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모두를 위한 의료'를 꿈꾸게 만든 의사

[책세상]‘모두를 위한 의료'를 꿈꾸게 만든 의사
김은식의 '장기려 리더십'
  • 입력 : 2020. 09.1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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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은 헌법을 고치고 부정선거까지 치르며 권력을 연장했다. 하지만 특기였던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닥치고 북한과의 체제경쟁까지 어렵게 되자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흔들리던 정권이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내놓았던 정책 중 하나가 의료보험제도였다. 박정희 정권은 어디에서 그 모델을 끌어왔을까.

그 답을 청십자의료보험조합과 그 설립자인 장기려(1911~1995)에게 찾은 책이 있다. 김은식이 쓴 '장기려 리더십'은 고인과 동행했던 이들의 증언을 더해 민주주의와 가장 거리가 멀었던 유신시대에 우리나라 의료보험 역사를 열었던 의사 장기려의 리더십을 살폈다.

평안도 용천에서 태어난 장기려는 가난한 사람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의사가 되었다. 국군의 손에 이끌려 남쪽으로 온 그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부산에서 천막을 치고 무료 진료로 복음병원을 시작한다. 병원 규모는 커져갔지만 그는 오히려 예전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에 빠졌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1968년 5월 13일 부산 초량동의 복음병원 분원에서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한국에서 기업이나 정부와 무관하게 민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첫 번째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조합을 통해 20년 동안 부산에서만 연인원 788만명이 혜택을 봤다. 건강이 돈의 대가일 수 없다는 신념은 병원의 문턱을 없애며 '모두를 위한 의료'를 꿈꾸게 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장기려 리더십을 카리스마, 영감, 지적인 자극, 개별적인 고려 네 가지로 소개했다. 희생을 통한 신뢰, 동기 부여,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모두에 대한 존중을 실천한 장기려는 추종자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어떤 보상을 약속해주는 방식과 달리 함께하는 이들의 선한 의지와 상호작용하며 서로 확장되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나무야.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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