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9/제주의 성장통을 뛰어넘자]

[창간29/제주의 성장통을 뛰어넘자]
"제주가 잘 나간다는데, 왜 도민은 행복하지 않죠?"
  • 입력 : 2018. 04.22(일) 19: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는 지금 인구증가와 함께 양적성장 중심의 관광정책으로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도민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환경의 총량을 감안한 적정인구의 규모와 현안 해결을 위한 도민사회의 공론화, 협동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라일보DB

인구 증가만이 규모의 경제 발전이란 고정관념 깨고
제주 먹거리인 환경총량 감안한 적정인구 고민할 때
성장일변도 정책 고집은 성장통 넘어 성장병 가능성
속도 더디더라도 지속가능한 성장모델 찾는 게 중요

인구 70만명을 바라보는 제주도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입인구가 빠르게 증가한데다 관광객도 함께 숫자를 늘리면서 상하수도·쓰레기·부동산·교통 등 사회 전반의 인프라에 과부하가 걸려 도민의 삶이 질이 뒷걸음질치는 상황이다.

일정 규모의 경제발전과 지역 경쟁력을 키우려면 인구도, 관광객도 늘려야 한다는 게 행정의 일관된 목소리였다. 그런데 최근 인구가 빛의 속도로 증가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도민 행복도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쯤 되고 보니 인구 늘리기 중심의 정책으로 불가피한 개발이 불러올 자연환경과 마을공동체 파괴 등 제주사회의 변화가 제주 원주민과 이주민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에 따라 제주섬에 사는 이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제주의 '핵심 철학'은 무엇인지에 대한 도민사회의 공론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구 변화나 예측불가능한 국내외 환경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청정 섬'이란 타이틀을 지키고 도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서다.

▶인구 늘리기만이 능사인가?=제주 최상의 종합계획으로 2012년 확정된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은 2021년 상주인구를 70만명으로 설정했다. 또 제주도가 2017년 내놓은 도시기본계획은 2025년 목표인구를 '100만명'(상주인구 75만명, 체류인구 25만명 포함)으로 삼고 있다.

제주 인구는 50만5784명(1992년)에서 60만7346명(2014년)까지 10만명 증가하는 데 20년이 넘게 걸렸다. 그에 견주면 최근 4~5년동안의 인구 급증세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제주에서 빠져나가는 인구가 유입인구보다 훨씬 많았던 제주는 2010년 순유입으로 전환된 후 2014년에만 1만1112명이 순유입되며 역대 최고기록을 썼다. 그 후 2015~2017년에도 연간 1만4005~1만4632명이 순유입돼 인구는 2015년 62만4395명, 2016년 64만1597명, 2017년 65만7083명으로 숫자를 늘렸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목표인구 100만 시대를 얘기하면서도 각종 개발계획의 상위지표인 인구수를 감안한 도시개발과 하수도 용량, 교통체계 등 성장관리정책은 '예측가능한 행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는 "제주환경의 총량을 감안할 때 적정 인구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제주 먹거리의 기본 밑천은 환경인데, 제주도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100만 시대를 맞추기 위한 성장일변도의 정책은 현재의 성장통을 넘어 도민 삶의 질이 더욱 나빠지는 성장병에 걸릴 것"이라며 "약을 먹고 빨리 성장할 것인지, 자생적으로 천천히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지를 심각하게 되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등한 집값에 넘치는 쓰레기= 제주 인기가 치솟고, 인구 증가로 주택 수요도 늘면서 집값은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몸값을 높였다.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한국감정원의 자료분석 결과 2017년 12월 기준 도내 주택평균매매가는 2억7308만원으로 2015년 12월(1억8887만원) 대비 44.6% 상승했다. 이 기간 전국평균 주택매매가는 13.3%(2억4613만원→2억7898만원) 올랐다.

도내 차량 등록대수는 2013년 33만4426대에서 2017년 50만197대로 49.6% 늘었는데, 이 기간 주차면수는 25만5984면에서 35만8089면으로 39.9% 증가하는 데 그쳐 심각한 교통난과 주차난에 맞닥뜨렸다.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4년 976t에서 2017년 1302t으로 33.4% 늘면서 쓰레기처리 대란을 불러왔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청년 취업은 좁은문=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제주지역 경제성장률은 4%대 중반으로, 전국 전망치(2.9%)를 크게 웃돈다. 2016년 경제성장률은 6.9%로 전국 성장률(2.8%)에 견줘 훨씬 양호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제주의 청년들은 여전히 양질의 일자리에 목마르다. 2017년 기준 도내 취업자는 37만4000명으로 2007년(28만7000명) 대비 30.3%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증가다. 하지만 연령대별로는 이 기간 청년(15~29세) 취업자가 4만9000명에서 5만1000명으로 4.1%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가 4만5000명에서 6만8000명으로 51.1% 증가한 것에 견주면 청년층의 일자리가 얼마나 '좁은 문'이었는지 알 수 있다. 장년층의 고용 증가는 퇴직 후 생계형 창업 증가와 공공부문의 노인일자리사업 효과다.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도민들은 아침 출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부터 전쟁을 치른다.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후 안정적인 일자리는 찾을 수 있을지, 결혼 후 집 한칸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고민인 현실에서 도민들이 원하는 제주사회는 결국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함축할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의 목표인구 설정은 도민 공론화와 협의 과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기간에 인구 급증으로 인한 쓰레기 처리대란과 부동산 폭등, 꽉 막히는 도로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촘촘한 해법 없인 지금의 고통이 우리세대를 넘어 미래세대의 짐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제주사회를 구성하는 원주민과 이주민, 체류민간 제주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소통의 부재도 문제다. 원주민들의 시선으로 본 이주민은 제주의 평화로운 일상을 흔들어놓은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해 마냥 반갑지가 않다. 원주민에게 '육지것'으로 불리는 이주민 입장에선 원주민의 배타성이 서운하거나 당황스러울 적이 있다고 한다.

우후죽순격 택지 개발은 도심 팽창으로 인한 원도심 공동화와 녹지공간을 야금야금 잠식하면서 녹지축이 사라지는 삭막한 도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영국 도시계획의 근간인 '계획허가제'는 도시개발 인허가를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현실에 따라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도시기반을 마련한다는 데 있다. 지자체의 분권과 주민참여기회 확대, 개발주체간 민주적 논의나 협상과정을 통해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유지하는 개발규제시스템으로 공익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제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행복나눔제주공동체 민복기 사무국장은 "급격하게 제주인구가 증가하면서 부작용이 많지만 원주민과 이주민간, 젊은층과 중장년층 등 다양한 계층과 세대간 소통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지역사회의 같은 현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고, 문제를 함께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담론의 장이 마련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역의 문제를 혁신적인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공-민간-시민의 협동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0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