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
이희섭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임수정이 나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에는 많은 길냥이들이 등장한다. 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 길고양이들은 자신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도도하고 의젓하며 고독을 즐기는 고양이의 습성을 이해해주고 그들의 삶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인간을 '고양이 집사'라고 한다.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복무하는 게 집사의 삶이니 '고양이 집사'역시 때론 엄마처럼 때론 친구처럼 자신의 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기쁨으로 함께 살아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좋은 노동이고, 보기 좋은 공존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양이에 관한 영화들이 눈에 띄게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전까지 동물을 다룬 영화들이 개에 관련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개 보다는 고양이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다. 당장 검색창에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영화를 검색만 해봐도 몇 십 편의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된 바 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막론하고 고양이에 대한 컨텐츠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건 아마도 길의 삶을 살던 고양이가 인간의 삶 가까이로 조금씩 더 파고들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길고양이를 홀대하던 도둑 고양이라는 근거 없는 말도 사라지고 있고 1인 가구가 늘어난 만큼 혼자 사는 삶의 외로움을 반려 동물과의 동거로 덜어내려는 싱글족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꽤 많은 반려인들이 고양이가 개보다 키우기 쉽다고 생각하며 고양이를 집으로 들인다. 단순하게 비교해보면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늘 인간의 곁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표현을 멈추지 않는 에너자이저 견공들보다 고양이는 조용하고 얌전한 동물인 것은 맞다. 개처럼 큰 소리로 짖지도 않고 새끼 때 부터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는 고양이는 도시의 싱글족에게는 더없이 근사한 하우스메이트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존재다. 그런데 실상은 조금 다르다고 한다. 고양이는 몸이 아파도 티를 잘 내지 않는 동물이라 아무리 집사가 주의 깊게 살펴도 어디가 아픈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내기 힘들다고 한다. 또한 수직 구조를 필요로 하는 동물이라 높은 곳에 오를 수만 있으면 몇 시간이든 창 밖을 내려다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의 속마음은 알아 낼 수가 없다. 고독을 즐긴다는 건 외로움이 무언지를 알고 있다는 얘기도 되어 궁금한 동시에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개에 비해 표현이 적고 미미하다고 하지만 고양이도 자신의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할 때가 있다. 식탐이 그리 많지 않은 고양이가 식탁 곁으로 와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옹이라고 말을 건넬 때, 침대에 누운 인간의 겨드랑이나 다리 사이 같은 조그마한 틈에 몸을 둥글게 말아 기대어 올 때, 꼬리를 바짝 세우고 인간의 다리에 헤딩을 하며 반가움을 표현할 때…. 그 수많은 작은 때에 고양이는 자신이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표현한다. 함께 산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고양이는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물이다. 예민한 고양이의 귀는 인간의 소리에 반응한다. 인간이 소리를 내어 책을 읽어줄 때 그들은 행복을 갸르릉 거리며 표현한다. 고양이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이러한 고양이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아마도 고양이의 집사인 창작자들은 고양이를 쓰고, 그리고, 찍고 싶어서 매일을 안달을 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새롭게 고양이의 귀여움을 찾아내고 빠져드는 동안 아직도 여전히 인간의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고양이들이 많이 있다. 몸이 다쳐 구조가 필요한 고양이, 인간에게 버림받아 마음을 다친 고양이 등 많은 귀한 생명들이 여전히 어렵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 얼마 전 어떤 광고에서 비 오는 날 털이 젖은 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서둘러 우리 집에서 함께 몇 년을 살고 있는 길고양이 출신 고양이 두 녀석을 한참을 쓰다듬어 주었다. 내 손길에 당연하다는 듯이 온몸으로 갸르릉 거리는 둘은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그 귀여운 생명체의 반응에 눈물이 멎고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는 함께 산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