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사회에 나가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이성근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기능반 6년째 맡아… 세계 메달리스트 배출 호주머니 털며 매일 밤 10시까지 실습교육
지난해 제주기능계는 런던에서 날아온 낭보에 환호했다. 기능올림픽에서 제주인 최초로 메달리스트(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메달리스트가 소개됐지만 도내 기능계는 숨은 공로자 1명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냈다. 현재 한림공업고등학교에 재직중인 이성근(36) 선생이다.
이 선생의 공로는 재능있는 아이들을 찾아내 교육을 시킨뒤 분야 최고의 기술인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전국 실업계고 재직교사 중 최고의 결과를 낳았으며 그 과정에 개인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쏟아낸 열정은 덤으로 회자되고 있다.
14일 오후 기자가 학교를 찾았을때도 이 선생은 실습실 한켠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느라 분주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도내 기능계 한편에서 '대부'라고 표현했던터라 나이가 많은줄 알았는데 이제 10년차인 젊은 교사다. 몇마디 나누자 부드러운 인성이 묻어난다. 대부라기 보단 '우리 형' 느낌이다.
학생들에게 "선생님, 어떠냐"고 물었더니 "좋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무엇이 좋으냐"는 물음엔 빙그레 웃으며 "그냥 좋습니다" 란다. 그냥 이라~, 이유가 없다. 학생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극한의 존경심이다. 교사와 제자간 무한 믿음과 신뢰가 엿보인다.
이 선생은 현재 전자과 교사로서 '광분배기술 기능반'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림공고로 전근 온 뒤 6년째 기능반을 맡고 있다. 40명 이상이 지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사해 6명을 뽑아 기능반에서 집중 교육을 진행중이다. 학교성적이 우수하고 심성이 고운 학생들이다.
이 선생과 기능반 학생들은 매일 밤 10시까지 실습교육을 진행한다. 방학기간에도 학기와 다름없는 일과로 진행됐다. 지난 2008년 전자분야를 전공한 교장이 부임하면서 기능반에 대한 지원이 보다 확대됐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많은 먹거리 비용이 이 선생의 호주머니를 거쳐 나왔다.
하루 일과 대부분 학교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만큼 개인시간이 없다. 부인이 짜증내지 않느냐는 물음에 웃으며 답한다. "아내도 선생인데 내가 초임시절 늦은밤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봐왔던 터라 지금의 내 하루 일과를 이해해준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애둘러 표한다.
학교의 지원과 이 선생의 열의, 학생들의 노력이 더해져 그동안 기능반을 거친 학생 5명이 세계대회와 전국기능대회에서 메달을 따냈다. 지난해는 경사가 겹쳤다. 도내 최초로 전국대회 금메달이 나왔고 이어서 올림픽 은메달을 품었다.
이 선생은 제자들을 '네 자식'이라 표현했다.
"아이들이 소질을 살려 사회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게 전문계고 선생상이라 본다"는 이 선생은 "현재 6년째 한림공고에서 재직중인만큼 다른학교로 전근을 가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나를 믿고 기능반에 들어온 네 자식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을 볼때까지 기능반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습실 입구에 위치한 새 냉장고가 눈에 띈다. 메달을 딴 제자 2명이 구입해 기증한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정이 참으로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