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4·3문학, 또 다른 4·3까지 껴안다

지난 10년 4·3문학, 또 다른 4·3까지 껴안다
4·3 70주년 시·소설·희곡·평론 등 문학선집
  • 입력 : 2018. 06.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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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제주4·3 70주년 추념식이 열린 이날,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 제주 안팎 예술가들의 이름이 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통해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다"며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기 때문이다. 그 첫머리에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이 있었고 김석범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이 뒤를 따랐다.

그렇다. 문학은 두려움을 물리치고 그만의 장치로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왔다. 그 일을 오래도록 해온 이들이 제주작가회의를 중심으로 한 제주 지역 문학인들이다.

문학을 통해 4·3을 알리려는 노력은 개인 창작 작업을 넘어 선집 발간, 4·3 시화전, 4·3문학기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문학선집만 해도 1998년에 나온 시선집 '바람처럼 까마귀처럼'을 시작으로 희곡·평론·산문 선집이 차례대로 묶였다.

제주작가회의가 '제주4·3항쟁 70주년'을 맞아 다시 문학선집을 냈다.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이란 제목으로 지난 10년간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이 발표한 4·3 소재 문학을 정리해놓았다. 시·시조, 소설·동화, 희곡·시나리오·평론이 한데 묶여 모두 3권으로 발간됐다. 수록작 발표 지면, 작가 약력도 각 권 말미에 실었다.

강덕환의 시 '백비'에서 출발해 홍기돈의 평론 '근대 이행기 민족국가의 변동과 호모 사케르의 공간'으로 문을 닫는 이번 선집에서 다루는 내용은 4·3에만 머물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듯 또 다른 4·3이 제주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커다란 생채기가 난 강정마을이 그러하고, 성산읍은 물론 제주섬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2공항 추진 논란이 그러하다. 종전과 같은 이념 대립은 사그라들었지만 그 자리에 안보와 경제를 내세워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래서 강정 해군기지, 촛불 혁명, 제주와 유사한 아픔을 지닌 베트남을 다룬 작품을 좇다보면 4·3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제주안에 갇힌 역사 속 박제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평화와 인권의 문제로 되살아나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비매품.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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