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1) 제주시 도두동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1) 제주시 도두동
  • 입력 : 2016. 09.13(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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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봉에 올라 바라본 마을 전경과 한라산(위). 도두항에는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어서 외국에 온 느낌을 준다(아래).

용천수 오래물서 솟는 방대한 수량 물인심 넉넉
장수설화 '베락구릉 전설' 스토리텔링 등 추진
하수종말처리장 악취 문제 해결 마을 당면과제



섬 머리 마을 道頭. 마을 이름을 지었던 옛 어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제주의 관문 공항이 이 지역에 머리를 내밀 것이라는 사실을. 놀라운 예지력이다. 먼저 공항소음이 떠오르고, 제주시 하수종말처리장과 오일장, 해안매립지가 떠오르는 마을이다. 사수마을, 다호마을, 신성마을이 도두동에 속해있다. 1979년 공항확장 공사로 사라진 마을 '몰래물'은 주민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살아 있고. 도두봉에 올라 바라보면 공항 활주로 지역이 가지는 여백 때문에 용담동에서 오는 해안도로가 눈부시다. 남쪽 한라산은 더욱 자애로워 보인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호해수욕장 방향으로 새롭게 번창하는 도두동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도두항에는 요트들로 가득 차있어 외국의 어느 미항을 보는 듯하다. 1608년 모습은 27개 마을을 거느린 중면(中面)이라고 하는 옛 제주시 지역에 속해있었다. 용천수 '오래물'에서 솟아나는 방대한 수량으로 볼 때, 훨씬 전 1416년 대촌현으로 불리던 시절 이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도두동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김응빈(78) 노인회장에게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매립된 도두동 바닷가에 만리성이라고 하는 큰 방파제가 태풍이나 겨울파도에 유실되면 인근에 이호, 월랑 마을사람들까지 와서 복구 작업을 했습니다. 바다가 없는 웃드르 마을에 가뭄이 심하게 들어 마을에 식수가 고갈되면 마차에 허벅들을 잔뜩 싣고 와서 물을 떠가곤 했지요.

도로공사나 밭 개간 등으로 전설 속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지명은 남아있는 베락구릉.

이웃 마을 사람들에게 물 인심이 좋은 것이 우리 마을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며 살아 갈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참으로 겸손한 표현이지만 도두의 오래물은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어떤 자기장과 같이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을 원로들에게 옛 도두마을의 특징과 자부심을 물으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남자들 중에 강골이 많았다.' '단합심이 좋았다.' '경노효친이 으뜸이었다.'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남자들이 힘이 좋았다는 이야기는 제주의 수많은 장수설화나 전설 중에 도두동에 속하는 다호마을 '베락구릉' 전설이 옛날에도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전설의 내용은 비극이다. "어린 아들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사실을 알게 된 부모가 이런 사실이 관가에 알려지게 되면 역적으로 몰려서 삼족이 개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들에게 독한 술을 먹여 잠들게 하고 칼로 날개를 잘라버리자 바로 하늘에서 그 집에 벼락이 떨어졌다.

땅 속 다섯 방향에서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방이 가뭄이어도 한 방향은 살아 있어 물이 나온다는 오래물.

집이 있던 자리가 모두 사라지고 움푹 파이게 되었다." 천벌로 상징되는 벼락을 맞은 구릉. 이 장수설화는 제주 백성들이 얼마나 관가의 억압에 집단적 공포를 느끼며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수탈보다 더 무서운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는 일. 출중한 인물이 태어나 성장하는 것을 부모마저도 두려워해야 하는 삶이 제주 선인들이 심정 속에 녹아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시정이 '이야기가 있는 제주시'라는 정책으로 스토리텔링 자원화에 나섰다는 반가운 소식에 도두동은 이 장수설화를 가지고 선도적 역할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대출 마을회장

김대출(52) 마을회장이 설명하는 당면 과제와 숙원사업은 이렇다. "하수종말처리장 냄새 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여름에 문도 열지 못하고 살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1993년 시설 이후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은 인구 증가에 따른 시설 분산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고 마을 주민들은 분개하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전임 제주도정에서 계속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지금 터진 형국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속한 대책마련이 요구됩니다." 제주도내 하수종말처리 시설에서 처리되는 총량의 65% 정도가 도두동 종말처리장에서 처리되어 바다로 나간다고 하니 '심각한 집중화가 빚은 예견된 사고'라고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외형적 발전에 엄청난 암초를 만났다는 위기감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핵심은 이렇다. "왜 우리 마을만 감당해야 하느냐? 나눠서 감당하자!" 김응빈 노인회장에게 '하늘에서 100억이 떨어진다면 도두동을 위해 어디에 쓰고 싶으냐?'고 물었다.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 물량을 나눠가는 마을에 모두 주지 뭐!" 절박한 심정이 어느 정도 인지를 확인해주는 혹독한 대답이었다. 이매자(55) 새마을부녀회장에게 30년 뒤 도두동의 미래를 그려달라고 했다. "우선 제가 노인회장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꿈꾸는 사업들이 모두 이뤄져 있어서 부녀회에 물려주면 부녀회원들이 그것을 잘 운영해서 우리를 위해 효도하는 심정으로 보살펴주는 마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도두동 며느리들이 꿈꾸는 도두동의 미래는 결국 관광산업과 연계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서 자체 자금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은 지구력에 있다고 했다.

도두봉 북서쪽 융기지역에 조상 대대로 어선의 만선 무사귀환을 빌며 바다신을 모신 소득모실.

김용식(63) 주민자치위원장에게 도두동의 희망적인 현실은 없는 지 물었다. "내년부터 자연취락지구에서 제1종 주거지역으로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건물 고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서 인구 유입이 빨라질 것입니다. 도두봉도 근린공원으로 바뀌게 돼서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즐거움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공항이라는 유동인구 여건과 도두항을 통한 바다 자원까지, 여기에 오래물축제와 같은 마을공동체 결집 역량까지 합세하면 도두동의 발전은 시간문제다. 제주특별자치도 읍면동 중에 2900명 정도로 가장 인구가 적지만 몇 만 명이 되는 읍면동과 대등하게 겨루는 힘의 원천은 전통적 결속력이라고 했다. 특히 도내 100개의 어촌계가 경쟁하는 마을어장 관리 최우수마을로 선정되었던 것은 가장 값진 자부심이라고 했다. 작지만 강한 도두동이 커가고 있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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