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국제안전도시 제주의 민낯

[백록담]국제안전도시 제주의 민낯
  • 입력 : 2017. 02.27(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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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가 '비전 제로(Vision Zero)'를 선언하고 나섰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달 25일 브루클린 바클레이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전 제로' 정책을 공표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없는 도시 만들기가 골자다.

뉴욕시는 올해 630만 달러를 투입, 지역내 모든 학교 앞 도로에서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을 책임질 100명의 풀타임 크로싱가드(crossing guard)를 운영한다. 또 200명의 파트타임 크로싱가드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사고다발 지역의 도로와 인도, 교차로, 교통인프라 개선을 위한 비전 제로 캐피탈 펀딩에 대한 투자도 5년간 3억1700만 달러로 늘릴 방침이다.

1200만 달러를 투입, 6년마다 이뤄지는 차선 도색작업을 4~5년으로 줄이고 횡단보도를 피아노 건반 형태로 변경한다. 자전거 교통사고의 90%가 집중되는 교차로 20곳을 선정해 도로 개선작업도 벌인다. 이밖에도 매년 100개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선명하게 밝히고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교차로 1000곳의 조명도 개선키로 했다. 교통경찰에도 레이저 속도측정기 120대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비전 제로 정책은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인구 840만명에 이르는 뉴욕시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229명에 그친다. 4년 전에 비해 23% 감소했다. 미국내 주요 도시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율이 최근 50년 사이 최고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뉴욕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3년 299명에서 2014년 258명, 2015년 234명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 2014년 11월 시내 전역의 자동차 주행속도를 시속 30마일(48㎞)에서 25마일(40㎞)로 대폭 낮췄다. 또 경찰의 속도위반 단속을 강화하고, 스쿨존 등을 중심으로 과속단속 카메라도 증설했다. 뉴욕 경찰은 2015년 한햇동안 13만2000명의 승용차 운전자에게 '과속'을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양보운전을 하지 않은 운전자 3만9000명을 적발하는가 하면 과속단속 카메라를 이용해 속도위반 차량 100만대 이상을 단속했다.

제주경찰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제주지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18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명에 비해 갑절 이상 증가했다. 제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 2013년 110명에서 2014년 109명, 2015년 100명, 2016년 80명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며칠 전에는 제주지방경찰청 수뇌부가 총 출동, 제주시 전역을 돌며 교통사망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제주경찰청 뿐만 아니라 각 경찰서와 지구대·파출소 등에서도 필수요원을 제외한 전 인력이 참여했다. 경찰발전위원회·모범운전자회·보안협력위원회·녹색어머니회 등 협력단체들도 함께 했다. 각 지구대·파출소는 지역내 학교·노인정 등을 돌며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자명하다. 근원적인 처방없이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최근 교통연구원이 내놓은 광역자치단체별 교통안전점수를 보면 제주의 현주소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15년 기준 교통정책과 도로환경, 교통사고 사망자 등 25가지 부문을 종합평가한 결과다. 제주는 77.40점으로 평균 77.92점에도 못미쳤다. 순위로도 10위에 그쳤다. 국제보건기구(WTO)의 '국제안전도시' 재인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제주의 민낯이다. <현영종 편집뉴미디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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