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 김신숙 국방부 인력정책과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 김신숙 국방부 인력정책과장
병역제도 개선·군 인력 정책 총괄
국방부내 ‘여풍’ 주도.."제주 청년 도전하길"
  • 입력 : 2015. 10.21(수)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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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숙 과장은 제주에서 대학교까지 졸업한 제주 토박이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일과 공부를 병행한 끝에 행정고시 일반행정직렬 부문 수석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국방부로 배치된 후 그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군사외교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앙언론에 집중소개되기도 했다.

청와대 거쳐 지난 8월 국방부로 복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군사외교 호평
과장 승진후 공익근무요원체계 개선
여성·지방출신 등 소수 대변인 역할
"제주 청년들 큰 포부 갖고 도전하길"

육군·해군·공군 3군을 총괄하며 우리나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 국방에 관련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국방과학기술 발전, 군 복무 정책 수립 등은 물론, 한미군사동맹의 지속적 발전과 주변국과의 국방협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문민화를 통해 군인과 민간인 공직자들이 조화를 이루며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는 국방부는 최근에는 여성 공직자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제주출신 공직자 가운데도 국방부 여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신숙(43)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서기관)이다. 김 과장은 현재 병과 간부를 포함한 군인력의 획득, 충원 정책을 총괄하고, 병역법 및 병역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인력정책과장으로 근무중이다. 김 과장을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서 만났다.

미국정책과에서 대미 협상을 담당한 경력이 있는 김 과장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협상 능력을 바탕으로 군사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도 평판이 높다.

"실제 협상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협상학을 얘기할 때 어떻게 하면 갖은 전략과 전술로 이길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내가 이겼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실패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완전히 이기지 않고, 완전히 지지 않았다고 느끼게 되는 협상이 최적의 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최적의 결과를 얻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죠."

김 과장은 본래 공직생활을 산업부에서 시작했다. 2000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이후 투자정책과와 산업기술정책과에서 근무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2005년 국방부 전입 기회를 갖게 됐다. 많은 정부의 일이 민간에 넘어가는 추세 속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제 역할이 남아있다는 점이 부처를 옮긴 이유 중 하나다.

"국방부는 일종의 작은 정부라 할 수 있습니다. 안보정책, 국방예산, 전력증강, 군인력, 복지, 국제협력 등 모든게 다 있어서 분야별로 두루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산업부에서 투자정책과 근무를 하며 다양한 해외 협상 경험을 쌓은 그는 국방부로 옮긴 뒤 미국정책과에서 일했다. 첫 보직은 그에게 맞춤옷처럼 들어맞았다. 그는 당시 7000여억원이 넘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관련 제도개선 및 대미 협상을 전담했고, 국민들의 관심분야인 만큼 대국회 설명 및 언론대응 업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모 중앙일간지에서 공직자 여성파워라는 주제로 국방부의 대표 여성공무원에 소개되기도 했고, 또다른 중앙일간지에는 '일 잘하는 과장'으로 소개된 바 있다.

"공직이 제 성향에 비교적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고, 이 부분은 국가와 사회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특히 안보는 가장 국가의 역할이 요구되는 분야죠. 공적인 분야에서 개인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데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촉망받는 젊은 간부 공직자로서, 그는 조직 안팎에서 매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NSC 사무처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행정고시 출신 중앙부처 공직자들 사이에서 소수 중의 소수인 그가 해낸 성취이기에 더욱 뜻깊다.

김 과장은 제주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도 제주에서 나온 제주토박이이다. 제주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출신으로 졸업 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행정고시에 도전, 주경야독 끝에 행정고시를 수석 합격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당시 사범대 학생들은 거의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임용고시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저는 교직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가족들이 매우 아쉬워했는데 이후에도 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혼자 서울에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면서 공부해야 했지요."

김 과장은 홀로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연구소 비서일을 해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했다. 일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고시 공부를 하는 것을 2년 반 정도 이어갔다. 결국 김 과장은 2000년 11월 행정고등고시 일반행정직렬 수석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공직에 입문해서도 여성, 제주 출신, 지방대 출신으로서 항상 소수였던 김 과장은 그래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공직 목표는 공정하면서도 따뜻한 행정을 펼쳐가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항상 '적극행정'을 강조한다.

"공무원이 일하는 분야는 대부분 독점 분야죠. 공적인 일을 다른 누가 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뭘 개선해야 하는지, 어떻게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을지 공무원이 먼저 고민하고 적극행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김 과장은 2010~2011년 인력정책과 근무 당시 자녀가 있는 병사에 대해 상근예비역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공익근무요원체제를 사회복무요원체계로 전환하여 사회복지기관, 요양시설 및 안전시설에 복무해 사회적 안보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그는 국방부에서 일을 한지 3년여만에 안보정책 분야 미국 조지타운대로 2년 동안 미국 유학을 떠났다.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자신의 업무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었다. 양육과 일을 양립하는 일은 여느 여성직장인과 다름없이 그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그는 자신과 같이 힘든 여성 동료, 후배들을 보며 국방부내 직장어린이집 건립을 제안하고 그 결실을 이뤄내기도 했다.

"당시 여성 직원이 많지 않아 소극적이던 국방부에 보육과 육아는 공급이 늘 선행돼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미국으로 유학 가기 직전 어린이집 설계도를 보게 됐지요. 국방부의 결정에 감사했고 이 부처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습니다.(웃음). 어린이집이 다 지어졌을 때 정작 제 아이들은 다 커버려 이용해보지도 못했지만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2013년 국방부 국제정책과장 당시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16개국의 참전국 국방장관 초청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도 그동안의 공직생활 중 보람된 일로 남아있다. 당시 유럽에서 초청 받아온 한 장관에게 생면부지의 나라에 젊은 장병을 보내준 것에 감사를 표했더니 그 장관은 "대한민국은 남의 나라가 아니다. 우리 장병들이 한국 땅에 와서 피흘리고 죽었다. 이 나라 곳곳에 우리 장병의 피가 스며들어 있다. 언제든지 부르면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행사 기획자였던 김 과장은 어느 때보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부처로 여전히 인식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김 과장은 이같은 점에 대해 국방부의 임무가 나라와 장병, 군을 지키는 일이어서 아마도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어 그런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지금까지 제주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며 제주의 젊은이들도 더 큰 포부를 갖고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제주도는 섬이지만 통일이 되기 전에는 육지도 섬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의 젊은이들이 더 큰 포부를 갖고 크게 보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현재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따뜻함을 잃지 않는 공직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신숙 과장은 누구?]홀로서기로 행정고시 일반행정 수석 합격

김신숙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출생으로 북초등학교와 중앙여자중학교, 남녕고등학교, 제주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석사)을 졸업한 뒤 제44회 행정고등고시(2000년) 일반행정직렬에 수석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자원부 투자정책과, 산업기술정책과, 국방부 미국정책과(2005~2007년), 인력관리과(2010~2011년), 전력정책과(2011~2012년), 행정관리과장(2012~2013년), 국제정책과장(2013~2014년)을 거쳐 2014년 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 NSC 사무처 행정관을 역임했다. 지난 8월부터 국방부 인사복지실 인력정책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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