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의 월요논단] 아직도 제2공항의 미몽인가?

[김동윤의 월요논단] 아직도 제2공항의 미몽인가?
  • 입력 : 2021. 01.11(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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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중국 우한에서 위험한 감염증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두들 약간 주춤했어도 당분간 조심해야겠다고만 여겼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을 잘 극복해냈듯이 한두 달 정도면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했다. 각급학교의 개학이 2주 정도 미뤄질 때만 해도 좀 기다리면 모든 게 정상화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코로나19는 1년이 지나도 정상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지경으로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국내 누적확진환자가 약 6만8000 명에다 사망자도 1100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역 모범국가여서 이 정도지, 전 세계적으로는 엄청나다. 누적확진환자가 900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이미 1920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수만 본다면 미국이 37만8036명으로 가장 많고, 브라질이 20만1542명, 인도가 15만835명, 멕시코가 13만1031명, 영국이 7만9833명, 이탈리아가 7만7911명, 프랑스가 6만743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1월 9일 오전10시 기준).

연말연시의 이러저러한 모임은 커녕 경조사 치르기가 어렵고 가족끼리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까지 맞닥뜨리면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너무도 절감하고 있다. '소확행' 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가치임을 체득하고 있다. '대규모'나 '대단위'로 '대박'을 노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충분히 깨닫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전혀 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다른 행성에 사는 모양이다. 근래에 연간 16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고 해서 앞으로 그 3배에 달하는 450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 제2공항을 세우겠다고 한다. 2016∼2018년 4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절도, 폭력) 발생률이 전국 1위이자(성폭력은 전국 2위),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도 단연 1위인 실정인데도 대규모 개발로 더 많은 사람들을 오게 해서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부 마을이 35일 동안 격일제 급수를 하고 지하수 관측 수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는가 하면, 교통체증이 심각한 지경인데도 더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가 필요하단다.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이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터전을 잃은 '관광 난민'을 양산하고, 일본의 도쿄에서 관광객의 행실을 비난하는 '관광 오염' 시비를 불렀다는 소식을 그들은 못 들었는가. 관광객이 많다고 해서 지역주민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모르는가.

특히 우리는 코로나19가 인류에게 내린 준엄한 경고를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좀더 거리를 두고 성찰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환자와 사망자를 보유한 국가임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거대도시의 밀집된 생활과 대단위의 집합과 잦은 이동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지 않았는가.

이제는 덜 벌어서 덜 쓰고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삶이 일상화돼야 한다. 제2공항이야말로 그런 삶에 역행하는 길이다. 거대관광자본, 건설업자, 부동산업자의 배만 불릴 뿐, 지역주민의 삶은 황폐해질 것이 분명하다. 제2공항의 장밋빛 미몽(迷夢)에서 더 이상 헤매면 안 된다.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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