출장을 다녀오니 집의 인터넷이 고장났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모뎀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어디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어제 하루 종일 인터넷이 안되는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을 했다는 아내. 나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네트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컴퓨터는 척척박사가 아니라 깡통이다. 음악을 듣기위해서는 유투브에 접속해야 한다.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네트에 접속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내용의 뉴스를 살펴볼 수 있는 네트를 TV가 대신할 수는 없다. 내일 컴퓨터 수리기사가 온다고 하는데 기다리는 몇 시간이 참 길다.
페이스북 친구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내 사진에 무슨 댓글을 달지 않았을까? 트위터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실시간 트윗을 확인해봐야 하는데 TV를 틀어도 관련 내용은 하나도 나오질 않는다. 왠지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현대인의 느낌이랄까? 중독. 이 단어에 대해 세세히 알려주는 자료를 찾기 위해서도 네트 접속이 필요한데 집에 있던 국어사전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어찌되었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네트중독에 이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있다. '손안의 인터넷 PC'라 불리는 스마트폰이기에 결국 네트중독에 다름 아니다.
사람이 네트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한창 네트가 보급될 때 어떤 TV프로그램에서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네트만 연결된 채로 며칠간을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네트가 구축되고 상거래가 들어온 초기였기에 몇 번의 클릭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실험을 할만큼 신기하고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실험을 해봐야 하는 시대가 왔다. 즉, 네트 없이 사람들은 얼마나 이 상황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우선 일을 버려야 한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이메일체크 아닌가? 고객 전화연락처 등 왠만한 중요자료들은 클라우드(인터넷 대용량 저장공간)에 저장해두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도 제한이 생긴다. 비디오는 사라지고 요즘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인터넷 애니메이션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네트가 없어진다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엄마. 인터넷이 없었을땐 세상에 궁금한 모든 것은 지식검색이 아니라 엄마에게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네트가 엄마를, 혹은 엄마가 네트를 대신할 순 없지만 엄마만큼 중요해진 네트를 부정할 순 없지 않을까. <무릉외갓집 총괄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