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제주뮤지션]<2>브리지 오버나잇

[탐나는 제주뮤지션]<2>브리지 오버나잇
짙은 여운을 남기듯, 제주 감성을 담다
제주 출신 클래식 전공자들이 만든 5인조 밴드
  • 입력 : 2015. 07.07(화) 09:22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영화 '매그놀리아'의 마지막 장면. 하늘에서 개구리 비가 내리고 서서히 그치면서 화면 위로 자막 한줄이 떠오른다. 'Rain clearing, Breezy overnight(레인 클리어링, 브리지 오버나잇: 비가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브리지 오버나잇(Breezy overnight)>의 리더 곽 진(38)씨에겐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개구리 비가 내리는 독특한 장면도 인상적이었지만 날씨용어인 'Breezy Overnight'이라는 단어가 그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새벽녘의 선선한 바람'이란 의미 때문일까. 바람의 섬인 제주와도 왠지 어울리는 듯 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여운이 남았던 것처럼 문득 그는 사람들에게 긴 여운을 주는 음악이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브리지 오버나잇>의 음악은 시작됐다.

지역의 클래식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5인조 밴드 '브리지 오버나잇'.

2013년에 결성된 <브리지 오버나잇>은 지역의 클래식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5인조 밴드다. 그래서인지 다른 팀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준다. 멤버들 중 2명은 현재 제주도립교향악단의 상임단원으로, 1명은 제주페스티벌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했다.

하지만 멤버 모두 클래식 전공자들이라고 해서 클래식 장르를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브리지 오버나잇>는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클래식, 팝, 재즈,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밴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음악에는 제주섬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제주시 애월해안도로의 한 카페에서 리더 곽 진씨와 그들의 음악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다.

지역의 클래식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5인조 밴드 '브리지 오버나잇'.

■밴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브리지 오버나잇>는 연주팀입니다. 뜻이 맞는 클래식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밴드구요. 악기 편성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드럼, 베이스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희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은 팀입니다.

■멤버 소개도 부탁드려요

네, 멤버 모두 제주 출신이구요. 나이대는 30대이구요. 제가 리더이자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고, 바이올린의 김현, 첼로의 한보람, 피아노의 박유나, 드럼의 이병준, 이렇게 5명의 멤버로 구성됐어요. 밴드활동외에도 멤버 모두 각자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현이와 병준이는 현재 각각 제주도립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니스트와 퍼커션니스트로 활동하고 있구요. 보람이는 제주페스티벌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단원으로, 유나는 제주농협하나로합창단 반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주대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진케이뮤직엔오디오프로덕션' 대표로 있습니다.

■추구하고 있는 음악 장르는 어떤 것인지 알려주세요

보고난 후 여운이 오래남는 영화가 있듯이 저희 밴드도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겨주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주에서 나고 자란 덕에 자연스럽게 갖게 된 제주섬의 감성을 음악으로 전하고 싶어요. 문화라는 게 한마디로 삶의 방식이잖아요. 저희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요. 기쁠 때는 더 기분 좋게 해주고, 힘들 때는 위안을 주고, 여행을 할 때는 즐거움을 주고 편안함을 주는 음악,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입니다. '선선한 바람'이란 의미를 가진 날씨 용어를 팀의 이름으로 지은 것도 저희 음악과 고향인 제주와 잘 매치된다는 생각때문이었어요. 짙은 여운을 남기고 스쳐 지나간 바람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지역의 클래식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5인조 밴드 '브리지 오버나잇'.

■앨범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2010년에 제 이름으로 1집 정규앨범 'TIME'을 냈구요. 아직까진 <브리지 오버나잇>의 이름으로 낸 앨범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멤버들이 작곡한 곡들을 녹음해 올해 안으로 음반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작곡한 곡들을 소개하고 싶네요. 우선 '성산일출봉'이란 곡은 새출발 하는 느낌이 강한 곡으로 팝적인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다'는 클래식과 팝, 뉴에이지를 접목한 곡으로 내면의 감춰왔던 감정을 분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구요. 또 하나 'When you smile(웬 유 스마일)'이란 곡은 팝과 재즈적인 요소가 가미된 밝은 느낌의 곡인데요. 제주의 올레길을 걸으면서 느낀 감정을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본인 곡들 중에 애정을 갖고 연주하는 곡을 꼽는다면

하나를 꼽는다면 '그리다'입니다. 장르를 딱히 생각해서 만든 곡은 아니예요. 만약 장르로 따지자면 뉴에이지에 가깝습니다. '그리다'는 2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어요. '그림을 그리다'의 '그리다'와 '누군가를 그리워하다'의 '그리다'입니다. 이 곡목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마음 속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그린다는 2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요.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곡들보다도 해석을 다양하게 할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곡목은 작곡자의 몫이지만 감상은 듣는 사람들의 몫이에요. 제목이 '그리다'라고 해서 이 곡을 들을 때 누군가를 반드시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듣는 이마다 자신이 놓여진 상황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이 다양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로컬 뮤지션으로 살아가는데 힘드신 점은

제주도에서 음악가로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점은 제주도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을 제주도가 내세워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주도 문화에 관련해 언론이나 단체에서는 제주도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제주도의 젊은 음악인들은 대부분 스스로 음반을 만들고 스스로 홍보합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제적, 육체적인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홍보도 하지 못해 잊혀지는 음반들이 많이 있어요. 제주의 음악인들에게 조금의 관심을 갖는다면 좀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거예요.

지역의 클래식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5인조 밴드 '브리지 오버나잇'.

■<브리지 오버나잇>에게 음악이란

살아있다는 것은 증명해주는 것이죠. 음악을 듣는 순간 무엇인가 느껴진다면 그 순간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브리지 오버나잇>에게 제주란

저희에게 제주는 희노애락을 모두 느끼게 해 준 고향이라고 의미를 내리고 싶네요. 저희가 느낀 감정들을 여러분들에게 음악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추후 활동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현재 제주도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연주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에도 정기연주회를 계획하고 있구요. 그리고 작곡된 곡들을 한 곡씩 녹음해 올해 안으로 음반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브리지 오버나잇>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글/취재=박소정 기자, 영상촬영/편집 김희동천 기자·강동민 수습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86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