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어머니산에 얽힌 제주사람들 이야기

[책세상]어머니산에 얽힌 제주사람들 이야기
강정효의 '한라산 이야기'
  • 입력 : 2016. 09.02(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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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라산을 오르다보면 여기저기서 외국어가 들려온다. 국적도 다양한데다 전체 산행객 중 그 비율이 절반 가까이는 될 것처럼 많아 보일 때도 있다. 외연만 보자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고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고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한라산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제주인을 포함해 한국인과 외국인까지 뒤섞인 그 많은 등산객들이 한라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오르는지는 의문이다. 저자는 한라산에 대해 잘 모른 채 그저 등산의 대상으로만 찾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제주사람들은 예부터 한라산을 신선이 사는 곳으로 여겨 늘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았다. 제주땅 어디에서나 한라산의 영향을 벗어나서 살 수 없기 때문에 그 자락에서 태어나 그 품안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한라산을 어머니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라산을 이해하는 건 제주도를 아는 일이기도 하다. 한라산의 자연자원과 인문자원,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한라산을 새롭게 보게 되고,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책은 한라산의 인문자원과 자연자원, 등반사와 한라산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3부로 나눠 들려준다. 1부는 한라산 이름의 연원, 조선시대에 산에 오른 사람들과 산악 가이드, 설문대할망 전설, 산신제 등 한라산에 얽힌 인문자원을 살펴보고 있다. 소와 말의 방목, 4·3사건의 흔적들, 표고버섯 재배와 산림훼손 등 제주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도 사진과 함께 수록했다.

2부는 구상나무와 소나무숲, 사슴과 노루, 오름과 백록담의 담수량 등 자연의 가치를 조사 정리했다. 붕괴되는 백록담의 실상과 케이블카 논쟁 40년사, 한라산 생태관광 등 한라산 권역 자연보호를 위한 여러 방안도 제시한다.

3부는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의 한라산 등반사, 고상돈과 오희준까지 한라산을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제주산악안전대와 한라산 철쭉제 변천사, 황당한 조난자들, 만장굴과 부종휴 선생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한라산의 가치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됐는데도 이를 알리고 소개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성에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언론인이자 산악인이면서 사진가인 저자가 옛 문헌 기록과 함께 그동안 수십차례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기록한 글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인문지리와 생태계까지 한라산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눈빛출판사.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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