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극심한 가뭄·폭우

[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극심한 가뭄·폭우
'퍼붓거나 가물거나' 종잡을 수 없는 하늘
  • 입력 : 2014. 07.28(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사상 초유의 가뭄에 급수 제한까지
한번 쏟아지면 100㎜ 초과 다반사

기상청은 지난해 앞으로 한반도에는 서로 상반된 극한의 기후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하천의 유출량이 늘어 홍수 위험이 커지고, 동시에 지상 기온의 상승으로 토양 수분이 감소함에 따라 가뭄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2100년에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4.9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5% 증가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전지구 상승치인 기온 3.9도와 강수량 6.1%에 비하면 한반도의 이상 기후변화는 더욱 두드러지는 셈이다.

# 역사 속의 가뭄과 폭우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제주에 유배된 이들 중에는 제주에서 체험한 하루하루의 삶을 일기체 등의 글로 남긴 인물이 많다. 그중에서도 '정헌영해처감록'을 남긴 조정철(1751~1831)은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랜 유배생활과 또 그만큼 처절했던 삶을 고스란히 글로 남겨 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제주의 4계절을 비롯해 가뭄, 폭우, 폭염과 같은 지금으로 치면 이상기후라 할 만한 특이한 날씨를 "탐라의 무더위는 화로보다 더하다"는 등의 은유적 표현으로 기록해 200여 년 전 제주의 기상상황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는 유배된 지 5년째인 1781년 여름, 두 달 넘게 가뭄이 든 뒤 열흘간 태풍과 함께 큰 비가 몰아친 사실을 다름과 같이 기록해놓았다.

"윤 5월 15일에 홍랑이 죽자 이날부터 죽 비가 내리지 않다가 8월 2일에 이르자 비로소 큰 폭풍우가 동이로 붓듯 내리고 나무들이 꺾이며 열흘이 가까워도 그치지를 않아 흉년이 들게 생겼다. 수직장교들이 서로 얘기하기를 '한재와 몸시 세차게 내리는 비바람은 모두 여랑의 원기가 섬에 불러온 것'이라고 마치 전설처럼 퍼졌다."

유배 3년째인 1779년에는 해를 넘기기 직전 내린 겨울비가 이듬해까지 약 20일간 이어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섬에 대를 이어 살아오던 사람들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섣달 그믐에 시작한 비가 1월 17일가지 밤새도록 매일 잠시도 그치지 않고 쏟아지는 기세가 물동이로 퍼붓듯하다. 처마의 물방울 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하니 참으로 괴상한 일이다. 섬사람들 역시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 가뭄 피해 이어져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해마다 6월에서 9월 무렵의 제주도는 가뭄이나 태풍, 폭우 피해를 입고 있다. 2012년에는 6월 가뭄으로 농작물의 생육 부진으로 농가가 시름을 앓더니 8월 말부터 9월 초에는 '볼라벤'과 '덴빈', '산바'까지 태풍이 연이어 각종 농작물을 한순간에 쓸어버렸다. 심지어 10월에는 다시 가을가뭄이 시작돼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초비상사태가 초래됐다.

지난해는 더욱 심각했다. 장마가 시작된 2013년 6월 18일부터 7월 14일까지의 제주시 총 강수량은 134.1㎜에 그쳐 2012년 장마철(6월 18~7월 18일) 강수량 30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초기 가뭄으로 당장 콩과 참깨, 밭벼 등 여름작물에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채소류 또한 가뜩이나 수분이 부족한데다 강한 햇빛을 견디지 못해 말라 죽어갔다.

이에 행정 당국은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가뭄극복을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관정과 양수기 등 공공시절·장비 지원체제를 가동하고, 하천 등 도로변의 급수탑을 전면 개방한 데 이어 급수 가능한 연못에 양수기를 설치해 급수 지원에 나서는 1단계 비상체제로는 부족했다. 이어 2단계로 유관기관과 단체를 포함한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농업용 공공 관정 843개소와 급수탑 160개소를 전면 개방하고, 소방차량 49대, 공사용 물차 8대를 지역별 물백이나 물통이 설치된 장소에 30분 이내에 농업용수가 공급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급수지원에도 수요량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군경과 일반사업자 등이 보유한 물차를 최대한 동원하고 수산저수지·용수저수지·외도천·연못 등에 양수기를 설치하고 직원도 배치해 농업용수 공급에 나섰다. 이와 함께 예비비를 확보해 급수탑 설치, 양수기 및 급수관(PE관) 구입, 물차 및 양수기 유류비, 관정 전기사용료 등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한라산 어승생 Y계곡 용출량이 급감하자 제주도 수자원본부는 제주시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에 격일제 급수라는 사상 초유의 급수정책을 단행해야 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것처럼 2013년 7월 강수량이 지역별로 6.1~18.8㎜로 2012년의 10% 미만 수준이었던 탓이다.

# 산간 이어 해안에도 폭우

지난해 사상 초유의 가뭄 피해를 입은 제주섬에는 그 전후로 해서 한번 내렸다 하면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정철의 표현처럼 동이로 퍼붓듯 쏟아진 폭우는 가뭄만큼이나 많은 피해를 안겼다.

가뭄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25일 밤 한라산을 중심으로 100㎜에 가까운 폭우가 내렸다. 밤사이에 한라산 진달래밭 99㎜, 성판악 95.5㎜, 한라산 윗세오름 88㎜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가뭄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10월 초에도 한라산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려 10월 1일 밤부터 시작해 2일 새벽까지 한라산 성판악에만 141.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1월에는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내린 비가 한라산 진달래밭 213.5㎜, 성판악 213㎜, 윗세오름 187.5㎜를 기록했다. 비는 산간뿐만 아니라 해안에도 쏟아져 우도 125㎜, 성산 80.2㎜, 추자도 70.5㎜, 제주 48.7㎜, 서귀포 30㎜의 강수량을 보였다. 같은 달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11월 24일부터 25일 오전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177.5㎜, 진달래밭 175㎜, 성판악 132㎜ 등 많은 비가 내렸다.

해를 넘겨 올해도 폭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오후 제주도 산간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전후로 이틀간 한라산 윗세오름은 무려 404.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진달래밭 389.5㎜, 성판악 291.5㎜, 어리목 182.5㎜ 등 산간에 이어 유수암 94㎜, 선흘 88㎜, 아라 76㎜, 한림 59.5㎜로 중산간과 해안마을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다.

태풍급 강풍이 몰아친 지난 6월 2일에도 한라산 산간에 2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으며, 태풍 '너구리'가 강타한 7월 9일 오전에도 제주지역에 시간당 30㎜의 강한 비가 이어졌다.

가뭄이 이어지거나 폭우가 계속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다행히 이에 대한 예측법도 향상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UCSD)의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이 발표한 '북서 태평양 상공의 여름철 기후에 관한 계절적 예측성의 근거'라는 제목의 연구가 소개됐다. 바다와 대기권에서 함께 이상이 발생하는 새로운 현상을 한 계절 앞서 예측할 수 있음을 입증한 이 연구는 아시아 지역의 장마 예측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3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