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죽음을 통해 밝히는 삶의 진정한 의미

[책세상] 죽음을 통해 밝히는 삶의 진정한 의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
  • 입력 : 2018. 02.09(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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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반열에 오른 죽음 연구서
'죽음의 5단계'를 최초로 소개
삶과 죽음에 관한 심오한 교훈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것 가운데 유일하게 공평한 것은 '죽음'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이자, 유한성을 일깨워주고, 그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때문에 '죽음'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두려움이자, 불길하고 혐오하며 피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러한 '죽음'을 감추고 기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고 대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죽음과 죽어감'은 그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겪은 그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낸 것으로 출간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간과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언젠가는 삶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비인간적인 죽음으로 일생을 마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 원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나?' 여전히 많은 사람은 진정한 삶의 연장선에서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년 반 동안 직접 죽어가는 환자들을 만나 그들이 살기 위해 어떻게 투쟁하고, 치유할 수 없는 병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문제들을 탐색하고 연구하고 인터뷰한 내용 등을 정리한 것이다. 오랜 연구와 세미나 등에도 불구하고 프로이드나 융의 공식같이 어떠한 이론에 끼어 맞춘 것이 아니라 죽음이 임박해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들이 겪는 심적 변화와 과정들을 솔직하면서도 면밀하게 그리고 있다. 그가 제시한 죽음의 5단계(부정과 고립, 분노, 협상, 우울, 수용)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립됐으며, 세계 최초의 호스피스 운동을 비롯해 아직도 환경, 사회적 권리, 보건 의료 등 인간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죽음이란 분명 피할 수 없는 비극이지만 이것을 이해하고 직시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죽음과 죽어감 역시 삶의 일부로 여기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처럼 죽음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면서 자연스럽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하지만 죽는 방식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충분히 더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우리가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오늘이 마지막인 듯 인생을 더 충실히 살아가고, 마지막을 더 인간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청미.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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