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나'만이 아닌 '우리'가 잘사는 경제

[문미숙의 백록담] '나'만이 아닌 '우리'가 잘사는 경제
  • 입력 : 2018. 05.28(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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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제주에서도 조금씩 높아지는 분위기다.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인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도내 공기업과 잇달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차츰 익숙해지는 건 문재인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줄곧 강조하고 있는 키워드인 영향이 크다.

이즈음 사회적경제와 관련해 제주에서 추진하는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학교협동조합과 로컬푸드 육성·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움직임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4월 이르면 내년부터 희망하는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학교협동조합 운영 모델 및 수익구조 발굴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또 최근 제주자치도는 지속가능한 제주농업과 소비자 건강 증진을 위해 제주에서 생산·가공·유통·소비되는 안전한 로컬푸드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협동조합의 경우 여러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활발한 강원지역 학교협동조합을 잠시 들여다본 직후 나온 발표라 더욱 눈길이 갔다.

강원도가 2014년부터 학교 협동조합에 주목한 이유는 교육현장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어려서부터 '경쟁' 하는 법은 배웠지만 '협동'을 배울 기회는 제한적인 아이들에게 협동조합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관심있는 교사·학부모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교육부터 어렵사리 출발했다.

그 결과 2016년부터 현재까지 8개 학교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전국 첫 초등학교 협동조합인 금병초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제품을 파는 학교 매점을 열어 사회적경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의 돌봄교실 참여 등 지역의 교육적 자원을 동원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해가고 있다. 특성화고인 한샘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은 외부에 위탁한 매점에서 불량식품을 파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 유해식품 판매를 차단하고 과자·음료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수익의 일부는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도 한다. 또 특성화고의 특성을 살려 운영하는 학과별 비즈쿨 전공동아리의 이점을 살려 만든 제품을 조합에 납품도 하면서 진로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렇듯 전국 곳곳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적성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회자되며 확장되는 일일 것이다. 제주에서도 현재 직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은 올린 직원협동조합에서부터 건강한 지역농산물을 살리기 위한 로컬푸드 식당, 여행 약자인 장애인전문 여행사에서부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친환경을 고집하고, 장애인에게 일자리 제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주형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하지만 이윤보다는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함께 행복하자는 협동조합의 이론에는 공감하지만 너무 이상적인 건 아닌지, 지속가능할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교육·정보의 접근성이나 제도적 환경, 전문인력 양성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또 사회적경제 육성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민·관, 그리고 사회적경제 영역의 협업에 혁신이 더해질 때 기존 시장을 놓고 뺏고 빼앗기는 경쟁게임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발굴과 성장의 열매가 맺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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