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사람들-나눔이 미래다](42)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최효남씨

[따뜻한사람들-나눔이 미래다](42)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최효남씨
"즐기며 봉사하자는 마음따라 살아"
  • 입력 : 2013. 12.12(목)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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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역이민 온 최효남씨는 아름다운가게 서귀포점 개점때부터 주 1~2회 매장정리·판매 등 활동천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현숙기자

30년 미국 이민생활 접고 제주로 역이민 1년
올레축제·관악제·감귤박람회서 통역 봉사도

전국 130호 매장이자 제주에서 4번째로 문을 연 '아름다운가게 서귀포점'이 지난 11월 개점 1주년을 맞았다. 헌 물건의 재사용과 나눔운동 확대를 통해 지역상생 활동을 펼쳐온 1년동안 모두 1만2800명이 '구매천사'로 참여했고 1500명의 '기증천사'들이 5만7000여점을 기부했다.

또 73명의 '활동천사'들이 자원활동을 벌였다. 그중에서 최효남(59)씨는 지난해 8월 30년간 미국생활을 끝내고 제주로 '역이민'을 감행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제주에 온 것은 9월말. 이제 1년을 넘긴 '새내기 도민'으로 얼마전부터 블로그에 '주노아톰'이라는 필명으로 '은퇴 미국세관원의 제주살기'를 쓰고 있다.

최씨는 개점때부터 주 1~2회 매장정리·판매 등 활동을 하고 있다. 환갑을 목전에 둔 '초로의 남성'이 앞치마를 매고 매장을 관리하는 모습을 주위에서는 낯설어 하지만 그는 전혀 스스럼이 없다.

"미국에서 공직생활 은퇴후 봉사하면서 살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죠. 이민을 떠나기 직전 1973년 제주에 처음 배낭여행을 왔고 늘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씨는 오랜 미국생활로 다져진 재능으로 통역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행사·회의가 많은 제주이지만 처음 '통역 봉사'를 하려고 했을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급 봉사'를 자청하는 자신을 순수하게 보지 않고, 유급으로 통역하는 이들도 그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50대가 훌쩍 넘은 외지인 남자'의 자원봉사를 순수하게 봐주는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에게 나눔은 제주를 이해하고 알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 네덜란드 사람이 풍광이 아름답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제주사람들이 자신들과 닮았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느끼지만 세계인이 제주로 오기를 바란다면 변화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는 1년동안 올레축제, 제주국제관악제, 세계감귤박람회에서 통역봉사를 했다. 관악제에서는 영어사회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민전 1년간 경희대학교 재학시절 대학방송국에서 활동도 했고 음악에 관심이 컸기에 즐겁게 봉사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영어를 '목적'으로 여기는 젊은 엄마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언어'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영어'는 세계로 가기 위한 도구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죠.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원어민처럼 말해야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어민식 발음에 너무 의존하는 영어교육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은 실천으로 누군가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얘기했다. "떨어지는 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은 그 힘이 아니라, '잦음'때문이라는 격언을 마음에 두고 지역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미국에서 간호사 일을 하고 있고 내년에 은퇴하는 아내 김홍연(58)씨도 내년에는 제주로 와서 함께 나눔을 실천하기로 했다.

그는 1년간 살아본 제주에 대해 '좋다'고 주저없이 답했다. 마치 작년 올레축제에 다녀간 외국인친구들이 올해 또다시 찾은 것처럼 중독이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좋은 이유는 '환경' '사람사는 공간 확보'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 '문화예술 향유' '접근성'등이다. "제주가 천국이 아닌 건 확실하지만, 나의 제주살기와 제주사랑, 제주자랑, 나눔은 아마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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