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주년/ 30년만에 다시보는 한라일보 창간호]

[창간30주년/ 30년만에 다시보는 한라일보 창간호]
“어둠 몰아내고 빛 밝히는 道民의 파수꾼 될 터”
  • 입력 : 2019. 04.22(월)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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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4월 22일자 1면 한라일보 창간호. /사진=한라일보DB

1989년 4월 22일 '도민이 만드는 도민의 신문' 다짐 속 탄생
창간 특집으로 20면 석간 발행… 1면에 창간 축시·화보 실어
국·한문 혼용 세로쓰기 편집 체제… 다양한 기획·특집 눈길


한라일보가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한라일보의 창간은 제주사회의 새로운 '말길'이 열린 계기였다. '또 하나의 언론'이 아닌 참언론상 구현을 강조하며 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1989년 4월22일 첫 발을 내딛었다. '도민이 만드는 도민의 신문이 되겠다'는 다짐 속에 탄생한 한라일보 창간호를 30년만에 다시 살펴본다.

한라일보 기자들이 창간호를 보고 있다

'濟州(제주)도민의 오랜 여망과 기대 속에서 마침내 漢拏日報(한라일보)가 오늘 창간되었습니다. 지난 8년동안 이른바 '一道一紙(일도일지)'라는 제도언론의 일방통행으로 올바른 '말문'이 막혔던 제주도민들은 이제 새로운 '말길'을 갖게 되었습니다.…한라일보는 오랫동안 일그러진 언론사로 얼룩져 왔던 이 땅에 '우리도 한 번 도민의 신문다운 正論紙를 만들어 보자'는 불타는 의욕과 신념으로 벅찬 진통을 깨치고 태어났습니다.…우리는 정의구현과 복지추구라는 사시(社是)로써 제주 언론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합니다. 한라일보의 출발은 그 동안 언론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민중의 등대로서 과연 제 구실을 다해 왔는가 하는 뼈저린 반성 위에서 비롯합니다.'

1989년 4월22일 발간된 '한라일보' 창간호의 창간사 일부다. '민주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어둠 몰아내고 빛 밝히는 도민의 파수꾼 될 터'라는 제목에 신문 발간 취지가 축약돼있다.

故 김윤식 화백도 네 컷 시사만화 '돌킹이'를 통해 '옛날의 사발통문식 言論, 그러다가 우후죽순식 언론滿開, 또다시 관제, 어용 언론, 드디어 자유민주 언론 시대에…(문을 활짝 열고 돌킹이 첫 인사 드립니다.)'라며 한라일보 창간이 갖는 의미를 새겼다.

창간호는 특집으로 대판(현 신문 크기) 20면이 석간으로 발행됐다.

윤전기로 신문 인쇄 작업을 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한자를 섞어 쓰는 세로쓰기가 훨씬 일반적이었고, 한라일보도 국한문 혼용 세로쓰기 편집이 이뤄졌다. 한란을 배경으로 한 '漢拏日報' 제호는 신문 오른쪽에 세로로 배치됐다.

기사 제목은 오늘날과 같이 고딕과 명조체를 사용하고 있다. 주제목이 고딕이라면 부제목은 명조를 쓰는 식이다. 먹색으로 제목을 강조하는 편집 기법도 눈에 띈다. 최근엔 왼쪽맞춤 편집이 이뤄지고 있지만 당시 세로편집에서는 제목에 가운데 맞춤이 많았다.

창간호 편집내용을 살펴보면 '漢拏日報, 너 偉大한 탄생이여!'를 머리 제목으로 단 1면에는 창간축시(김광협 시인)와 화보(고길홍 작가)가 실렸다.

2면에는 창간사와 특별기고, 기관장축사, 축하휘호, 만평이, 3면에는 국회의원·기관장 축사가 나란히 게재됐다. 4면은 經濟평론, 사고:창간5대사업, 축화가, 5면에는 풍속도(①)와 문인들 축사, 연재소설(바람까마귀①), 6면은 TV프로그램안내, 제주언론소사, 사고:연재소설(말 달리는 선구자), 7면은 사회면, 만화(돌킹이), 8·9면은 전면광고, 10면은 地自制 전망과 과제, 11면은 사연따라 七百里①, 연재소설(말 달리는 선구자①), 12·13면 제주도 종합개발계획 청사진과 과제, 14면 先賢의 고향①, 15면 창간기념정담(도덕재건을 주창한다), 16면 전면광고, 17면 '꼬레'…아침이 맑은 땅①:세레·롱베(佛)의 제주 탐험기, 18·19면 창간특집:본사 김태윤 특파원 중국을 가다①, 20면 광고 등으로 편집됐다.

특히 제주인의 뿌리를 재조명하는 대하시리즈 '先賢의 고향'과 제주도 역사 현장을 소개하는 '사연따라 七百里' 등 지면을 풍성하게 꾸린 다양한 기획·특집 기사가 눈길을 끈다. '중국 연변일보와 한라일보 "자매의 정을 나눕시다"'라는 머리제목을 단 창간특집 '본사 김태윤 특파원 중국을 가다'는 중국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언론인들과의 유대를 다지고, 중국대륙속에 살아 숨쉬는 한인사회 속 제주인의 숨결을 살펴보고 있다.

사회면 톱기사는 '46년만에 빛본 愛國志士 졸업증'이라는 제목을 달고 1920년 동아일보 창간에 참여한 제주출신 언론인 金明稙의 후손이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그의 졸업증명서를 46년만에 받았다는 기사가 장식됐다. 또 '性倫理(성윤리)가 무너진다'는 제목의 기사(부제 :'결혼 후 外道(외도)… 심하면 離婚(이혼)-30대·고학력이 많아')는 당시 지역사회상을 보여준다. 기사는 '순박하기로 이름난 제주도민의 성도덕이 최근 개방화,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크게 무너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특집 20호 창간호 이후 한라일보는 8개면을 발행했으며, 현재 16면 편집 체제로 그날그날의 '역사적 기록'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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