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0주년 의미와 과제] (중)국가는 어디에 있나

[제주4·3 70주년 의미와 과제] (중)국가는 어디에 있나
완전 해결… 진정성 있는 실천의지 보여야
  • 입력 : 2018. 04.01(일) 20:00
  • 이윤형 선임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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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0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은 요원하다. 희생자 배·보상과 군법회의 무효화 등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절실한 이유이다. 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 2중 촬영. 강희만기자

진상규명 요구 탄압… 국가권력이 독점
특별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 제자리걸음

국가 책임있는 역할 촉구하는 목소리 여전


4·3은 사건발생 이후 50년 가까이 국가권력이 독점했다. 2000년 1월 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만 해도 제주4·3은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남로당의 폭동"이라는 인식이 여전했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이 4·3을 논의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유족과 도민에게는 반세기 가까이 말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었다. 언급하는 것조차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 탓이다. 4·3사건 자체도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 수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켰지만 진상규명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4·3은 4·19혁명 후 1960년 국회차원에서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진상규명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5·16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이를 가로막았다. 이후에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방해한 세력은 다름아닌 국가권력이었다. 부모나 자식의 죽음은 인간에게 있어서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는 극한적 고통이다. 그런데 국가권력은 그 무고한 죽음의 진실을 알려는 당연한 요구를 외면하고 탄압했다.

정부가 2003년 진상보고서를 확정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지도 15년이 흘렀지만 국가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10월 31일 4·3사건 당시 국가권력의 잘못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된데 대해 유족과 도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국가의 사과와 반성,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인 4·3에 대한 해결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실천의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진상보고서를 확정하면서 정부에 건의한 7대 사항조차 아직 다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4·3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은 생색내는 수준에 그쳤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사업이 좌우된 탓이 크다. 유족과 도민들이 70주년인 올해 4·3의 완전한 해결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유족과 도민들 사이에선 우려가 없지 않다. 희생자 배·보상과 군법회의 무효화 등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을 비롯 주요 현안은 제자리 걸음이다. 물론 이는 특별법 처리를 미루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큰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다.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협조를 구하는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 4·3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 문제도 순탄치 않다. 중앙부처가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들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이유가 없다"며 근본 질문을 던졌다.

70년 전 제주도민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국가권력에 의해 이리저리 내몰리면서 3만여 명의 희생을 불러왔다. 국가가 국민 앞에 떳떳해지려면 비극의 역사도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고 되돌려 놓으려는 진정성 있는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는 거저 주는 시혜가 아니라 의무이자 책임이다. 70주년 4·3을 맞아 국가는 어디에 있는지, 책임있는 자세와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내일 7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실천의지를 밝혀야 한다. 이윤형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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