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경의 편집국 25시]컨테이너와 언 손

[손정경의 편집국 25시]컨테이너와 언 손
  • 입력 : 2017. 12.07(목)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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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해녀촌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해녀삼춘은 해가 빨리 저무는 겨울에는 몇 시간 정도밖에 좌판을 열 수 없다고 했다. 탈의실과 휴식공간이 어디냐 묻자 임시 컨테이너를 가리킨다. 마땅히 몸을 녹일 곳이 없는 탓에 손은 빨갛게 얼어있었다. 연안 정비공사 안내판 등으로 해녀촌 판매 좌판 입구를 막아버린 탓에 요즘엔 영업에도 어려움이 있다. 해녀삼춘은 "손님들이 왔다가 해녀촌이 철거된 줄 알고 돌아가기도 한다"고 푸념했다.

두 계절 넘게 '해녀밥상'을 취재하며 마주한 출향해녀의 현실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낡은 고무 잠수복엔 몇 번이나 덧댄 흔적이 선명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앞서 "제주가 해녀의 뿌리라면 출향해녀는 해녀문화의 가치와 정신 계승에 기여한 전국화와 세계화의 큰 줄기"라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도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출향해녀 고향 방문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제주해녀와 출향해녀 간의 교류확대 등 실현이 가능한 사업부터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출향해녀)를 잊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란 거야. 그럼 지원도 점점 나아지겠지." 출향해녀들도 당장 지원이 늘어나기 힘들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대신 잠수복 하나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출향해녀의 현실을 공론화하고 행정과 도민이 함께 지원책을 고민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임시 컨테이너가 온기 가득한 탈의실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녀삼춘들은 믿고 있었다.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고도 별 볼 일 없어 미안하다며 아쉬워하던 삼춘들의 그 믿음이 깨지지 않았으면 한다.

잊지 말자. 부산, 아니 전국 곳곳에는 오늘도 언 손으로 칼바람을 맞으며 좌판에 서 있어야만 하는 해녀삼춘들이 있음을 말이다. <손정경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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