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광철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광철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국가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주어져 매우 행복"
  • 입력 : 2016. 10.26(수)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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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인 김광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비상임 연구위원은 30년을 국가기관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 정부의 대북 정책의 토대를 만들어왔다. 부미현기자

공직서 30년간 북한 정보 수집… 대북정책 수립 기여
국가기관서 근무 후 남북문제 관련 전문가 그룹 활약
北 인권문제 국제적 관심 유도 북한인권법 제정 기여

최근 세계의 눈은 한반도로 쏠려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일촉즉발의 북한 정권 때문이다. 제주출신으로 30년을 국가기관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 정부의 대북 정책의 토대를 만들어 온 이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김광철(60)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비상임 연구위원이다. 지난달 8일 김 위원을 만났다.

국군포로 귀환지원책 정착에 역할

그는 퇴직 직전 남북통일 및 대외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공익민간연구소인 세종연구소에서 객원연구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해 퇴직 후 2013년부터 3년간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2015년 10월부터는 경기대학교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에서 비상임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9월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1983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 주로 북한 문제를 다루는 업무를 중심으로 일해 왔습니다. 퇴직 이후에는 북한의 정치전략에 대해 연구하면서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직자 출신으로서 보람있었던 일은 업무 성격상 모두 자세히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제가 했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고, 국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매우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동국대 초빙교수 임용에 앞서 지난 2014년 7월부터 1년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Leiden University) 한국학과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했다. '김일성민족주의 정치전략의 비판적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논문이 책으로 발간되자 더욱 주목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라이덴대 한국학은 1947년에 한국어와 한국사 과목이 개설된 것으로 시작해 80년대 한국학과가 정식 창설됐다. 라이덴대에서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김광철 박사의 특강'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한국학과에서는 한반도를 제대로 알기 위해 남북한을 아울러서 보려고 했고, 북한 문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저에게 강의 제의를 했습니다. 라이덴대학교가 저의 북한 정치전략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한국학에 대한 유럽학계의 관심은 한국 경제성장과 K-팝 문화융성에 대한 관심으로 높아진데다, 북한이 늘 이슈메이커로 등장하니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한반도에 대해 알려고 하면 북한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죠."

그는 라이덴대에서 통역을 동반해 강의했는데, 타 대학 학생이 꼬박꼬박 찾아와 강의를 듣는 열의를 보이는 등 호응도 매우 높았다.

그는 지난 2012년 국가기관에서 1급 관리관으로 퇴임하기 전까지 주로 북한문제를 다루고 우리의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했다. 지금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에서의 국가정보학 강의 내용도 정보학과 관련한 이론과 정보활동의 본질적 내용,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 등에 대한 것이다. 그는 90년대 말 국군포로 귀환지원 정책을 정착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1990년대말 국군포로 귀환 문제에 국민들의 관심이 커졌는데 당시 정부에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국군포로 귀환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북한정권이 재북 국군포로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분위기를 역전시켜 결국 국회가 '국군포로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결과로까지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그가 공직생활 중 보람을 느끼는 일 중 또 한 가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한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유엔 인권위 등 국제사회에서 계속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2015년과 2016년 영국의회 초당그룹(APPG)이 의사당내에서 개최한 북한체제와 북한여성인권관련 컨퍼런스에 발제자로 참가해 북한의 인권실태와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올해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는데, 제가 모든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부분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의 실제상황 직시해야"

그가 언론에 기고하는 내용들은 다소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국가기관에서 일하면서 북한 체제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대부분 남북관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어 왔는데 북한이 이제는 사회주의 체제가 아닌 김일성일가를 위한 봉건적 국가가 되버린 만큼 북한체제가 운영되는 실제 상황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가 30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얻은 결론이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집권 세력과 주민간 갈등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조직생활총화'라는 게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주민들이 모여서 자신의 생활을 평가하고 반성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걸 아주 형식적으로 한다거나 서류상으로 꾸며놓는 사례도 있습니다. 장마당 등 시장경제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북한정권의 대내외 정보봉쇄정책을 무력화하려면 우리가 앞장서고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의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4·3으로 잃어

국가기관에 30년을 몸담은 그에게는 남다른 배경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제주 4·3 사건 희생자다. 아버지는 이른바 '산사람'으로부터 살해당했고 할아버지는 정부측 사람에 의해 피살당했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그런 시련 속에서도 당당하게 자식을 키워냈다.

그는 소위 기밀활동을 하는 국가기관에 몸담으면서 일부국민들의 기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부담을 느낄 때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기밀 활동을 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모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가끔 잘못된 일이 생길 경우 사건이 크게 부각되고 비난을 받게 됩니다. 물론 과거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반성과 유사한 일탈사건 재발방지가 필요합니다. 지금 시대는 정보화시대고 국가는 정보 없이 움직일 수 없는 만큼 정보기관은 국가를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해야하는 필수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은 앞으로도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역동성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우리 스스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자존감을 키워가면서 개인의 발전은 물론,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대학에서 후배 양성에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고 민간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광철 위원은…]

서귀포시 회수동(도래물) 출신으로 중문초등학교, 중문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19회)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사법공안행정 석사,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북한학전공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국가기관에 입직, 2012년에 1급 공무원으로 퇴직했다. 2009년부터 1년간 세종연구소에서 객원연구위원으로 활동했고, 2014년~2015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근무했다. 2013년 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고, 2015년 10월부터 경기대학교 한반도전략문제 연구소 비상임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6년 9월부터는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저서로는 '김일성민족주의 정치전략의 비판적 분석'(2014, 북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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