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7)]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 ⑦말라버린 하얀 호수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7)]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 ⑦말라버린 하얀 호수
광활한 평원 한가운데서 하얗게 반짝이는 결정체들
  • 입력 : 2018. 02.18(일) 2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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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호수, 플라야 평원이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메마른 호수 바닥에서 사는 식물들
소금결정이 몸통에 달라붙어 있어

김찬수 박사

저게 뭐지? 호수일까? 아니지, 호수의 물 색깔이 저럴 수는 없지. 그렇다면 하얀 모래? 우리가 뜨거운 태양아래 눈 덮인 설산을 기록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고 서둘러 떠나는데 저 멀리 우리의 오른쪽 동편 높은 산과 연결된 광활한 평원의 한 가운데가 반짝이는 지평선을 보게 됐다. 호수도 아니고 모래도 아닌 듯 했다. 소금? 북아메리카 서부사막을 탐사했을 때 본 소금사막이 떠오른다.

결단을 해야 했다. 저기를 간다면 아무리 서둘러도 3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이번 탐사에서 어떤 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은 장소다.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딪쳤을 때 결정에서 고려해야할 점은 탐사에 도움이 되는 가이다. 비록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온다 해도 저런 곳을 탐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탐사가 다음 이곳을 조사할 학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더군다나 이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처음 보는 지형 지질이다. 저런 곳에 사는 식물은 어떤 종들인 지 모른다. 우리는 주저함 없이 도전했다.

엥헤, 저곳으로 갑시다. 자동차는 길도 없고 누군가 다녀간 바퀴자국조차 없는 모래 위를 미끌어지듯 달린다. 그러더니 목표로 정한 지점에서 1㎞도 더 남긴 곳에 멈춰버린다. 아니 그러잖아도 시간이 없어 초조한데 왜 여기서 멈추지?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잘못 갔다간 자동차가 빠져 옴짝달싹 못할 수 도 있다는 대답이다. 이렇게 된다면 예상보다 자꾸 지체되는 상황만 이어지는 셈이다.

자동차에서 내리면서 줌부레박사가 탐사노트를 내민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이 뭔지 알았다는 뜻이다. 거기엔 탄산나트륨을 나타내는 분자식(Na2CO3)이 쓰여 있었다. 아, 난 아직까지 부끄럽게도 이런 물질로 된 사막이 있다는 사실은 한 번도 본적도 들어 본적도 없었던 터였다. 어느 대원에게 저 토양을 채집할 것을 지시했다.

플라야 평원에 핀 황금갯길경.

소금결정이 몸통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

식물을 채집하고 촬영도 하면서 한편으로 관찰내용을 기록하며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직경은 수 ㎞쯤 돼 보이지만 전체적인 규모는 알 수가 없다. 밀가루 같은 결정체로 완전히 덮였는데 햇빛에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

이 결정체들은 만질 수 있을 정도의 두께이긴 하나 바닥의 흙을 빼고 순순한 결정체만 집을 수 있을 만큼 쌓여 있는 상태는 아니다. 바닥은 넓고 굴곡 없이 평평했다. 대원들이 지나간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힌다. 식물체라곤 한 포기도 자라고 있지 않다. 호수 바닥임이 분명했다. 소다호수가 증발해버린 플라야(playa)라는 지형이다. 제주도에는 없는 지형이다. 우리나라 남북한을 통틀어도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꽤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황금갯길경(리모니움 아우레움, Limonium aureum)이 단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모니움속은 갯길경속이다. 제주도의 해안,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는 곳에 갯길경(리모니움 테트라고눔, Limonium tetragonum)이 비교적 흔히 자라고 있다. 본란 12회 코그노칸산 근처 반사막의 모래언덕에서 둥근갯길경(리모니움 플렉수오숨, Limonium flexuosum)과 함께 자세히 다뤘다. 아우레움은 '황금색을 띠는'의 뜻을 가지는 라틴어 아우레우스(aureus)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 우리말 이름은 자연스레 황금갯길경으로 짓게 됐다. 그런데 이 식물체의 몸에는 온통 소금결정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다. 어디 고통 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었던가?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소다호수가 증발한 ‘플라야’ 지형

소다음료, 소다수 등 요즘 소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소다는 영어 soda인데 어쩐 일인지 정확한 뜻과 무관하게 그냥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듯하다.

이 소다는 엄밀한 의미에서 탄산나트륨(NaCO)을 말한다. 넓은 뜻으로는 탄산나트륨 또는 그 수화물(탄산소다), 가성소다라고도 하는 수산화나트륨(NaOH), 중탄산소다라고도 하는 탄산수소나트륨(NaHCO)을 총칭한다. 좁은 뜻으로는 결정소다(NaCO·10HO)를 가리키는데 이것은 세탁소다라고도 한다.

또 나트륨을 함유한 것을 나타내는 의미로 황화소다·아세트산소다·소다철백반 같이 화합물의 이름으로 나트륨을 소다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이 물질들은 바꾸어 말하면 황화나트륨, 아세트산나트륨, 나트륨철백반 같은 화합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높은 압력으로 혼입한 청량 탄산음료수를 소다수나 소다라고 부르는 것은 이를 근거로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몽골에는 이 소다가 천연적으로 쌓여 있는 곳들이 있다. 특히 서부 몽골에 많다. 호수의 물 1ℓ에 녹아 있는 염분이 500㎎(0.5g)을 초과하는 호수를 염호라고 한다. 염분이라고 하면 소금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서 말하는 염은 광물질이라고 보면 된다. 건조한 지방에 있는 호수는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기 때문에 물이 들어오기는 하나 나가지는 않는다. 그러니 물속의 여러 성분이 서서히 농축되면서 염분이 높은 염호가 된다. 성분은 Na, K, Ca, Mg, SO4, Cl, HCO3 등이고 알칼리성을 나타내는 것이 많다.

증발량이 심하면 염분을 침전시키면서 염사막으로 변한다. 이처럼 사막에서는 강수량, 증발량, 유역면적, 투수층의 투수성에 따라 일시적인 염호나 영구적인 염호가 발달한다. 이들을 넓은 의미에서 소다 호수라고도 하는 것이다.

사해나 그레이트솔트 호는 영구적인 염호이며 일시적인 염호는 플라야(playa) 호라고 한다. 사해는 함도가 ℓ당 226g에 달해 인체가 물 위에 뜰 정도다. 그레이트솔트 호는 1869년 이래 기후변동에 의해 차이가 있지만 ℓ당 137.9~277.2g의 고형물을 함유하고 있다.

염호가 완전히 건조돼 고결되면 말라버린 호수바닥에 염 결정이 형성돼 플라야라 부르는 평원이 형성되고 여기에 물이 고이면 일시적으로 플라야 호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 플라야 평원의 가운데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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