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2005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자립형 혁신도시 건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9월말 기준 10개 혁신도시 분양률은 91.5%다. 사진은 서귀포시 혁신도시 전경. 사진=한라일보 DB
신도시 조성 지역 활기 속 관련 기업 유치 난항혁신센터 동력 상실 우려… 발전 방안 모색해야
정부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2005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자립형 혁신도시 건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지구지정이 이뤄진지 10년 만에 기반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존 수도권 소재 345개 공공기관 중 115개 기관이 10개 혁신도시에 형평성 원칙에 따라 적정하게 차등 배치됐는데 2016년 12월말 기준 105개 기관의 이전이 완료됐다. 현재 혁신도시 사업은 1단계인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건설 측면에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9월말 기준 10개 혁신도시 분양률은 91.5%다.
▶혁신도시, 성과 만큼 과제도 남았다=국토교통부는 혁신도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 한전이 이전한 광주·전남혁신도시의 경우 이 지역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2015년부터 본격 시작된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은 200개 기업을 유치하면서 순항 중이다.
국토부는 혁신도시의 지방세 수입도 2013년 534억9000만원, 2014년 2127억762만원, 2015년 7442억1000만원으로 늘어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발전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에는 적지 않은 숙제가 남겨졌다.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분양의 경우 2017년 1월말 기준 57.8%에 머무르고 있다. 충북 27.2%, 강원 47.6%, 경북 47.6%, 전북 49.8%, 광주전남 74.9%, 대구 63.9%, 울산 61.7%다. 부산과 제주(100%), 경남(94.9%) 처럼 평균치를 웃돌거나 목표치를 채운 곳도 있지만 상당수 혁신도시가 기업 및 기관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인재 채용률의 경우 2016년 평균 13.3%에 불과해 균형발전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와 근로복지공단, 한국동서발전 등 9개 기관이 들어선 울산 혁신도시는 2016년 말 기준 지역인재 채용률이 7.3%에 불과했다. 광주·전남이 11.4%, 강원 11.4%, 충북 8.5%, 전북 13.1%, 경북 17.4%, 경남 11.2%, 제주 15.1%에 그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혁신도시 정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인재 채용률을 35%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 문제도 남아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전국에 분산 배치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이전을 완료한 89개 기관의 직원들의 '평균 가족동반 이주율'은 26.6%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17.5%), 강원(18.8%)의 순으로 가족동반 이주율이 낮았다. 이전 지역의 교육 및 정주여건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단시일내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혁신도시가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2단계 전략 마련도 숙제다. 이전기관의 성격이 지역산업과 관련성이 없거나 연구개발 관련기관이 아닌 경우가 많아 지역에 파급효과나 동반이전 기관 및 기업을 유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 기반 확충을 위해 대규모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전담 대기업과 함께 조성한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그 대표 사례다.
국토연구원의 2015년 이전기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이 산업 연관성이 없는 지역은 동반이전 기관·기업이 없었고, 이전 공공기관이 산업 관련성이 있는 지역도 동반이전기업이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섭 국토연구원 국토·지역정책연구센터장은 "지역산업과 관련된 이공계 연구기관 분원·분소 설립 등을 통해 기업이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관계자는 "앞으로 혁신도시의 자족성 강화를 위해 혁신도시 유입인구 증가에 맞춰 아파트, 학교,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을 적기에 공급하는 한편, 혁신도시가 명실상부한 지역성장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전기관과 연계한 산학연 클러스터 활성화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기 정부에 운명 달린 창조경제혁신센터=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에도 창조경제 성과 확산과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가 가시화된 만큼 정책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육성된 창업기업은 총 1635개로 전년대비 1057개(183%) 급증했다. 투자유치도 4271억원으로 전년대비 2004억원(237%) 늘었다. 3182명의 취업연계 및 1만415명의 인력양성 등의 성과도 냈다. 벤처기업의 단계별 성장 지원으로 연구소기업 339개, 기술지주회사 415개, 과기특성화대학 창업기업 77개 등 공공부문 창업이 늘어난 것도 혁신센터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올해 정부 예산도 지난해 319억원보다 118억원이 늘어난 437억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창조경제' 정책과 함께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지금 바람앞의 촛불 같은 처지에 놓였다. 센터 존립 근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1월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대기업 자금 투입이 사실상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는 증언도 나와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중기청 창업보육센터나 산자부 테크노파크 처럼 유사한 기능의 조직이 있는데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역별로 만든 것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이 함께 투입되는데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예산을 삭감한 지자체도 적지 않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 분위기 고취 및 창업 활성화라는 일정 부분 성과는 거두었지만 대기업에 의존해 만들고 운영해 온 태생적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출범 2년차를 맞이해 세운 '2단계 발전 방안'이 역대 정부의 자금 지원 위주 창업보육 정책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정부의 일관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한 만큼 스타트업을 키우고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이 글로벌 트렌드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정권에 관계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도시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혁신'과 '지역발전'을 표방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긴 호흡으로 이어가야할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역발전을 모토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두 정책에 대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부미현기자 전국지방대표 7개 언론사 공동취재단 (한라일보·강원도민일보·경기일보·국제신문·영남일보·전남일보·중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