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제주시 원도심을 살리자(상)]

[신년특집/제주시 원도심을 살리자(상)]
도시개발 철학·방향성 부재… 전통·경관 감안해야
쇠퇴 원인 진단 미흡·해법 제각각
  • 입력 : 2013. 01.01(화) 00:00
  • /이윤형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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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시대부터 제주의 중심공간으로써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제주시 원도심은 인구 감소, 시설 노후화 등으로 공동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산지천 전경. 사진=한라일보DB

○…누군가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사람의 총체적 활동의 산물인 도시는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흥망과 성쇠를 반복했다. 부침에 따라 도시가 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문명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현대화의 급속한 물결은 보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원하고 도시공간에도 다양한 변화와 환경을 추구하게 된다. 새로운 도시개발 정책이나 주거 환경의 변화 등은 유서 깊은 도시를 쇠퇴의 길로 이끈다. 역설적으로 사람은 도시를 만들지만 동시에 쇠락으로 이끌기도 하는 것이다.…○

건입·삼도·일도동 제주의 역사·문화 상징
신도시 개발로 인구감소·시설 노후화 심각
뉴타운개발식 도시발전 공동화만 초래해

제주시 건입동·삼도동·일도동 등 원도심은 탐라시대부터 제주의 중심공간이었다. 2000여 년 이어진 도시형성 과정은 곧 제주의 역사이자 문화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원도심 곳곳을 거닐다보면 켜켜이 쌓인 묵직한 세월의 편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원도심을 떠나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것은 비어있는 점포와 건물들뿐이다. 오래된 미래로부터 이어진 제주시 원도심은 성장의 활로가 막혀버린 공간이 됐다.

떠나는 사람들은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말 현재 제주시 건입동의 인구(1만773명)는 2010년 말에 비해 2.0% 감소했다. 삼도2동과 일도1동, 용담1동, 이도1동도 인구가 줄었다. 떠난 사람들은 도시개발과 택지개발지구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도시개발지구인 이도2동이나 아라동 인구가 같은 기간 각각 11.8%, 9.5% 정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오랫동안 제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던 제주시 원도심이 침체기에 빠져든 원인은 무엇일까.

제주시 연동이나 노형, 이도지구 등을 거점으로 한 신도시 개발위주의 도시정책 등은 원도심의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원인이 됐다. 주요 시설의 노후화, 기반시설의 부족 등으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는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전통시장의 침체 등 상권의 약화를 불러왔다. 결국 원도심 전체의 슬럼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다.

제주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몇 년 전부터 행정의 고민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된 용역만 남발하면서 오히려 행정에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기존 제시된 계획은 고밀도 고층 아파트 위주의 도시재개발이나 상권 되살리기 차원에서만 접근한 측면이 강하다. '제주시 구도심 재생사업'은 고층빌딩과 아파트단지 중심의 전형적인 뉴타운 구상이다. '제주시 구도심 지역에 대한 재정비 촉진계획안'도 보다 완화됐지만 고층아파트 위주의 계획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원도심의 전통적 요소와 경관적 요소, 역사문화적 요소 등을 감안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에 대한 철학 부재와 방향성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원도심 침체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도시재생의 밑그림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주민 참여없는 일방적인 하향식 계획수립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결국 이곳에 터를 잡은 주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또 하나의 획일적 도시개발로 흐를 우려를 낳았다. 그렇다보니 기존에 제시됐던 다양한 용역들은 대부분 용도폐기됐다. 혈세만 날린 꼴이다.

결국 원도심 활성화의 고민은 제주도가 추진했거나 계획중인 도시개발정책의 반성에서부터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제주처럼 공간이 한정된 곳에서 뉴타운 개발과 같은 신도심 조성은 필연적으로 원도심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추진 예정인 삼화지구나 노형2차지구처럼 기존의 평면적 확장을 답습한다면 또 다른 도시개발지구 역시 인구가 빠져나가고 이로 인한 도심의 공동화, 슬럼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듯 원도심 활성화는 기존의 도시개발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앞으로 도시발전철학에 대한 성찰이 전제가 돼야 한다.

우근민 지사가 역점시책으로 추진중인 탐라문화광장이나 산지천 살리기 등도 원도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도심의 문제는 어느 특정지역에 광장을 조성한다고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원도심을 보다 큰 틀에서 아우르고 수 백 년 이어진 고도로서의 매력과 장점을 살려나가려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과 원도심

탐라문화광장 조성은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본계획상 752억원(공공부문 400억원. 민자 352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4년까지 산지천 일대 3만2000여㎡에 메인광장과 테마정원 6곳 등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추진단계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다. 현실적으로는 민자유치를 비롯한 막대한 사업비 확보방안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원활한 사업추진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내용적으로는 탐라문화광장이란 이름에 걸맞는 '탐라문화'를 담아내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 하는 우려도 있다. 제주도가 표방하는 대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문화관광명소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시설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 역사문화적 요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주성지를 비롯한 제주시 원도심과 산지천을 끼고 있는 탐라문화의 핵심자원은 거의 무관심 속에 방치하면서 정작 '탐라문화'를 내건 광장 조성은 앞뒤가 뒤바뀐 일 추진이라는 비난도 대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탐라문화광장과 연계한 산지천살리기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2014년까지 국비 57억원과 지방비 38억원 등 모두 9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비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사업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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