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2021 제주미술계의 현안 : 장리석기념관과 제주비엔날레

[김영호의 월요논단] 2021 제주미술계의 현안 : 장리석기념관과 제주비엔날레
  • 입력 : 2020. 12.28(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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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백신으로 불안과 희망이 교차되는 가운데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문명사적 전환기'라는 학계의 선언은 제주 미술계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그중 제주도립미술관에 자리한 '장리석기념관'과 '제주비엔날레'는 도민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현안들이다.

우선, 장리석기념관은 제주도립미술관과 동일한 범주의 사업으로 시작됐다. ‘제주도립미술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이 완료된 이듬해인 2005년 6월, 장리석 화백은 제주도와 작품 기증 협약을 체결해 대표작 110점을 기증했다. 이를 계기로 도립미술관 건립 사업이 탄력을 받았고 장리석 화백은 제2의 고향인 제주도에 자신의 분신들을 영구 전시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미술관이 개관한 이듬해인 2000년 화백이 제주도를 상대로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 이유는 '창고처럼 지었다'는 것과 '기증작품 전체를 전시하지 못하는 작은 규모'로 전해진다. '지붕이 독립된 미술관'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장리석 화백의 패소는 예견된 것이었다. 2007년 11월에 작성된 ‘장리석기념관 설치 및 운영 협약서’에 이미 기념관의 위치와 규모 67평이 명시돼 있었다. “개관 후 장리석기념관의 중요성에 대한 도민적 합의를 거쳐 기념관 규모를 증축할 수 있다”라고 향후 계획도 수립해 놨다. 10여 년이 지난 2019년 3월, 화백이 103세로 타계하기까지 이렇다 할 발전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화백의 작품은 제주의 풍광을 담은 귀한 문화자원으로 가능성이 매우 큰 콘텐츠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제주도는 장리석기념관 문제를 포함해 도내 개인 미술관 정책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할 때가 됐다.

두 번째, 제주비엔날레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고 있는 사업으로 2017년 첫 회를 마친 이래 전문가들 사이에 혹독한 비난을 받아왔다. 제주비엔날레의 문제는 조직과 운영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출발한 성급함에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엔날레를 도립미술관이 주관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한시적 임기제로 임용된 도립미술관 관장이 예술감독을 선임하고 비엔날레 사업을 주관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2회 행사를 앞두고 선임된 예술감독이 제주도립미술관의 월권 및 갑질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요청한 사태 역시 예견된 것이었다.

대안은 제주비엔날레의 운영 주체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독립된 법인을 세우거나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 업무를 이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사례다.

비엔날레는 미술관과 근본적으로 다른 기관이다. 미술관의 고유 기능은 관련법이 정한 바 소장품 기반의 연구, 수집, 보존, 전시, 교육 등의 사업에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엔날레는 소장품 없이 동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선택해 파급하는 문화 실험실의 기능을 지닌 기관이다. 물과 불이 각각 고유한 기능이 있듯이 문화기관은 각각의 정체성을 지니고 상호 협력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최근 임용된 신임 8대 제주도립 미술관장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김영호 중앙대교수.한국박물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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