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왕벚·구상나무 세계화 전략있나?

제주 왕벚·구상나무 세계화 전략있나?
  • 입력 : 2013. 04.12(금) 00:00
  • 강시영기자 syka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 일대는 대표적인 벚나무 자생지다. 수종이 많아 개화시기도 3월 하순에서부터 5월초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특징을 갖는다. 강경민기자 photo6n6@ihalla.com

[데스크 진단]제주 생물자원을 '소프트파워'로
왕벚… 축제부실·자원화 한계 무늬만 원산지

구상… 세계 최대 순림 자생지 멸종위기 전락
제주 매력·가치 극대화 위한 실천적 행동을

세계는 역사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연자산, 생물자원 등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파워'(soft power) 시대다. 산업사회의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포스트산업사회의 핵심가치이다. 최근에는 이 둘의 개념을 융합한 '스마트파워'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소프트파워의 잣대는 '매력'이다. 제주에서도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제주의 매력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어 제주도정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계획이 요구된다.

그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는 것이 무궁무진한 생물자원이다.

▶제주 왕벚나무의 세계화=매년 이맘때가 되면 주목을 받는 제주의 화두는 왕벚나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제주 한라산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왕벚나무 원산지이다. 2011년 4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아메리칸 대학교 교정에 조성된 '한국정원'의 모티브가 바로 제주 왕벚나무이다. 워싱턴의 한국정원은 한라산에서 자생지가 발견된지 1세기 만에 제주의 자생 왕벚나무가 세계로 진출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원에는 제주 돌하르방과 정낭도 함께 세워졌다. 당시 현지 인사와 언론들은 이 뜻깊은 행사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혀를 찼다.

기자가 찾았던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벨츠빌시에 있는 미 농림부 산하의 농업연구소의 유전자원연구실에서는 왕벚나무 조직배양 연구가 한창이다. 그 소재가 바로 제주 왕벚나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식목일에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에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를 식수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연합뉴스

▶왕벚축제 이대로 방치할 건가=왕벚나무는 봄꽃축제의 대명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제주 왕벚나무는 오히려 원산지서 푸대접을 받아 왔다. 벚나무 중 으뜸으로 꼽히는 왕벚꽃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 장소와 개화 시기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동네축제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제주왕벚꽃축제의 부실은 아이디어의 빈곤과 비전·기획력 부재의 원인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제안이 제기됐지만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왕벚나무 원산지인 제주에서의 왕벚꽃 축제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계에 따르면 벚나무 종류는 전 세계에 2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21종이 분포하는데 그 중 13종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에도 자라고 있다. 이 중에서도 벚나무 중 으뜸인 왕벚나무 원산지가 바로 제주다.

벚나무는 수종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꽃을 피운다. 개화시기도 수종에 따라 3월 하순에서부터 5월초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특징을 갖는다. 자생 벚나무가 많은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 일대에는 한달 가량 개화한 벚나무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수종으로 대규모 벚나무 단지를 조성하고 축제장소를 전향적으로 변경하는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왕벚생산 기지화 전략=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가 세계 유일의 자생지이면서 우리나라 특산종인 자생 왕벚나무를 2개월 초단기에 증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왕벚나무의 활용분야가 관상용이나 조경수로만 한정되던 것을 숲을 조성하거나 목재자원 생산용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가 내륙에 식재된 왕벚나무에 비해 유전적으로 최대 4배 정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종다양성에 대한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서귀포시 돈내코 소재)의 벚나무 유전자원 보존원은 벚나무 공급기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구상나무의 날=세계 최대 순림을 자랑하는 한라산 구상나무는 최근 폭설과 폭우, 그리고 강력한 태풍과 같은 기후변화로 점차 소멸되는 등 멸종 위기를 맞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를 '위기근접' 종에서 두단계나 상향해 '멸종위기'종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 구상나무의 멸종에 대비해 대규모 보존원을 조성하는 등 보존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제주산 구상나무는 우리가 제대로 관심을 갖고 보호했다면 전 세계로 품종을 수출해 국부를 늘릴 수 있었던 식물자원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국내로 수입하고 있는 품종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국가 이미지와 국가의 브랜드, 제주의 소프트 파워 증진에 제주의 향토 수종인 왕벚나무와 구상나무가 적합한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한라산의 고산식물들에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특정일에 '구상나무의 날'로 정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는 "원산지 왕벚나무와 구상나무의 세계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럴만한 가치와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53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