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소화불량 걸린 제주주택시장 (3)몸값 키운 주택…도민 삶의 질 추락

[한라포커스]소화불량 걸린 제주주택시장 (3)몸값 키운 주택…도민 삶의 질 추락
월급 10만원 올랐는데…집값은 2015년 이후 8880만원 ↑
5월 주택평균매매가 2억3304만원… 전국 4번째
  • 입력 : 2017. 06.15(목) 17:20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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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만한 집값으로 살기좋다던 것도 이젠 옛말
하방경직성 강해 오르긴 쉬워도 내리긴 어려워

국민의 탈서울과 탈수도권 현상은 주택 전세와 매매가 등 주거비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비단 서울의 문제만은 아니다. 2010년 이후 전국 각지 사람들의 발길을 제주로 불러들인 '제주살이' 열풍의 바탕엔 청정환경에서 느린 삶을 추구하고픈 바람에다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집값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불과 2~3년 사이 그럭저럭 견딜만한 수준의 집값은 도민이나 이주민 모두에게 '옛날 이야기'가 됐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주지역 집값은 2015년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2015년 1월 기준 도내 평균 주택매매가격은 1억4424만원으로 전국평균(2억3165만원)보다 8741만원 낮아 17개 시도 중 10번째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7월 1억7994만원으로 갑자기 상승폭을 키웠고, 2016년 9월엔 2억3068만원으로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섰다. 올 5월 평균매매가격은 2억3304만원이다.

 2015년 1월 전국 평균 주택매매가격이 2억3165만원에서 올 5월 2억4995만원으로 7.9%(1830만원) 오르는 동안 제주는 61.6%(8880만원) 상승하면서 전국 평균매매가격의 93.2% 수준까지 치고 올라섰다. 그 결과 제주는 현재 서울(4억7581만원), 경기(2억7321만원), 울산(2억3920만원)에 이어 4번째로 집값이 비싼 지역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유입인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사이 도민소득도 함께 늘어났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임금수준이 낮은 업체가 많은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은 제주는 근로자 임금이 만년 꼴찌다. 2016년 4월 도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월 임금총액은 256만4000원으로 전국평균(341만6000원)보다 85만2000원 적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1년 전(245만5000원)보다 4.5%(10만9000원) 증가하긴 했지만 전국평균의 75.1% 수준으로 열악하다.

 집값 상승과 임금상승액을 따져보면 2015년 이후 도내 근로자 임금이 한 달 10만원쯤 오르는 동안 집값은 306만원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겪으며 국가든 제주도든 정부에서 뭔 대책을 내놓겠지라고 한가닥 희망을 가졌던 서민 수요층은 지금 상당한 상실감을 맛보고 있다. 최저임금에 허덕이는 이들은 전세나 사글세를 전전하느라 저축은 엄두도 못낸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이들에게도 집값 상승은 반갑지 않다. '우리집'만 올랐다면야 반길 일이지만 도내 모든 주택가격이 동반상승했으니, 재산세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집값은 하방경직성이 강해 탄력을 받을 땐 크게 올라가지만 한번 오르고 나면 떨어지는 폭은 미미한 특성을 보인다. 일정부분 가격조정을 거친다고 해도 오르기 전 가격으로 되돌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현재 주택시장은 소화하기 힘들 정도의 물량이 쏟아지면서 증가하는 미분양과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5월 셋째주 이후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다. 올들어 5월까지 도내 주택매매거래량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24.4% 감소한 4180건에 그쳤다.

 양호석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금융팀장은 "도내 집값이 오르는만큼 도민소득이 따라가주면 괜찮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도민소득을 올리는 일은 제주만이 아닌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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