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제주를 디자인하다] (2)숲속의 제주 어떻게

[녹색제주를 디자인하다] (2)숲속의 제주 어떻게
단편적 접근으론 한계… 정교한 밑그림 그려나가야
  • 입력 : 2019. 03.12(화) 2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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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 고층건물들 사이로 도시숲이 조성된 제주시 신제주로터리 전경. 도시숲은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강희만기자

산림청, 품격있는 도시 위한 그린인프라 구축 방안 제시
제주도, 올해부터 행정시와 숲속 제주 만들기 본격 추진


봄철에 접어들면서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미세먼지의 공습은 일상생활은 물론 휴일 외출 풍경마저 바꿔놓는다. 사람들은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 경기침체나 북한 핵 위협보다도 더 큰 불만을 느끼는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조사결과 국민이 불만을 느끼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으로 5점 만점에 3.46점을 나타냈다. '경기침체 및 저성장'(3.38점),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3.31점), '수질오염'(3.29점), '성인병·실업 및 빈곤'(3.27점), '북한의 위협 및 북핵문제·노후'(3.26점) 등을 앞질렀다.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과 우려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이달 5일은 관측 이래 최악의 초미세먼지(PM-2.5)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142㎍/㎥), 광주(133㎍/㎥), 대전(117㎍/㎥), 세종(151㎍/㎥), 경기(147㎍/㎥), 강원(102㎍/㎥), 충북(130㎍/㎥), 전북(128㎍/㎥), 전남(94㎍/㎥) 등 9곳에서 신기록을 작성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75㎍/㎥를 초과하면 '매우 나쁨'으로 구분된다. 이날은 초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PM-10) 수치도 전국적으로 높았다. 수도권은 사상 첫 6일 연속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제주도에서도 이날 처음으로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다. 제주도의 상황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에 미세먼지 등에 의한 대기질 악화 등 환경위협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고 삶의 질 문제로 이어지자 공기질 개선이나 도시열섬·폭염 완화 등에 효과가 있는 도시숲 조성 같은 그린 인프라 대책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1월 미세먼지 저감 및 품격있는 도시를 위한 그린 인프라 구축방안을 내놨다. 기본 방향은 미세먼지 저감과 폭염 완화 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도시숲 등 그린 인프라를 확대하고, 도시 외곽 산림의 생태적 기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골자다.

도시숲 관련 정책도 기존 관 주도, 단위사업 중심에서 탈피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사람 중심의 그린인프라 구축과 통합적 관리를 통한 지속성 확보, 거버넌스를 통한 민간주도, 도시 내·외 연계 종합공간계획 중심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1인당 생활권 도시림을 12.43㎡로 늘려나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림청은 또한 내년 시행을 목표로 도시숲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속가능한 도시숲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기능 제고를 위해 조성·이용·사후관리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시 그린 인프라의 원활한 보전 및 조성을 위해 관련법령 개정 등 법적 제도적 장치도 서두르기로 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제주도 차원의 정교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일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도 전역에 걸쳐 121개소, 113.42㏊ 면적의 도시숲을 조성하는 등 꾸준히 그린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단편적으로 추진하면서 도시숲과 생활권과의 연계가 떨어지는 데다 기능별, 목적별 숲 조성에도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제주시, 서귀포시 양 행정시와 함께 올해 국비·지방비 등 예산 84억원을 투입 '숲속의 제주 만들기'를 본격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숲속의 제주 만들기를 위한 500만그루 나무심기에 예산 28억원 투입을 비롯 사계절 꽃피는 거리 조성에 1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또 도시숲 15㏊ 조성에 27억원, 명상숲 4개소 조성에 2억4000만원, 가로수 식재 및 관리에 17억원을 투입한다.

2019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881억원(국비 267억원, 도비 61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에서는 도시숲 조성과 가로수, 공익조림, 명상숲(학교숲), 가정 식수 등을 전개하며, 민간부문은 관광지구나 택지 조성지 등 각종 개발사업지와 신축건물지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생활권내 다양한 유형의 도시숲 조성으로 쾌적한 녹지공간을 제공하고 외곽 산림과 도시 그린인프라와의 가로수 연결축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시민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내 나무 갖기 등 도시녹화운동도 추진된다.

500만그루 나무심기는 지난달 28일 제주시 사라봉에서 기념식수와 함께 시작됐다. 이날 제주시는 (사)제주생명의숲국민운동본부, 이니스프리모음재단과 숲속의 제주 만들기 500만그루 나무심기 협약을 체결하고 상징수로 녹나무를 식재했다. 녹나무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상록활엽수로 병충해에 강하고 대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 가로수·공원 조경수로 가치가 크다. 이날 기념식수를 시작으로 제주시는 두 단체와 함께 숲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참여와 나무심기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제주도로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주목하면서 도시숲 확대 등 지역 실정에 맞는 그린 인프라 대책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의 도시숲 조성 정책에 대한 진단과 함께 기후변화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정책을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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