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 현은희 국회도서관 총무담당관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 현은희 국회도서관 총무담당관
"제주는 강인함 키워준 정서적 토양"
  • 입력 : 2015. 04.15(수)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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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한 헌신과 함께 자신을 위한 성취도 멋지게 해내고 있는 현은희 서기관은 "지금 모습에 만족하며 더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연세대 총여학생회장 출신 386세대
30대 중반 뒤늦게 공직에 진출…담당 분야에서 능력 인정 받아
제주 여성으로 '슈퍼 맘' 증명…김만수 부천시장 아내 '동지애’로 무장
"국회 입법지원 자료 제공 업무…정치적인 중립성 보장해 만족"

최근 들어 제주출신 여성들의 공직진출은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고위직으로 가면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현직 제주출신 공직자 모임인 제공회에 등록된 여성 공직자 중 4급 이상 공무원도 손에 꼽을 정도다. 1980~90년대만해도 남성에 비해 여성의 공직진출이 흔치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회도서관에서 총무담당관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현은희(48) 서기관은 그 길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30대 중반 뒤늦게 공직진출했음에도 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제주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그에게는 총무담당관 외에도 또하나의 이름표가 있다. 현직 김만수(50) 부천시장의 아내라는 타이틀이 그것이다. 현 서기관은 이처럼 두가지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제주여성이 갖고 있는 강인함을 증명해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도서관에서 현 서기관을 만났다.

소녀같은 미소가 인상적인 그는 언론 인터뷰까지 할 위치가 아니라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에서는 공직자이기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로, 또 현직 기초단체장의 아내로서의 삶 등 그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소위 386세대라고 말하죠. 연세대학교 도서관학과 재학 중이던 1989년도에 총여학생회장을 맡았었어요. 5000명에 가까운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였죠. 당시 데모 현장에도 많이 나갔었고, 우여곡절끝에 한 학기 늦게 졸업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가진 남편 뒷바라지와 생계를 위해 입법고시에 도전,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의 입법 및 국정 심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대학, 연구기관 및 일반국민의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국가 기관이다. 1차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책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같은 자료를 국민들에게도 제공하게 된다. 특히 사회과학 전문 정책정보를 담은 장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회도서관은 국내 석박사학위논문 원문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연구자들이 어떤 논문을 진행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국회전자도서관에서 가장 망라적이고 정확한 논문 정보를 원문까지 볼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국회도서관은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는데 제주에서는 협정체결기관인 제주대학교에서 국회전자도서관 전용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최근 15년간 입법고시를 통해 사서직렬을 채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5급 공채 입직의 문은 매우 좁았다. 현 서기관은 국회가 전자도서관을 시작하던 2000년 인원을 충원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이후 국회도서관에서 홍보담당, 국외자료과장, 기획담당관, 법률정보개발과장 등의 직을 역임했다.

"국외자료과에서는 의원들이 번역 요청하는데 예전에 브라질의 룰라대통령 연설문을 요청해서 그것을 모두 번역해 연설문집을 만들고 출판기념회를 했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당시 룰라대통령은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을 때였죠."

얼핏 보면 386세대이면서도 안정적인 직장에 현직 시장인 배우자를 둔 그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시의회 의원으로서 월 40만원의 세비를 받으며 풀뿌리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나선 남편을 대신해 가정경제를 이끌어온 그다.

"동지애라고 할까요.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남편의 뜻을 막기보다는 그 목표를 위해 서로 역할분담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쓰디쓴 몇번의 선거 패배, 그 때마다 일손을 놓아야 하는 남편을 변함없이 응원하며 묵묵히 배우자의 역할을 해냈다. 그런 삶을 직접 살아왔기에 현직 시장의 아내이지만 매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종종걸음으로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평범한 직업인으로서의 생활인의 삶이 행복할 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항상 힘들었을 때를 기억하며 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정치인 아빠를 둔 것은 언제든지 힘든 생활을 감당할 때가 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은 생활자체도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같은 경우 남편을 따라 공식 행사에 나갈 때에만 시장 부인으로 격식을 차리는 정도예요. 정말 시장 부인이 맞냐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웃음)

억척스럽게 경제활동에 나서면서 시련도 많았다. 둘째를 낳고 입법고시를 치른 뒤 사무관으로 입직했을 때다. 보모에게 맡겼던 둘째 아이가 뜨거운 물에 데어 손에 화상을 입어 한 달 가량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일은 지금도 아찔하고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많은 여성들이 육아와 일 때문에 고민하잖아요. 저도 당시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애들을 두고 일터로 가야하나 큰 갈등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과 저 자신을 위해 일을 해야했고, 이후 시부모님의 도움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지요."

현 서기관은 정치인 남편을 둔 입장에서 일반 사기업 보다 국회도서관 근무가 중립성이나 각종 이권개입 등의 여지가 없어 매우 만족스럽다고도 했다.

그런 그에게 제주는 어떠한 척박한 환경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을 준 정서적 토양이다. 제주사람들은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도전정신을 길러내고, 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강인함을 키운다고 그는 생각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능력있는 제주출신들이 매우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인구비례로 볼 때 타 지역에 결코 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인재들을 모아내는 역할을 하는 구심점이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 기반이 되어있으니까 그걸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자신에게 정치의 길을 권유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 서기관은 자신의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며 더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한 헌신과 함께 자신을 위한 성취도 멋지게 해내고 있는 현 서기관. 대학 총여학생회장 선거 당시 내걸었다는 '한라의 딸, 남도의 꽃'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여전히 잘 어울리는 그다.

[현은희 서기관은 누구]
스스로 삶 일궈낸 당찬 제주여성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출신으로 남초등학교와 중앙여중, 신성여고를 나왔다. 연세대학교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현경대 전 의원 보좌관으로 1992년부터 3년간 일했다.

아시아카톨릭연합뉴스 한국지부 편집기자로 잠시 근무했으며 2000년 입법고시 16기로 공직에 입문했다.

국회 보좌진으로 일할 때 대학 선후배 관계였던 김만수 현 부천시장과 결혼, 두 아이를 낳고 두번의 도전 끝에 입법고시에 합격이라는 성취를 거뒀다. 정치인의 아내이지만 자신의 일을 놓지 않고 스스로 삶을 일궈 나가는데 큰 보람을 느끼는 당찬 제주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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