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에너지 바람 탄 제주섬, 2030년의 모습은?

녹색 에너지 바람 탄 제주섬, 2030년의 모습은?
[제주에너지밸리 꿈꾸다](1)프롤로그
  • 입력 : 2016. 01.01(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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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화석연료 에너지를 대신해 2030년까지 2350㎿의 육·해상풍력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도내 총 소비전력의 57%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사진은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풍력단지. 강경민기자

도, 전기차 100% 보급·신재생에너지로 소비량 충당
공공주도 풍력개발 천명… 환경문제 등 여전히 논란
국제 기구·기업 협력도 카본 프리 아일랜드 성공 과제

제주가 탄소 배출 없는 '녹색섬'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2030'계획대로라면 앞으로 10여년 안에 도내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대체되고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에너지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전기차 관련 조례, 공공주도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 등을 발표하며 정책 추진에 힘을 실었다. 제주가 그리는 에너지밸리의 현 상황과 과제를 진단한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어떻게 추진되나=제주를 누비는 전기차가 최근 3~4년 새 빠르게 늘고 있다. 2011년 관용차로 보급되기 시작해 지난달 기준으로 2366대가 운영 중이다. 2013년부터 민간 보급이 추진되면서 그 수가 2012년(193대)보다 90% 이상 급증했다.

올해에는 전기차 4000대가 추가 공급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 '전기차 중장기 종합계획(2015~2030)'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도내 운행 차량의 10%(2만9000대)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2020년까지 40%(13만5000대), 2030년까지 100%(37만7000대)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종합계획에는 전기차 100% 전환을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과 전기차 이용 활성화 정책 등이 연도·단계별로 확정돼 담겼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에 충전기 7만5000기(완속 7만1000기·급속 4000기)를 구축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승용차와 사업용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해 나간다.

제주도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기조로 내걸면서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해 4월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한국전기차정비협동조합이 꾸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도내 자동차 정비소 운영자 5명으로 시작한 조합은 회원 수를 늘리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조합은 전기차 매뉴얼을 만들어 실행 계획을 세우는 등 전기차 정비 사업에 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체계 달성 사업도 203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한 예로 제주도는 2030년까지 2350㎿의 육·해상풍력을 개발한다. 이는 도내 총 소비전력의 57%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도는 국내 풍력발전 산업의 태동지다. 1998년 국내 처음으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이후 현재까지 시설 용량 216㎿의 발전 시설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조만간 381㎿ 규모의 시설이 추가 건설된다. 제주도는 이외에도 태양광과 태양열, 바이오, 수소연료전지, 지열 발전을 통해 화석연료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23일 제주시 연삼로 라이온스 회관에서 '한국전기차 충전서비스 창립 개소식 및 제1호 충전소 준공식'이 열렸다. 사진=한라일보 DB

▶카본 프리 아일랜드 과제는=풀어가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경관 훼손과 소음 피해 등의 문제는 풍력 개발 과정에서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민간기업 위주로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수익이 지역사회로 돌아가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문제도 지적돼 왔다.

제주도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공공 주도의 풍력개발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지방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사업시행예정자를 맡아 육·해상 풍력자원 개발지역을 선정하고 지구를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육상풍력은 대규모 개발을 제한해 주민참여 방식으로 개발하고 마을에 수익이 돌아가도록 한다.

그러나 도내 환경단체는 최소 수백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을 마을 자체적으로 실현할 수 없고, 도민 참여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며 해당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공공 주도의 풍력 개발을 현실화하기 위해 제주도가 보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전기차 100% 보급 계획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타격이 불가피한 LPG 업계 등에선 생존권을 위협 받는다며 상생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LPG산업협회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열어 "LPG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택시와 렌터카를 전기차로 대체할 경우 5년 이내에 도산 위기에 처한다"고 성토했다.

전기차 충전기, 정비시설 등 관련 인프라 부족 문제는 전기차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단골처럼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기 설치, 도민 공감대 확보, 타 산업과의 연계로 경제효과 창출 방안 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제주대학교 전기차사업단장인 박경린 교수는 지난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확대 보급이 성공하려면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관광산업 등과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국제 기구, 기업 등과 협력해 카본 프리 아일랜드 추진 과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당시 원희룡 지사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를 찾아 전기차 관련 사업에 대한 국제표준화 공동 협력을 요청하고, 신재생에너지 도시 네트워크에서 도시 간의 협력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의 성공 추진을 위한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현실화하는 것도 제주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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