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 함께하는 실천 대입전략] (2)'무엇을 했느냐'가 아닌 '어떻게 했느냐'가 핵심

[JDC와 함께하는 실천 대입전략] (2)'무엇을 했느냐'가 아닌 '어떻게 했느냐'가 핵심
  • 입력 : 2019. 05.31(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학생부종합전형이란(1)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선동열이나 최동원을 떠올릴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는 누구일까? 라고 묻는다면 이승엽이나 양준혁, 이대호 등을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선수'는 누구일까? 선동열일수도, 백인천일수도, 이종범일수도 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좋은 야구선수'라는 정의부터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 범주를 넓히면 머리는 더 아파진다. 통상 가장 '뛰어난 선수'를 말하는 지표 중 하나는 그 선수의 연봉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현재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메시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데에 이견을 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약 2.5배의 연봉을 받는 추신수는 손흥민보다 2.5배 더 뛰어난 '운동선수'일까? 애초에 종목도 다르고 리그도 다른 야구선수와 축구선수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온당한 일일까?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위대함이 있다



그렇다면, 가장 '우수한 학생'의 기준은 무엇일까? 가장 뛰어난 '대학교 1학년'을 선발하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해야 할까?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런 상식적인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이해하면 편하다. 어떤 '좋음'에 대해 한 가지 기준만 적용하는 것이 가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축구선수'의 기준을 '높은 득점력'으로 정의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래서 월드컵 국가대표 축구팀이 11명의 손흥민으로 구성된다면, 우리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아마 우리가 뽑는 점수보다 상대팀이 더 많은 점수를 낼 지도 모른다. 공격수는 좋은 공격수의 기준이, 수비수는 좋은 수비수의 기준이 있다. 모든 4번 타자는 대체로 9번 타자보다 '좋은 타자'겠지만, 모든 4번 타자가 모든 9번 타자보다 뛰어난 '야구선수'는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홈런을 잘 못 친다고, 골을 잘 넣지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나만의 강점이 있고, 그것에 자신이 있으면 충분하다. '입학사정관'이라는 이름의 스카우트는 드러난 몇 가지의 기록만 보고 학생들을 평가하고 선발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류현진을 '100m 달리기 시합'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해서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손흥민과 류현진은 각기 다른 위대함이 있다.

물론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지만 그 경쟁의 바탕이 되는 일정한 규격의 운동장을 제공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우수함을 평가하기 이전에 기초적인 차원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운동선수라면 기초적인 체력, 운동신경, 승부욕 등이 있을 수 있겠다.



#'학교생활기록부'라는 이름의 운동장, '입학사정관'이라는 이름의 스카우트



학생부종합전형에도 정해진 규격의 운동장이 있다. 그것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이며 그 기록인 '학교생활기록부'이다. 그리고 이 경쟁의 바탕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를 큰 틀에서 학업역량/전공적합성/발전가능성/인성 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이 4개의 단어를 표면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학업역량은 그 학생의 '내신 등급' 그 자체를 뜻하지 않는다. 이 학생이 대학에서의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총체적인 역량을 뜻한다. 물론 이를 가장 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내신 성적인 것은 맞지만, 꼭 그것만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 고등학교 시절 물리학Ⅰ·Ⅱ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전체 내신 평균 1.5등급인 학생과 이 두 과목을 모두 이수한 내신 평균 2.5등급인 학생이 있을 때, 물리학과 교수라면 누가 더 물리학과 신입생으로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게 될까?

물론 내신은 높을수록 좋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참작되는 상황이 있고, 내신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좋게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

모든 스카우트는 자신이 속한 팀이 더 좋은 선수를 선발하기를 원한다. 입학사정관을 포함한 모든 대학 관계자는 자신의 대학에 더 우수하고 좋은 학생이 입학하기를 기대한다. 스카우트들에게도 이겨야 하는 경쟁팀의 스카우트가 있듯이, 각 대학에도 암묵적인 경쟁대학이 있다. 대학은 스스로 '우수한 학생'이라고 판단되면 선발한다. 무엇을 중심으로 그 학생을 우수하다고 평가할 것인지는 대학의 몫이지만 그 우수함의 기준은 수상경력의 개수, 학생부의 장수, 내신 등급 등 눈에 보이는 것뿐만은 아니다.

그 학생이 다녔던 고등학교의 저명함은 더더욱 아니다. 야구명문고의 주전멤버라면 평범한 고등학교 야구부의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명문고에서 그저 그런 벤치멤버였던 선수를, 평범한 야구부의 붙박이 주전으로 3년간 경험을 쌓은 선수보다 더 좋은 선수라고 평가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만약 벤치멤버인 선수를 프로팀에서 선발했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고 우리는 생각할 것이다. 모집정원이 제한된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오해들



학생부종합전형은 그 전형의 태생부터 정량적인 지표로 설명할 수 없는 전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오해들도 산적해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들이 보다 상세하게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일 수 있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 오해들은 앞서 설명했던 내용들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대표적으로는 '대학에 따라 합격 가능한 내신 등급이 정해져있다', '학생부는 두꺼울수록 좋다, 봉사활동/수상경력 등은 많을수록 좋다' 같은 것들이 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중 한 곳의 입학처장이 입학설명회에서 발표했던 최대/최소 관련 내용이 있다. 같은 해의 합격자 중, 내신 성적이 가장 좋았던 학생은 1.0등급이었지만, 가낭 낮은 학생은 5.4등급이었다. 학생부 분량이 가장 많았던 학생은 34장이었지만 가장 적은 학생은 11장이었다. 수상횟수가 가장 많았던 학생은 95개였지만 가장 적었던 학생은 5개였다. 봉사시간이 가장 많았던 학생은 538시간이었지만 가장 적었던 학생은 19시간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 '스펙'의 경쟁이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정량적인 결과라는, 일종의 '스펙' 경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준비는 방향성을 잃는다. 중요한 것은 기록된 결과를 가져온 실제의 활동이며, 그 활동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이다. 다섯 수레의 책을 읽었지만 삶의 변화가 없었다면 그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시간이다. 단 한권의 책을 읽었더라도, 그것으로 자신의 삶에 어떤 울림과 변화를 주었다면 그것이 곧 의미있는 시간이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전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아마 어떤 식으로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성패는 내 학교활동의 결과와 양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다. 내가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 나는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이 대학을 통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능성들은,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당연히 설명할 수 없다.

<전구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선임연구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6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