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지종환 전 서귀포시의회 의장

[어떵살암수과]지종환 전 서귀포시의회 의장
"시민 위한 자치권, 반드시 되살려야"
  • 입력 : 2012. 06.01(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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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환 전 서귀포시의회 의장은 자치권 부활을 통해 행정 체감도를 높이고 예산·권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이현숙기자

지자체 사라지며 행정 체감도 하락
행정체제 개편안 논의 신중 기해야
기초의회 부활 예산·권한 담보돼야

지금으로부터 5년전이었던 2006년 4월11일. 지종환 당시 서귀포시의회 의장은 마지막 의사봉을 두드렸고 서귀포시의회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지종환(78) 의장은 뼈아픈 고별사를 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귀포시의 자치권을 지켜내 달라는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저의 가슴은 송구스러운 심정으로 가득합니다. 주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지역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기초의회가 없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후세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이후 기초의회가 사라지고 일부 기초의원들은 특별자치도의회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지종환 전 의장은 '특별도의회'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는 결국 서귀포시 솔동산의 터줏대감이자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로 돌아갔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5년동안 '득'보다 '실'이 많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안'을 도출해내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행정시장 직선안' '읍면동 자치강화안'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구성안' 등 3개 압축안을 놓고 설명회를 시작했다.

지종환 전 서귀포시의회의장의 근황이 궁금했다. 5년전 날카로운 '노정객'이었던 그는 그야말로 평범하고 푸근한 할아버지로 살고 있었다. 남제주군 공무원을 시작으로 서귀읍 공무원을 거쳐 송산동장을 끝으로 30년 넘는 공무원 시절을 보내고 기초의원에 당선된 그는 서귀포시의회 의장 당시 작은 체구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때문에 '지다리(오소리를 이르는 제주어) 의장님'으로 불렸다. 성이 '지'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늘 당당하고 빠르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원들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다는 평을 얻었다.

그는 지금도 기초자치단체의 필요성을 가족에 비유해 강조했다. "만약 아들이 대학등록금이 필요하다면 아버지에게 말을 해야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어. 말을 하고 싶어도 아버지가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하겠어. 지자체가 없으면 시민들 불편이 커."

그는 '행정시장 직선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시장을 직선으로 뽑는다고 해도 기초자치단체가 부활되지 않는다면 결국 '도지사의 로보트'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산문제도 적지 않다. 예산은 시민들의 행정에 대한 체감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전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의 예산을 합하면 6600억원이었지만 현재 서귀포시의 예산은 3400억원이잖아. 3000억원이 결국 날아가 버린 거지. 그만큼 예산도 없고 권한도 없으니 민원해결도 어렵고 말이야. 특별도 출범 이후 득을 보는 것이 없어."

기자가 몸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 것을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있는데 아픈게 당연하지. 협착증 때문에 오래 걷지 못해. 그래서 게이트볼을 치는 것도 쉽지 않아. 그래도 게이트볼을 치면 집중을 해야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좋은 것 같아." 의사봉 대신 T형 스틱을 들고 있어 어색해 보였던 그의 모습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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