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제주목사가 바라본 17~18세기 세상 이야기

[책세상]제주목사가 바라본 17~18세기 세상 이야기
  • 입력 : 2015. 12.11(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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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규의 '해외문견록'


'해외문견록'은 1704년부터 1706년까지 송정규가 제주목사로 지내며 관아에 보관되어 있던 기록과 자신의 견문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이다.

송정규는 동아시아 일대의 사회·경제 제도, 선박과 무기의 제작 방식 등 외지의 문물을 배우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은 1611~1706년에 발생한 표류사건 9건과 15세기 최부의 '표해록' 요약문, 제주의 풍토기에 대한 기록 6건 등 총 16건의 기록으로 구성돼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이 복사본을 보관중이며 원본은 일본 덴리 대학 이마니시 문고가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별도포에서 왜선을 공격하다' '서양인 하멜의 표류' '중국배의 구조' '일본에 표류했다 돌아온 사람들' 등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송정규는 특히 1705년 표류한 대만 상인을 심문하며 동아시아의 바닷길에 대해 상세히 물었는데 어떠한 물품이 어디에서 어디로 유통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기록했다.

'안남에 표류했다 돌아온 사람들'에서는 베트남의 거리 풍경과 생활 풍습을 세밀화처럼 묘사하는 가운데 중국 상인들이 양잠업의 발달로 비단보다 모시가 더 비싸다는 점을 이용해 이문을 취하고 있는 정세를 기록했다.

'(안남에서는) 삼베와 모시가 생산되지는 않으나, 모시풀은 산 가까이 습하지 않은 땅에서 자라 1년이면 여섯 차례 거둘 수 있었다. 뱃사람들은 그것으로 밧줄을 만드는데, 그 곳 사람들은 길쌈하는 법을 알지 못하니 중국 상인들이 모시 한 필로 화단 두 필을 바꾸어 갔다. 모시의 귀함이 이와 같았다-'안남에 표류했다 돌아온 사람들' 중-'

'서양인 하멜의 표류'에서는 서양에서는 어린아이들도 동서양의 무역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천하에 이와 같은 풍속의 사람들이 있다니 참으로 대단하도다!'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중국배의 구조'에서는 중국배에 대한 정보를 재료와 수치까지 정확하게 기록하며 "중국배의 법식을 두루 물어 여기에 기록해두니, 앞으로 일을 맡은 자들이 따라 만들 수 있도록 대비하려 함이다"라고 후대에게 당부하는 말도 남겼다.

중국 강남에서 의주까지 6개월의 탐방길을 통해 중국의 지리와 문화를 상세하게 담은 2부 '표해록 약절-최부의 험난한 중국 탐방기' 역시 중국의 정세와 풍물에 촉각을 세웠던 송정규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김용태, 김새미오 옮김. 휴머니스트.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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