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각자도생의 시대를 사는 '아픈' 청춘의 분투기

[책세상] 각자도생의 시대를 사는 '아픈' 청춘의 분투기
309동 1201호의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
  • 입력 : 2015. 11.06(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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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서른 셋. 지방대학교 시간 강사다. 출신 대학교에서 일주일에 4학점의 인문학 강의를 한다. 강의하는 학교의 강사료는 시간당 5만원. 그러면 일주일에 20만원, 한달에 80만원을 번다. 세금을 떼면 한달에 70만원 정도가 통장에 들어오는데 그나마도 방학엔 강의가 없다. 그러면 70만원 곱하기 여덟달, 560만원이 연봉이다. 거기서 한달에 20만원 정도가 학자금 대출로 빠져나가고 대출금 상환과 공과금을 더하면 쓸 수 있는 돈은 한달에 10만원이 고작. 신용 등급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지 오래다.'

이것은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 저자의 현실이다. 밀린 카드 대금을 독촉하는 전화를 피해 살고 있지만 학생들에겐 허울좋은 젊은 교수님이다.

저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먼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를 연재했다. 이후 큰 관심을 얻었고 연작을 다듬어 책으로 출간했다.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고 비장하게 느껴지지만 이어지는 글들은 저자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동안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겪은 실제 이야기들이 담담한 어조로 펼쳐진다.

제도권의 삶이 비루하다고 불평하지도, 내가 이렇게 힘드니 좀 봐달라고 징징대지도, 이러한 사회를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그저 한 청년이 이렇게 꿋꿋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젊을 땐 좀 아파도 된다는, 요즘 젊음이들은 불평만 한다는 식의 기성세대의 일갈에 대한 답으로써, 꿈을 가진 한 청년이 얼마나 '노오력(현실에 좌절하며 사회를 비판하는 N포 세대 젊은 층을 두고 '너희가 더 노력하면 된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시선에 대해 비아냥조로 만들어진 신조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그 꿈 때문에 현재를 얼마나 처절히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지가 담백하고 절제된 문장 속에 녹아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지방시'로 묵묵히 아픔을 감내하고 있을 모든 청춘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고 전했다.

그리고 "아파도 되는 청춘은 없으니까, 모두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이처럼 아팠음을 모두 기억하고 바꾸어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은행나무.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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