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우리민족 실존 내면 탐색하는 노정

[책세상] 우리민족 실존 내면 탐색하는 노정
원종선의 '요동, 고구려산성을 가다'
  • 입력 : 2018. 03.09(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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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위해 직접 요동 이주
산재한 73곳 사진·기록물
도올 "치열한 현장답사기"

우리나라의 영토가 가장 광활했던 고구려. 기원전 37년 주몽이 건국한 고구려는 졸본 지방에서 일어나 한반도 북부와 중국 동북지방을 무대로 발전한 고대국가로 668년에 멸망했다. 올해로 1330년 전 고구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저자인 원종선씨는 수년간 요동에 산재한 고구려산성 73곳을 철저한 현장탐사기록을 통해 그의 책 '요동, 고구려 산성을 가다'에 담아냈다. 중국학자들의 연구자료를 참고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에서 통용되는 지명과 민담까지도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현장조사를 위해 요동반도의 끝자락인 중국 대련으로 거주지를 옮겨 산성 하나하나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기록한 열정을 책 속에 표출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고구려산성이 장기적 국방계획의 설계에 따라 축조된 것임을 일깨운다. 보존 상태가 좋아 고구려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산성이 있는 반면 대부분 성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어 가슴 아프게 한다.

요동반도는 중원세력이 내륙과 해양을 통해 고구려를 침략할 때 거치는 관문으로 군사요충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구려가 당시 세계 최강인 수·당제국의 막강한 대군의 침입을 요동에서부터 어떻게 방어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즉, 요동반도 방어의 특징은 내륙으로 침략해오는 적군을 막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해양을 통해 침투하는 적을 막기 위해 강들의 중·하류에 다수의 산성을 쌓았다고 기술한다.

저자는 고구려산성의 전략적 가치와 함께 고구려를 바로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충만하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민족 실존의 내면을 탐색하는 노정이기도 하다.

도올 선생은 서문에서 '내가 원종선을 만나게 된 인연은 하나의 우연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거대한 우주적 필연이었다.(중략) 이 책은 원종선이 요동반도 안에 있는 73개의 고구려산성을 두발로 답사한 기록이다. 아주 피상적인 수박 겉핥기식의 사진첩이나 여행기는 있으나, 이와 같이 치열한 현장답사기는 유례가 없다.(중략) 먼 훗날에는 이 원종선의 연구만이 우리 고대사를 복원하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유일한 지석(誌石)이 될지 모르겠다.'고 기술했다.

저자는 민족의 흔적이 더 없어지기 전에, 현 상황이라도 제대로 기록하기 위해 지금도 요동의 벌판과 산악을 누비고 있다. 도올 김용옥 서문, 통나무.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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