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1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첫 내국인 관광객인 박병하·정영희 부부. 강경민기자
지난해 입도 관광객 1500만명 시대 개막관광수익 편중·저가관광 등 그림자 여전시장 다변화 등 3대 핵심과제 역점 추진
제주관광은 지난해 누적 관광객 '1500만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축포는 사라졌다. 질적 성장을 위한 고민은 더 깊어졌고, 위기감도 커졌다.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잘 나가던' 외래 관광 시장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17년 새해, 제주관광은 또 다른 도전을 안게 됐다.
▶새로운 기록 뒤 그림자=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작년 한 해 15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1일 1501만여명을 기록한 데 이어 같은 달 31일까지 1580만4536명으로 집계됐다. 기록을 다시 쓰는 속도도 거셌다. 제주관광은 누적 관광객 1400만명을 넘은 지 한달여만에 사상 첫 '1500만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해마다 세워지는 신기록이 반갑지만은 않다. 관광객이 늘면서 발생하는 수익이 일부에 편중되는 구조가 여전한 탓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제주관광 수입은 4조7000억원인데 이 중 1조6000억원이 면세점, 대형마트 등이 포함된 소매업에 흘러갔다. 소매업의 관광수입 비중은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 30%에서 35.1%로 늘었다. 지난 한 해 크루즈 관광객(118만9280명, 12월28일 기준)은 전년(60만8330명)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체류시간이 5~6시간으로 짧고 여행 일정이 쇼핑에 치우쳐져 있어 지역 상권 체감 효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푸념이 나온다.
중국 자본이 외래 관광 시장을 독점하는 것도 여전한 문제다. 도내 중국계 여행사의 중국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국내 유치) 시장 점유율은 화교여행사까지 포함해 9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토 여행사의 점유율은 2%로 사실상 설 자리가 없다. 중국계 여행사가 급격히 세를 불린 뒤에는 현지 여행사에 이른 바 '인두세'(人頭稅)를 주고 관광객을 유치한 뒤 이를 쇼핑 수수료로 회수하는 '저가 관광' 문제도 깔려있다.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가 관광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에선 관광 수익이 다시 도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첫 외국인 관광객인 마혼와이 부부에게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 직원들이 환영인사를 하며 맞이하고 있다.
▶위기 직면한 제주관광=제주 외국인 관광 시장은 여전히 '유커'(중국인 관광객)에 좌우된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337만6969명, 11월 기준)의 86% 가량이 중국인(289만2650명)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방한 관광 시장에선 일본인 관광객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제주에선 침체를 벗지 못하는 것도 편중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메르스 사태'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경우 관광업계 전반이 침체될 수 있다는 건 괜한 우려가 아니다. 이런 위기감은 한반도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으로 중국이 방한 관광시장에 제재를 강화하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아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낮은 크루즈 관광객만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는 탓이다. 지난 한 달(28일 기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4만2377명으로 전년(12만4851명)보다 14% 늘었지만 크루즈 외에 개별·단체 관광객은 9만2931명에서 8만1929명으로 11.8% 줄었다. 이는 지난 9월(15만4869명), 10월(16만3062명)의 절반 수준이다.
내국인 관광 시장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국내 소비 부진, 항공기 좌석난 등은 호황을 이어가는 제주관광에 위협 요인으로 거론된다.
▶올해 제주관광 어떻게 가나=2017년 제주관광은 수많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특히 외래 관광 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되면서 위기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보다 기회를 얘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당장에야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수 있지만 저가 관광 문제를 개선하고 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본계획'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저가관광 개선, 개별관광객 확대, 관광시장 다변화'를 3대 핵심과제로 삼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 원년을 선포한 지 2년차를 맞는 포부인 셈이다.
제주도는 저가 관광의 주요 원인이 돼 온 과도한 면세점 수수료, 무자격 가이드 영업 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면세점 송객 수수료(리베이트)의 상한선을 적정 수준으로 정해야 이에 의존하는 기형적 시장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제주관광공사를 중심으로 롯데와 신라, 한화 등 도내 면세사업자 4곳이 제주면세점협의회를 출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기업 면세점 측은 송객 수수료를 제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들며 '자정 노력'을 강조하는 입장이어서 앞으로의 의견 조율은 과제로 남는다.
홍성화 제주대 교수는 지난달 5일 열린 '제1회 제주면세포럼'에서 "면세점을 둘러싼 이해집단 간 우월적 지위 해소와 공공이익 달성 등에 대해선 민간 영역만으로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적절한 시점에 제주도를 포함하는 공적영역과 함께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또 관광객 증가로 인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TF팀을 운영하고 핵심 현안을 발굴하기로 했다. 관광객 증가와 더불어 문제가 가중되는 교통, 안전,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 등 전반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제주관광이 마주한 문제는 결국 도민의 삶의 질 저하로 모아지기에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