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흙수저'는 절대 '금수저'가 될 수 없다

[책세상] '흙수저'는 절대 '금수저'가 될 수 없다
퍼트넘 신작 '우리 아이들'
  • 입력 : 2016. 04.01(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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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라는 단어가 작년부터 크게 유행하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부모를 둔 자녀 세대가 스스로를 부르는 말로, 이른바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못한 청년들이 자조하듯 내뱉는 단어다. 철저하게 부모의 재력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 단어의 유행은 젊은 세대가 인식하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사회, 극심한 빈부격차(양극화)가 계급처럼 고착화된 사회라는 것을 뜻한다.

'우리 아이들'은 로버트 D. 퍼트넘의 신작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반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계급의 가정과 아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는 동시에 최신 사회과학적, 뇌과학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엄밀하게 분석한다. 바로 이 시기 동안 누구나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의 신화는 처참하게 무너졌으며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 현상은 심화되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우리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바로 '흙수저'라는 단어의 유행처럼,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도 하기 때문이다.

빈부격차는 어떻게 아이들의 삶을 파괴할까. 이 책은 계급 이동의 사다리가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를 네 가지 주제 가족, 양육, 학교 교육, 공동체를 통해 살핀다.

빈부격차의 증대는 점점 부유한 가정과 가난한 가정을 주거, 생활, 교육의 모든 공간에서 '분리'시켰고, 모두가 이웃이고 모든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라는 인식을 사라지게 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분리는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이 책은 기회의 불평등, 이웃 공동체의 몰락이 '우리 아이들'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생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페이퍼로드.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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