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유산 제주성' 미래 역사자원으로]

['천년의 유산 제주성' 미래 역사자원으로]
일제가 허문 '진서루' 100여년 만에 복원된다
  • 입력 : 2017. 01.02(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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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제주성 서문인 진서루를 복원하고 관덕정 주변은 광장으로 되살릴 계획이다. 사진은 진서루가 자리했던 서문로터리·관덕정 일대. 드론촬영=김희동천기자

최고의 역사문화콘텐츠로서 중요성·가치
올해 부지매입 추진… 원도심 변화 예고

제주시 원도심은 탐라 천년의 역사, 고려·조선시대에 이은 근현대사까지 오롯이 품어낸 공간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제주성을 중심으로 제주의 역사문화와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품격있는 도시였다. 역사고도로서의 격조와 운치가 넘쳐났던 원도심은 그러나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파괴되는 운명을 맞는다. 100여 년 전인 1914년, 제주성 서문 진서루(백호루)와 동문 연상루(제중루) 훼철은 그 전주곡이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줄곧 전통역사경관을 허물고 정체성을 파괴했다. 역사고도로서의 전통경관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왜곡된 도시 이미지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일제에 의한 침탈이 있었다. 지금의 원도심은 제주다움을 잃어버린 박제된 공간이다. 수년 전부터 일제가 파괴한 전통역사경관을 복원시켜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제주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던 이유다.

제주도는 '성곽의 섬'이다. 제주 해안을 둘러싼 환해장성과 해안가와 오름 지대를 중심으로 한 28개의 봉수와 38개의 연대, 토성으로 이뤄진 항파두리 외성과 내성, 전략적 요충지마다 세웠던 9개의 진, 여기에다 제주성·대정현성·정의현성이 있다. 해안과 내륙 중요지점을 감싸는 이중, 삼중의 방어막을 쌓아놓은 것이다. 그 가운데 중심공간은 제주성이다. 제주성은 도성이었다. 왕도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전국적으로 산재한 읍성과는 다른 뚜렷한 특징과 지역색을 지니고 있었다.

제주성은 3문(동문·서문·남문), 2수구(남수구·북수구), 간성과 2문(소민문·중인문)을 축으로 다양한 시설이 곳곳에 자리했다. 산지천을 따라 쌓았던 간성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성곽이었다. 북수구·남수구는 무지개다리 구조로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었다.

1925년 제주를 찾은 경성고보의 후지시마 가이지로 일본인 교수는 북수구·남수구를 보고 "한국 본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다리"라고 경탄해마지 않았다. 여기에 부속건물로 운주당, 결승정, 공신정, 제이각 등 숱한 누정이 곳곳에 자리했다. 이곳에는 탐라와 제주로 이어진 전환기의 역사, 식민지배의 아픔이 녹아있다. 바람타는 섬을 무대로 살아왔던 제주민의 삶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과거의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최고의 역사콘텐츠로서 중요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주시 원도심의 활성화는 제주성과 관련된 역사문화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가, 다양한 정책들과 씨줄날줄로 연결시켜 미래자원으로 가꿔나가려는 정책적 의지와 혜안에 달려있다. 그런점에서 제주성 서문과 관덕정 광장 등을 복원하겠다는 제주도의 적극적인 의지는 주목된다.

복원된 제이각

지난해 10월, 제주도공유재산심의위원회는 제주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역사·문화자원 복원 안건을 원안대로 심의·의결했다. 골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총 사업비 297억원을 투입, 제주시 일도1동과 삼도2동 토지 61필지 1만3581㎡(건물 50동 1만7059㎡)를 매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을 확보해 토지를 매입, 제주성 서문인 진서루를 복원하고 관덕정 주변은 광장으로 되살릴 계획이다. 제주목관아도 완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기상청 청사 신축 이전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공신정 터도 역사문화자원으로 되살아난다.

일제가 훼철한지 100여년 만에 제주도가 제주성 복원의 길을 터놓은 것이다. 서문을 복원하고 관덕정 광장을 조성하게 된다면 제주시 원도심의 경관과 지도가 바뀌게 된다. 원풍경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렇지만 콘크리트로 덧칠해놓은 탐라문화광장처럼 조성하는데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탐라문화광장 역시 중인문 등을 복원하지 않고, 골목길을 없애버리는 등 역사문화와 삶의 흔적이 거세된 박제된 광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은 제주도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와 함께 어떻게 복원하고 조성해 나갈 것인가, 방향성을 고민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역사와 문화, 삶의 공간이 허물어진 도시는 삭막하다. 우리가 살만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래된 미래가 주는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성과 원도심의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은 생명력이 사라진 도심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이를 통해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중심에 제주성과 관련 역사문화자원들이 있다. 과거의 역사유산으로 닫힌 공간이 아니라 21세기의 역사콘텐츠이자 문화유산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

제주성 복원 정비에 이르기까지…
본보 기획시리즈 및 관련기사 통해 집중 조명

역사문화자원이자 미래 유산으로서 제주성 정비복원이 본격 추진된 것은 2013년이다. 제주시와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원장 강만생)은 '제주성지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정비방안을 제시했다. 기본 골격은 오는 2023년까지 10년간 3단계에 걸쳐 약 530억여 원을 투입 성문지 복원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제주성 남문·서문·동문지 부지매입과 복원 정비, 잔존 성곽이 남아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비 복원, 제주기상청 일대의 공신정과 결승정, 운주당 터 등 주요 누정에 대한 복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따라 2015년에는 제주성 남성 구간에 위치했던 제이각에 대한 복원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제주성지내 부속건물로는 첫 복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이 컸다. 하지만 제이각과 청풍대를 둘러싼 논란과 복원에 대한 철저한 고증 미흡, 원형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복원 정비에 이르기까지 본보는 '천년의 유산 제주성을 살리자' 기획시리즈 및 관련 기사 등을 통해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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