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40년이 흘렀지만 못다 부른 오월의 노래

[책세상] 40년이 흘렀지만 못다 부른 오월의 노래
광주 5·18민주화운동 다룬 신간 세 권
  • 입력 : 2020. 05.2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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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가 증언한 열흘
무한 비평과 남겨진 과제

5·18은 한철이 아니다. 제주4·3을 4월에만 이야기하는 게 아닌 것처럼. 지난 월요일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을 거행했지만 못다한 5월의 사연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부채감으로, 사명감으로 써내려간 신간들을 소개한다.

홍성표(일지·메모)·안길정(기획·집필)이 공저한 '호텔리어의 오월 노래'엔 증언자가 있다. '광주관광호텔에서 본 5·18'이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겠다.

1980년 당시 광주관광호텔은 8층 건물로 전남도청 앞 광장과 금남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5·18이 일어나자 관광호텔은 자체 폐점했지만 영업과장이던 홍성표는 그곳에 남아서 5·18의 열흘을 체험했고 그것들을 세세하게 풀어냈다.

5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시 발생한 권용운 일병 사망 사건, 5월 21일 금남로 주변 옥상에서 벌어진 저격수들의 조준 사격, 5월 27일 새벽 호텔 맞은편 오른 측면에 있던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은 오직 그만이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5·18 공식 기록에서는 읽을 수 없는 상황들이 지난 40년 동안 수백 번 되새겼을 호텔리어의 기억을 통해 살아나고 있다. 빨간소금. 1만3000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꺼지지 않는 오월의 불꽃'은 '5·18 광주혈사'란 부제가 붙었다. 신군부 쿠데타와 광주학살의 배경 등 '광주항쟁'의 전주곡과 같은 역사, 광주항쟁 첫날부터 계엄군에게 진압되는 마지막 날까지 치열하고 끔찍했던 나날들, 광주학살의 주범과 공범, 남은 과제 등을 담았다. 저자는 광주 희생자와 유족에게 망언을 일삼는 이들이 여전한 현실에서 맹자의 말을 인용하며 죄는 물어야 하고, 용서는 죄지은 자가 잘못을 반성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두레. 1만9000원.

김형중·이광호가 엮은 '무한텍스트로서의 5·18'엔 그간 5·18과 관련해 제출된 유의미한 비평과 연구 논문 열네 편에 새로운 시각과 성찰을 담은 다섯 편이 실렸다. 5·18에 대해 아직 발설되지 않은 진실의 영역을 성찰하려는 한국사회의 지적인 노력들을 만날 수 있다. '부끄러움과 저항', '국가를 넘어서', '5·18, 무한텍스트', '김현과 5·18'로 나눠 5·18을 사회과학·인문학적으로 들여다본 글뿐 아니라 이를 다룬 문학작품과 영화 비평을 함께 묶었다. 문학과지성사. 2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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