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제주출신 여성 1호 총경 강복순씨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제주출신 여성 1호 총경 강복순씨
여경 편견 깨고 대한민국 교통분야 1인자로 우뚝
"고향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 고민하겠다"
  • 입력 : 2015. 01.15(목) 00:00
  • 서울=부미현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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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복순 총경은 "제주를 떠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제주 출신이라는 점은 뗄 수 없는 이름표같은 것입니다. 어디서든 제주출신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합니다. 공직에서도 사람을 쓸 때 출신 지역을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고향 제주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가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영화 촬영에 나서 온 나라가 들썩였었다. 당시 영화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영화사 관계자는 서울강남경찰서 편지를 보내 "교통 상황이 매우 어려운 강남에서 차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교통통제에 협조해준 강복순 교통과장에 특별히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유동인구와 교통량으로 유명한 강남대로에서의 영화촬영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완벽하게 해낸 것에 대한 감사의 편지였다.

편지에 언급된 강복순(53) 과장은 자랑스러운 제주 출신이다. 강 과장은 서울 서초경찰서와 강남경찰서에서 교통과장으로서의 공적을 높이 평가받아 최근 경찰청 인사에서 총경으로 승진, 서장 발령을 앞두고 있다. 제주 출신 여경으로는 1호총경이다. 고교시절까지 제주에서 자란 그가 서울 한복판의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1인자로서 제주의 자랑이 되고 있다.

"제주도 사람이기에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만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강남경찰서에서 만난 강 과장은 승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눈에 띄는 제주출신이라는 점이 남들보다 더 업무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동기를 부여했다는 얘기다. 그의 승진이라는 최근 성과는 여경에 대한 경찰내부의 편견을 완전히 깨뜨리는 결과이기도 했다. 동작, 서초, 강남경찰서에서 7년간 교통과장을 지내며 남자 경찰도 어려워하는 교통업무에서 그가 이뤄낸 성과는 일일이 언급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그의 관할 지역에는 삼성동 코엑스를 비롯해 여러 회의시설 등이 많아 일년 내내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이 빈번하다. 그는 서초와 강남경찰서 재직 4년간 완벽한 교통통제로 정평이 나 있다.

"교통과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여자가 무슨 교통과장을' 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고 7년간 고생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중요 경호업무를 단 한번의 실수없이 완벽히 수행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한 신호체계를 개선해 놓아 시민불편을 해소한 곳을 지날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강남은 개선을 하고 효과가 더욱 커 보람도 그만큼 더 크죠."

명절 때마다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리는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의 교통정체 해소에도 그의 역할이 컸다.

"터미널 내 호남선 구역이 경부선에 비해 좁습니다. 그런데 명절 때 호남선 차량이 증차되면서 도로를 마비시키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입 도로 하위차선을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 입구를 나누고 출구 방향은 고속도로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건의해서 버스 관계자들을 만나 교육도 시키고 교양도 하고 설명도 하고, 고속버스 사장들도 만나고, 이걸 따르지 않으면 단속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죠."(웃음)

그런 그에게 그동안 경찰인생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자 슬픔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때다. 당시 그는 주변 도로를 적시에 통제시켜 차량들이 우면산에서 쏟아지는 토사가 삼킬 뻔한 위기를 벗어나게 했다. 통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들이 주변 도로를 집어삼킨 순간을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교통 업무는 미리 상황을 예측하고 그때 그때 빨리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위기대응능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죠. 또한 교통신호 체계를 유심히 살펴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해 세심한 관찰력과 꼼꼼한 일처리가 중요한데 여성이어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교통과 업무인 것 같습니다."

수사 업무 경험도 갖고 있는 그는 교통과 관련된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둬 강남의 고질적인 교통무질서행위였던 불법자가용 영업행위, 불법발레파킹 등을 단속하는 데도 공헌했다. 관악경찰서 생활안전과 근무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오락실과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그의 화려한 경력을 보면 타고난 경찰이라는 느낌이 줄 정도이지만 사실 강 총경이 경찰의 길로 입문한 것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대학 졸업 후 외국어 전공을 살려 번역 일을 하던 그는 서울올림픽때 경비계획 경찰관 핸드북 번역 의뢰를 받았다. 그의 일 처리에 관심을 보인 경찰측에서 특채(임용)를 제안한 것이다.

"생각지 않게 경찰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경찰 입문 전 사기업에서도 일을 한 경험이 있는데 기업체와 달리 어떤 이익을 쫓는 일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소명의식을 갖는 직업이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의 적성에 맞는 직업이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입문 당시 제주 출신들이 서너명에 불과해 스스로 모든 것을 개척해나가야 했던 만큼 최근 제주출신들의 진출이 활발한 점은 선배로서 매우 뿌듯한 일이다.

"제가 처음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서울경찰청에 제주 출신은 서너명에 불과했습니다. 혼자 들어오다 보니, 항상 어떤 일을 처리하고 업무를 하면서 멘토가 없어서 내 스스로 바른 방향으로 갈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 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 제주출신들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제주 출신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는 반듯한 인상을 주고 신뢰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소수 인원임에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고.

고위 경찰로서 앞으로는 고향 제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할 거라고 강 총경은 밝혔다.

"제주를 떠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제주 출신이라는 점은 뗄 수 없는 이름표같은 것입니다. 어디서든 제주출신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합니다. 공직에서도 사람을 쓸 때 출신 지역을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고향 제주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강복순 총경은 누구]30년 경찰 외길 인생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출신의 강 총경은 신성여고와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외사 경장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이후 서울 남부서, 서울경찰청, 동작, 관악, 마포, 서초, 강남 경찰에서 근무해왔다. 외사, 수사과 등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경찰청 최초 여성 교통과장으로서 지내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다.

원칙과 소신을 신념으로 30년 경찰의 길을 걸어온 그가 고위직 경찰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소통과 경청이다. 직접 현장을 보지 않더라도 경청하면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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