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1)]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1)반은 나무 반은 풀인 기이한 식물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1)]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1)반은 나무 반은 풀인 기이한 식물
모래땅의 스텝 등 건조한 지역서 잘 자라는 ‘나무 쑥’
  • 입력 : 2017. 10.02(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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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면서 알타이산맥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노출된 지상부 일부가 덤불모습 형성
반은 나무·반은 풀 형태를 띤 반관목

김찬수 박사

멀리 왼쪽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검은 그림자는 알타이산맥이다. 끝도 없을 것처럼 보이던 사막스텝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어느 순간 고속도로처럼 뚫린 아스콘포장도로 위로 올라탔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도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로지 몽골대원들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혀 눈에 띄지 않던 이 큰 도로를 어느 순간 달리는 말 등에 올라타듯 우리는 그렇게 이 도로 위로 올라와 있었다.

야~ 얼마만인가 이 편한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이~. 잣대 대고 선을 긋듯이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이 도로는 이제부터 알타이주의 주도인 알타이시까지 120㎞ 이상을 달리게 될 것이다. 편안하다. 우선 허리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되니 안락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정면의 지평선에는 깜깜한 먹장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이건 완전히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무심히 달리기만 하다가는 저 비를 맞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그 사이에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볼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지나치게 될 것이다. 이런 건조한 사막스텝에서 웬 비가 쏟아진 담! 식생이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우리는 내렸다.

그런데 내리자마자 만난 이 식물이 기가 막히다. 이건 도대체 무슨 과에 속하는 식물인지 짐작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나무인지 풀인지조차 모르겠다.

짧은잎뿌리나무.

뿌리나무쑥.

자세히 보니 지하부를 포함해서 지상부의 아주 일부 즉, 노출된 부분 정도만 나무였다. 목질근이라고 하는 조직이다. 대체로 지하부가 나무라는 뜻이다. 그리고 노출된 지상부에는 짧지만 많은 가지들이 아주 작은 덤불모습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가지에는 마디가 있었다. 풀인가 나무인가. 반은 나무고 반은 풀이다. 반관목이라는 형태다. 사실 반관목이라는 말을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쓰기는 하지만 그런 식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식물학 관련 책에 이 용어를 아예 싣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이 식물은 지상부의 높이는 15㎝ 이하이다. 모든 잎은 일찍 떨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짧고 뻣뻣한 작은 가시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줄기 중간높이 이상에 나 있는 잎들은 길이 10㎜ 정도이고 아래로 굽었다. 가장 밑엣 것은 비늘모양인데 줄기 쪽으로 누워 있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1~3개가 달린다. 명아주과의 짧은잎뿌리나무(아나바시스 브레비폴리아, Anabasis brevifolia)다. 아나바시스는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브레비폴리아는 '잎이 짧은'이라는 뜻이다. 이 속 식물들이 반관목이라는 뜻을 살려 우리말 이름을 이렇게 붙인다. 러시아(남서 시베리아), 중국(고비, 내몽골, 간수, 진장, 닝샤), 카자흐스탄에도 분포한다고 한다.

이 보다는 키가 좀 크지만 비슷한 식물이 있다. 높이는 30~40㎝ 정도 돼 보인다. 이 식물도 역시 줄기가 아주 많았다. 약 20㎝ 정도 높이의 목질근 정단부의 거의 같은 높이에서 발생한 줄기들이다. 이 줄기들은 표면이 황색이며, 속은 비었다. 목질화 되었고 이 줄기들이 말라 죽게 되면 그 자리에서 반복해서 줄기를 발생한다. 향은 쑥이 갖는 향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도 흔히 자라는 쑥과 같은 속이다. 목질근이 직경 10㎝ 이상의 아주 강건한 나무 모양으로 자란다. 쑥과 같은 속이라고는 하나 그 느낌은 판이하다.

국화과의 뿌리나무쑥(아르테미시아 제로피티카, Artemisia xerophytica)이다. 학명의 뜻으로는 '건조한 곳에 잘 자라는 쑥'의 의미가 있다. 목질부가 아주 강한 나무형태라는 특성을 살려 뿌리나무쑥으로 이름 지었다. 흔히 모래땅의 스텝에 자라는데 강변, 호숫가, 산악의 낮은 부분에서 관찰된다. 몽골의 몽골대호수저지대, 호수들의 계곡, 동고비, 고비알타이, 그리고 그 외로는 중국에 분포한다고 한다.

이런 식물들을 관찰하다가 강한 바람을 마주하고 저 멀리 바라보니 알타이산맥의 윤곽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뚜렷해 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교목·관목·아관목 그리고 풀

식물의 자람새를 나타낼 때 우선 풀인가 나무인가로 구분한다. 풀은 한자어로 초본이라 한다. 이 부류는 목부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초질 또는 다육질의 줄기를 가진 지상부 대부분이 1년에 고사하는 식물체들이다. 그러나 지하경이 발달하여 2년생, 다년생인 것이나 상록성의 잎을 갖는 것도 있다.

이에 대응하는 것이 나무 또는 한자어로 목본이라고 하는 것이다. 줄기와 뿌리는 비대생장을 통해 다량의 목부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세포벽의 대부분이 목화하여 강하게 된 식물이다. 그 중에는 또 관목과 교목으로 구분한다.

수목 중에서 보통 2m 이하인 것을 관목이라고 하고 있다. 그 이상 크게 자라는 것을 교목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그 구별은 분명하지도 않고 같은 종이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편의적일 때가 많다. 보통 근본 또는 지하부에서 몇 개의 줄기가 가지로 나누어진 줄기의 형식을 가진다. 각각의 줄기의 수명은 비교적 짧고, 고사한 근본에서 새로운 줄기를 내는 것이 많다. 댕강나무는 약 8년 정도에 한번 지상의 줄기들이 교대한다. 제주도에 자라는 식물 중에 죽절초는 지상부가 3~4년이면 고사하지만 그 수명은 거의 영구적이다. 두릅나무, 개암나무, 생강나무 같은 종들도 줄기가 분명하게 비대생장을 하는 나무에 속하지만 영구적으로 살면서 비대생장을 하지는 않는다.

관목과 같은 형태를 갖지만 근본만이 목질로 지상을 편평하고 기는 상태의 것을 아관목으로 구별한다. 순비기나무는 역시 비대생장을 하는 나무에 속한다. 그러나 근본은 대체로 영구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면서 비대생장도 지속하지만 줄기는 다수가 발생하여 지면을 기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말라 죽고 다시 새로운 줄기들로 교대한다. 어떤 분류에서는 2m 이하를 관목, 2~8m를 교목과 관목의 중간 계급, 간혹 아교목으로도 표현한다. 8m 이상을 교목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의 교목들은 군락의 최상층을 구성하고, 나무줄기의 생명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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