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눈으로 행복을 묻는다

좌파의 눈으로 행복을 묻는다
26명 인터뷰한 '김규항의 좌판'
  • 입력 : 2014. 05.0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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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죠. 말씀대로 많은 사람이 자본의 감옥에 갇혀, 또 생존의 감옥에서 매달려 힘들게 살아가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육신은 좀 묶여 있을지 몰라도 심적으로나 양심적으로는 혼자 놓여나서 산다는 게 오히려 미안하고 과분하다는 생각을 해요."

'희망버스'의 시인 송경동. '현장에 있는 유일한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용산4구역 철거 현장 싸움을 예로 들며 진짜 저명해져야 하는 사람들은 그 새벽 망루에 올라갔던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송경동을 시작으로 다큐 '두 개의 문'으로 성가를 올린 김일란·홍지유,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고 말하는 놀이운동가 편해문, 밴드 '로다운 30'의 기타리스트 윤병주 등 전국 곳곳의 진보인사 스물여섯 명의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칼럼니스트 김규항이 쓴 '김규항의 좌판'이다.

지난 1년간 김규항이 만난 사람들은 그 삶과 경력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격렬한 저항의 자리는 물론 신선하고 은근한 활동까지 두루 조명했다.

이들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 하나는 주어진 질서를 스스로 비켜나 선택적 삶을 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행복하다는 점이다. 김규항이 이들을 일컬어 행복추구자인 에피쿠로스의 후예(에피큐리언)라고 명명한 이유다.

언뜻 생각하면 투쟁 현장에서 싸우는 활동가들이나 자본의 질서에서 벗어나 '인디'의 길을 걷는 예술인들은 첨예한 삶의 조건 속에서 혹독한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대개 그들을 신념을 위해 행복한 삶을 포기한 사람으로 대상화하고 안쓰러워한다. 그들이 신념을 지키지만 불행하고, 주체적이지만 불행하고, 정의롭지만 불행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김규항은 이 책에서 그런 생각이 오해임을 보여준다. 좌파는 오히려 얼마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절대 불행하게 살지 않기로 한 사람이다. 감각적인 웰빙을 통해 삶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안을 회피해보려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은이는 이들 좌파 에피큐리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행복의 개념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정치적 수사로 전락한 행복이 실은 매우 허약한 토대에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안내해준다. 알마.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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