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제주여중 학생들이 숲속상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게임·상담·탐방하며 고민 나누고 다름도 이해 집중적·연속성 있는 프로그램 운영 의견 제시
"숲에 들어오니 머리가 맑아지고, 잘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답답한 도시와는 공기가 달라요. 학교에서는 공부에 치이는데 숲에 오니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리는 것 같아요"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한 숲학교를 찾은 제주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 41명. 22일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에 들어선 아이들은 숲을 마주하며 처음에는 겁을 먹었다. 서로 다른 반 친구들이라 관계도 서먹서먹하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과 친구와 금세 친해졌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사춘기 여중생들에게는 숲을 걷는 자체만으로도 '자연 동화요, 치유'다.
22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제주여중 학생들이 집단상담에 임하고 있다.
22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제주여중 학생들이 묵찌빠를 이용한 텔레파시 게임을 하고 있다.
이날 탐방길에 동행하며 강사로 나선 이영찬·한명희 제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은 "집단 또는 개인상담도 중요하지만 자연 속에 동화되고 또래끼리 활동을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좋다"며 "상담은 서로 간의 믿음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함께 걸으면서 개인상담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자체가 힐링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상담 전문가로서 아이들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게임 형태로 상담을 진행했다. 직접 등으로 느끼는 감각만으로 상대의 신호를 읽는 '등으로 묵찌빠 텔레파시' 게임과 서로 꼬아 잡은 팔을 풀어내는 '엉킨 빨래풀기' 게임은 놀이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협동을 통해 자신들의 처한 공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일깨웠다. 또한 고민이 있는 친구들이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아 상담하는 방법과 1388 연락처에 대한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상담시간 후에 만난 김서연 학생은 "내가 겪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22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제주여중 학생들이 제주여중 파이팅을 외치며 경례하고 있다.
22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제주여중 학생들이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이어진 탐방길 가운데 고지천에 도착한 아이들은 계곡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 숲에 대한 예찬과 숲학교에서 느낀 점을 하나둘 풀어냈다.
이연주 학생은 "학업 때문에 숲에 올 기회가 적은데 공기가 맑아 너무 좋고, 10대 아이들이 고민이 많은데 상담에 필요한 정보를 얻게 돼 숲학교가 유익했다"고 했다.
강민서 학생은 "가족보다는 또래 친구들이랑 와서 공감하는 부분이 더 컸고 '텔레파시 묵찌빠' 게임을 통해 같은 상황에서도 친구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서로의 다름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송다민 학생은 "오늘 야외활동을 계기로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스스로 자연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숲에 들어왔을 뿐인데 마음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을 인솔한 제주여중 진로담당 고동우 교사는 "숲학교에서의 상담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과 상담사 간의 공감대 형성이 안 된 상황에서 깊게 상담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짧은 시간에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연속성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숲학교는 '2019년 환경교육 체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도내 중학교 8곳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