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불법 숙박이 무서운 이유

[문미숙의 백록담]불법 숙박이 무서운 이유
  • 입력 : 2020. 02.03(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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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숙박영업의 폐해는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요소들이 늘 도사린다는 데 있다. 최근 강원도 동해시의 한 펜션에서 가스폭발로 일가족 6명이 사망한 참사도 불법 숙박이 원인이었다.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불법 숙박업소가 활개치면서 보다 강력한 처벌 근거와 체계적인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 업소의 경우 화재보험 의무가입이 아니어서 화재는 물론 각종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위생상태도 불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뜩이나 불황에 합법적으로 허가받아 운영중인 업소들은 불법 업소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작년 한 해 서귀포시는 단독주택, 아파트, 펜션 등 미신고 숙박업소로 의심되는 564곳에 대한 지도점검을 벌여 208곳을 적발했다. 이 중 81곳을 형사고발하고 나머지는 계도했는데, 불법임에도 계도한 곳이 더 많은 이유는 형사고발의 경우 필요한 투숙객 진술서나 불법숙박을 인정하는 운영자 진술서를 받기가 어려워서라고 한다. 불법이 의심되는 현장에 나가보면 대부분 문이 닫혀있거나 공동주택의 경우 현관 비밀번호를 알 수 없어 진입이 어렵다. 또 집주인이 내부 확인을 거부하면 사실상 강제로 점검할 수도 없다. 정황상 불법 영업이 의심되지만 서 너 차례의 현장확인에도 투숙객 진술서 등 물증 확보가 어려워 계도에 그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서귀포시는 올들어서도 불법 숙박업소 7곳을 적발했다. 숙박이 불가능한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서 불법 영업을 하다 시민들이 심야소음 등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적발된 경우들로, 숙박 공유 플랫폼에서 판매하다 덜미를 잡혔다. 급기야 서귀포시는 최근 불법 숙박업소에 대한 야간단속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여행객들이 대부분 숙소에 저녁에 입실하고 이른 아침에 퇴실해 현재 단속 시스템으로는 적발이 쉽지 않음을 감안한 조치다.

이어지는 단속에도 불법 숙박영업이 판치는 이유는 건축·위생·소방과 관련한 까다로운 점검을 피하고, 불법이 적발되더라도 벌금이 몇 십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시 물게 되는 벌금보다 합법 숙박업소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많으니 돈 욕심에 눈먼 불법 업소의 배짱영업이 단속을 비웃듯 꼬리를 잇는 셈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법 숙박업소가 인터넷 공유사이트에 광고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정치가 없다 보니 이용자들은 허가받은 숙박업소인지 따질 길이 없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숙박영업자가 업소내에 숙박업 신고증과 숙박요금표를 게시해야 하는 것처럼 인터넷 홈페이지나 숙박공유사이트로 광고할 때도 신고증 게시를 의무화해주도록 1년 전 제주도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했지만 여지껏 진척된 게 아무것도 없다. 또 숙박시설 소관부서가 각각 관광진흥법과 제주도관광진흥조례를 적용받는 관광숙박업과 휴양펜션업은 관광부서, 일반·생활숙박업(공중위생법 적용)은 위생관리부서, 농어촌민박(농어촌정비법 적용)은 농정부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여론도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숙박시설은 먹고 자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관광산업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임을 잊어선 안된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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