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닮은꼴 오키나와의 비극과 아픔

제주와 닮은꼴 오키나와의 비극과 아픔
메도루마 슌의 '오키나와의 눈물'
  • 입력 : 2013. 05.24(금) 00:00
  • 이윤형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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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원래 독립 류큐왕국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인 슈리성이 상징하듯이 일본 본토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하지만 1879년, 하나의 현으로 일본에 강제 편입되고 만다. 이때부터 오키나와의 눈물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의 멸시와 차별, 전쟁과 집단학살, 미국의 지배와 군사기지 등 동아시아의 아픈 역사와 모순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메도루마 슌은 이러한 오키나와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해온 작가다. 그는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와 일본 본토와 미국에 대한 오키나와인의 의식을 집요하게 그려왔다. 아쿠타가와 문학상과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의 주요 작가로 인정받는 그가 2005년 오키나와 전투 6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책이 바로 '오키나와의 눈물'이다. 그는 가족의 전쟁체험에 대한 생생한 기억과 증언 및 직접 체험 등을 바탕으로 오키나와 문제를 짚어냈다.

일본으로 편입 후에도 오키나와인은 일본인이 될 수 없는 현실. '2등 국민'으로 낙인찍힌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훌륭한 일본인이 되려고 노력했고, 전쟁에서 학도병으로 목숨을 바친 오키나와인들. 그럼에도 일본군은 집과 먹을 것을 제공하고 진지구축을 도왔던 오키나와 사람들을 지켜주기는커녕 참호에서 쫓아내고 학살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12만여 명에 이르는 희생자의 상당수는 일본군의 강요와 유도에 의한 집단자결이었다.

전후 일 본토는 '국체호지', 즉 천황제 유지 등을 위해 오키나와를 미국에 넘겨버렸다. 또 다시 오키나와가 일 본토와 야마토(大和: 일본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족, 정치ㆍ역사ㆍ언어적으로 류큐 등 다른 민족들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후 오키나와는 군사기지의 섬이 됐다. 후텐마기지 등 오키나와는 주일미군기지의 약 75%를 차지할 정도다. 1972년 일본에 반환되긴 했으나 여전히 군사기지의 섬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는 오키나와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일본인은 아시아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고, 언젠가는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는 미국에게도 버림받을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자신들의 일으킨 침략과 끔찍한 가해의 역사를 외면한다면 한국과 기타 아시아 여러 나라, 오키나와에서조차 일본은 외면당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용기있게 들린다. 그러고 보면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실은 제주도와 너무나 닮았다. 제주 출신 번역가인 안행순씨가 옮겼다. 논형.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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