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5)]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⑤사막의 신선채소 부추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5)]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⑤사막의 신선채소 부추
메마른 사막에 수분 제공해 주는 신선한 채소들
  • 입력 : 2018. 02.04(일) 2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광활한 야생 부추 군락.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선인장처럼 건조한 환경 적응한 다육식물
많은 뿌리·솜털 잎 등으로 추위·가뭄 견뎌

탐사대는 알타이산맥의 남쪽 끝에서 최북단을 향해서 종단하고 있다. 막연하게나마 알타이라고 하면 고비사막과는 달리 어느 정도 숲이 있고 푸른 초원도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도 고비사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간간이 나래새를 비롯한 풀들과 짧은잎뿌리나무와 붉은모래나무 같은 반관목들로 되어 있는 벌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고비사막에서도 이 정도 식생은 볼 수 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식생들은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추수를 앞둔 가을의 들녘처럼 온통 황갈색이거나 회록색이다. 싱싱하지가 않다. 계절적으로 가을이 빨리 온 것일 수도 있고 뜨거운 햇빛을 반사하기에 유리한 색깔을 한 종들이 많은 탓일 수도 있다.

직경 10㎝ 내외의 자갈에서 그보다 아주 작아서 가는 모래 정도까지 땅은 그렇게 되어 있다. 흙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과 이를 받아 뜨거워진 땅에서 반사하는 열기로 사막은 달구어져 있다. 온통 그럴 것 같은 사막에서도 간간이 이른 봄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난 것과 같은 푸른 들판을 만나게 된다. 아, 이건 또 어떤 종일까?

사진 위부터)뭉치뿌리부추 꽃·묵은 잎이 달려있는 모습·몽골부추·실부추·한라부추.

이렇게 넓은 들판을 푸르게 장식한 식물, 이렇게 메마른 사막에서 싱싱함을 잃지 않는 식물, 바로 부추의 일종이다. 파, 마늘, 부추, 모두 같은 과 같은 속이다. 수선화과 부추속에 속하는 종들이다. 한국사람 입장에서 보면 재배하는 채소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 부추 종류들이 설마 이렇게 넓은 면적에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는 야생식물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오로지 평평한 사막일 뿐, 대부분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그런 평원을 달리다가 어느 부추 밭에 내렸다. 잎의 길이는 20㎝ 남짓, 한포기가 한 줌 정도 된다. 1㎡에 2~3 포기 정도 자라고 있다. 전체 면적은 약 2㎢ 쯤 돼 보인다. 몇 종이 섞여 있기도 하지만 거의 80% 이상이 이 부추였다. 표본을 채취하고 보니 뭉치뿌리부추(알리움 폴리리줌, Allium polyrhizum)다. 알리움은 부추를 나타내고 폴리리줌이 '뿌리가 많은'의 뜻이므로 이렇게 이름 지었다.

실제로 이 식물을 캐보면 지하부에 많은 뿌리가 뭉쳐져 있다. 뿐만 아니라 해묵은 잎들이 마른 채로 떨어지지 않아 마치 솜털처럼 덮여 있다. 이는 찬바람과 건조를 막아 추위와 가뭄에 견딜 수 있게 한다. 몽골 외에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에도 분포하는데 역시 건조지에 분포한다. 부추, 마늘, 파 같은 채소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재배하고 거의 매일 밥상위에 오르지만 사실은 이처럼 선인장 못지않게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다육식물이라는 사실은 잊고 산다.

사막과 초원으로 대표되는 몽골에는 넓은 지역이 연강수량이 불과 200㎜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부추종류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물 한 방울 없는 메마른 사막에서 몸 안 가득 물을 머금고 있다가 가축의 목을 축여 주고 결국에는 사람에게도 수분을 제공해 주는 사막의 신선채소인 셈이다.

이번 탐사에선 뭉치뿌리부추 외에 두 종류의 부추를 더 만났다. 몽골부추(알리움 몽골리쿰, Allium mongolicum)도 그 하나다. 학명은 ‘몽골에 자라는 부추’라는 뜻이다. 몽골 내에서 이 종은 동몽골에서 서몽골까지 분포하지만 주로 남쪽과 지금 우리가 탐사하고 있는 서쪽 지역에 치우친다. 흔한 편은 아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뭉치뿌리부추와 거의 같은 지역에 분포한다.

또 한 종은 실부추(알리움 아니소포디움, Allium anisopodium)라는 종이다. 학명의 아니소포디움은 '발의 길이가 서로 다른'의 뜻이다. 아마도 같은 화서 내에서도 작은 꽃대들이 서로 길이가 다른데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식물은 카자흐스탄, 러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까지 분포한다. 분포가 광범한 바와 달리 실제 분포지에서 이 종을 보는 건 행운이랄 수 있다. 한국의 속 식물지라는 자료에는 강화도에 분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평양에서 발간한 조선식물지에는 북부와 중부에 자란다고 되어 있다. 다만 이 종의 국명을 우리와 달리 쥐달래라고 하여 다르게 부르고 있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알리움속 식물 ‘부추·마늘·파’

이들은 모두 알리움속(Allium) 식물이다. 알리움이라는 속명은 라틴어로 마늘(갈릭, garlic)을 의미한다. 이 속명은 1753년 린네가 처음 썼는데 마늘이 가지고 있는 냄새 때문에 그리스어 '피하다(어보이드, avoid)'를 뜻하는 알레오(aleo)에서 유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속명의 우리말 명칭은 부추속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파속이라고 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마늘을 가장 먼저 기재했거나 또는 가장 대표적인 식물로 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부추를, 북한에서는 파를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부추속 식물은 전 세계에 660종이 알려져 있다. 주로 아시아에 분포하고, 일부 종이 아프리카, 중앙 및 남아메리카에 자라고 있다. 몽골엔 52종이 분포하고 이다.

우리나라엔 14종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5종이 재배종이고 나머지 9종은 자생종이다. 이웃하는 중국에 138종, 일본에 12종이 자란다. 중앙아시아도 80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포경향을 보면 대체로 아시아의 건조한 지역이 분포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추속은 북한에만 분포하는 종이 산파(Allium maximowiczii), 노랑부추(Allium condensatum), 털실부추(Allium anisopodium var. zimmermannianum) 등 3종, 그 외로는 대체로 한반도와 제주도에 공통으로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까지 분포하는 종으로는 달래(Allium monanthum), 산달래(Allium macrostemon), 한라부추(Allium taquetii), 산부추(Allium thunbergii) 등 4종이다. 그 중 한라부추는 강원도(화천), 전라북도(덕유산)에도 분포하지만 한라산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결국 부추속 식물은 중아아시아를 중심으로 분화하여 중국,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로 영역을 확장하여 일본열도까지 퍼졌다. 그 중 한라산에는 몽골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중국, 시베리아와 공통종도 분포하지만 별개의 종으로 진화한 한라부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라산에 분포하는 식물들은 확산하여 들어온 종과 적응을 통해 진화한 종들이 함께 있는 것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5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