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이 책]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지금의 우리 만든 가슴뛰는 그날"
  • 입력 : 2020. 04.1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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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을 해녀 항일운동과 연결해 만화로 그려낸 김홍모의 '빗창' 중 한 장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4·3 그린 김홍모의 '빗창' 등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4권에


일본의 패망 소식이 퍼지자 제주 사람들은 저마다 '해방 조선'의 새로운 상을 그리며 마음이 들떴다. 항일운동에 몸을 던졌던 해녀들도 부녀회를 중심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준비했다. 해방이 되었지만 해방된 게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친일파들은 미군정 비호 아래 여전히 권력을 휘두르고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1947년 3월 1일 북국민학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엔 무려 3만 인파가 모여 완전한 자주독립과 통일, 민주주의와 평등을 외쳤다. 하지만 이날 벌어진 경찰의 발포 사건은 제주4·3의 도화선이 되었다. 무고한 이들의 희생으로 제주섬이 핏빛으로 물들어가자 해녀들은 "우리같이 물질허는 사람도 주인 되는 세상"을 열망하며 다시 한번 일어선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제주4·3편 '빗창'은 이처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4·3을 연결해 그려냈다. 전복 캐는 물질 도구에서 따온 표제처럼 해녀 련화, 미량, 재인을 주인공으로 억압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했던 그들의 외침을 들려준다.

만화 작업은 '좁은 방' 등 사회적 색채가 뚜렷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김홍모 작가가 맡았다. '순이삼촌'으로 4·3학살의 진실을 드러냈던 소설가 현기영은 '빗창'을 두고 "스토리텔링과 미술이 결합된 만화가 어떻게 훌륭한 종합예술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이제껏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해녀들의 투쟁이 아름답고 처절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고 했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은 4·3과 나란히 윤태호의 '사일구'(4·19혁명), 마영신의 '아무리 얘기해도'(5·18민주화운동), 유승하의 '1987 그날'(6·10민주항쟁) 등 네 권이 출간됐다.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해준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이다. 각기 개성 넘친 화풍으로 빚어낸 이들 만화를 따라가다 보면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쟁취해냈다는 걸 절감할 수 있다. 창비. 전4권 세트 5만6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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