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르포/국제보호지역, 이탈리아 시렌토 국립공원을 가다]②자치구의 공동발전전략

[해외르포/국제보호지역, 이탈리아 시렌토 국립공원을 가다]②자치구의 공동발전전략
  • 입력 : 2014. 11.27(목)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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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와 시렌토 국립공원관리청은 공원내 유네스코 자원을 기반으로 자치구의 권역간 연계 발전전략인 'TOOK-MC'를 추진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공원 내 80개 자치구 가운데 6개 자치구를 4개 권역으로 묶은 종합발전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지구가 바로 카살레토와 토토렐라, 모리제라티 3개 자치구다. 사진 맨 위는 카살레토 마을 전경, 아래 사진은 유서깊은 고대 도시인 모리제라티. 시렌토=강경민기자

4개 권역·6개 자치구 '유네스코 3관왕' 브랜드 극대화
세계지질공원 페스티벌 등 자원 활용 적극적
자치구 특성 토대로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본보 국제보호지역 취재팀은 시렌토 국립공원관리청의 주선으로 공원내 자치구 3개 지역을 찾았다. 카살레토 스파르타노(Casaletto Spartano)와 토토렐라(Tortorella), 모리제라티(Morigerati). 시렌토 국립공원관리청이 취재팀에게 이 곳을 추천한 이유는 명백하다. 시렌토 국립공원내 80개 자치구 가운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등 유네스코 자원을 기반으로 지역의 발전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와 시렌토 국립공원관리청이 주도하고 있는 'TOOK-MC(Transfer Of Organised Knowledge, Marche-Cilento'라 명명된 프로젝트의 핵심지구가 바로 카살레토와 토토렐라, 모리제라티다. 'TOOK-MC'는 유네스코 자원을 기반으로 자치구 권역간 연계 발전을 위한 종합발전계획이다. 이른바 시렌토 국립공원 자치구를 중심으로 한 '체계화된 지식정보 교류사업'이다. 제주에 비유한다면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내 마을들을 권역으로 연계시키는 종합발전계획인 셈이다.

카살레토 자치구에서 절경을 자랑하는 이끼 폭포. 이 일대는 수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강경민기자

'TOOK-MC'는 모두 4개 권역을 연계시키고 있다. 취재팀이 찾은 카살레토와 토토렐라, 모리제라티 등 3개 자치구는 4개 권역중 1개다. 'TOOK-MC'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지역이다.

맨 먼저 찾은 카살레토는 해발 423m에 위치해 있으며 1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70㎢의 넓은 면적을 포함하고 있는 이 지역은 시렌토 특산인 검은색 양과 임목, 농업, 일부는 상업에 종사한다.

카살레토 주민들은 1500년 이상 주로 양을 치며 목축을 주업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평소 연간 약 2000명 정도 방문하던 탐방객이 6000여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세계지질공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여름 휴가철인 7~9월 기간 이곳을 탐방한 인원이다.

시민들은 자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탐방객들에게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연환경보전운동 전개하고 있다. 전문가이드와 자원봉사자를 결성, 자연친화적인 탐방로와 박물관(1914년부터 전력생산을 하여왔던 하천 유량관리 및 용수이용과 관련된 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탐방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이 곳에서 해설사로 활동중인 아날도 유지치(동물학 전공)씨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취재팀을 맞이했다. 그는 "시렌토 국립공원과 공원 내 자치구는 먹는 것, 탐방활동도 '슬로우'를 지향한다"고 했다. 시-렌토의 '렌토'가 '천천히'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자연의 리듬을 따르라는 것이다.

협곡에는 '비너스의 머리카락'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폭포 '카펠로 오아시스'(Capello Oasis)가 절경을 자랑한다. 이 폭포는 독특한 경관과 수량으로, 유럽에서도 특별한 지역으로 멀리 북유럽에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폭포수가 암시하듯 이 일대는 수자원이 매우 풍부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협곡에는 동·식물과 민물새우, 조류의 서식지다. 생물권보전지역의 종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동굴 등 지질자원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Morigerati(모리제라티)시는 600명의 시민이 거주하지만 2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오래된 도시이다. 해발 300~500m 고지에 주거지를 형성하고 있다. 마을에는 1200년대의 건물들이 즐비하며 지금도 그 건물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역사적 도시이다. 중세 산정상부 석회동굴에 많은 수도원이 형성되었으며, 여기서 수도하는 사람들에게 음식 등을 제공하기 위해 형성된 마을로 오래된 역사유적과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건물, 수도원이라는 자원만으로는 발전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주변에 있는 자치구가 갖고 있는 자원과 서로 연계하여 지역발전 전략을 추구하는 프로젝트(TOOK)를 추진하고 있다. TOOK 프로젝트는 참여하는 자치구의 특성을 토대로 이상적인 도시와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실현하기 위한 권역별 연계 발전 전략 프로젝트이다.

이탈리아 시렌토=강시영기자

"세계지질공원 인증후 관람료 갑절 인상"
카살레토 스파르타노 자치구 스카네일리 지아코모 시장


시렌토 국립공원 내 80개 자치구 중 하나인 카살레토 스파르타노의 스카네일리 지아코모(사진) 시장이 멀리 대한민국 제주에서 온 취재진을 만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 왔다.

스카네일리 지아코모 시장은 "이전에는 탐방객들에게 1유로의 관람료를 징수하여 왔으나 탐방환경 등을 개선하면서 2유로의 관람료를 받아 이를 자연보전활동에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탐방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하천을 이용한 레프팅 프로그램,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시장은 전했다. 시에서는 주민들과 연대해 지난해 European geo-festival(유럽지질공원 축제) 장소로 활용하게 되면서 마을발전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카네일리 지아코모 시장은 "앞으로 인근 도시(마을)와 연계해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패키지 사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시렌토=강시영기자

[전문가 리포트]시렌토 자치구 국제보호지역 활용
시민들 유네스코 3관왕 자긍심
지역 자연과 연계한 윈윈 전략

김태윤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렌토 국립공원구역에는 80개의 자치구가 있으며, 2007년 기준으로 약 27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가장 인구가 작은 자치구는 370여 명이 거주하고,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자치구에는 2만127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립공원 구역 안에는 다양한 생물자원, 역사·문화자원(고대 유적, 동굴 수도원 등), 지질자원(석회동굴, 폭포 등)을 갖고 있으며 양을 방목하여 키우는 전통산업 등이 아직까지 지역의 대표산업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곳들도 있다. 주민들은 조상대대로 동일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원이 소중함이나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네스코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문화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평범하다고 생각하여 왔던 지역의 자원들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자각과 함께 자긍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시민들은 이를 계기로 자연 보전에 대한 필요성과 자연자원의 가치를 활용한 주민소득 증대 방안, 지역 자원을 활용한 마을(자치단체) 발전방안, 하나의 자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다른 마을(자치단체) 이 갖고 있는 자원과 연계한 권역단위 발전 구상 등을 통해 지역의 활력과 부흥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자치구에서 추진하는 발전전략의 특징은 자연환경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탐방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첫째, 중앙으로부터 계획하여 시달되는 Top-down 방식에 의한 개발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필요에 의해 지역주민들이 주도하여 추진하는 Bottom-up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자연환경 및 역사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 탐방객들이 처음에 생각하며 찾아갔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도록 원래 자원이 갖고 있는 특성을 체계적으로 전달함으로써 탐방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 과도한 물리적 변화를 시도하거나 새로운 건물, 현대적 시설을 도입하기 보다는 역사·문화적 전통을 기반으로 기존의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마을의 이미지와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로운 발전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넷째, 한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 부족을 이유로 포기하거나 인위적인 시설을 도입하기 보다는 다른 지역과 연계함으로써 다른 지역들과 서로 윈윈하는 공동발전전략을 추구함으로써 탐방객의 탐방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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