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열 박사의 버섯이야기] (2)무서운 독버섯들

[고평열 박사의 버섯이야기] (2)무서운 독버섯들
독버섯·식용버섯 구별하는 방법 전문가도 모른다
  • 입력 : 2021. 05.13(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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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달걀버섯.

붉은사슴뿔은 가장 강력한 곰팡이 독소
트리코테센 성분 생화학 무기로도 사용
독우산광대·개나리광대 중독사고 많아
버섯도 늙어가면 개별특징 사라져 비슷


▶화려하면 독버섯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알고 있다. 정말 그럴까?

수수한 생김새를 가지면 식용이 가능하고, 참나무에 나면 독버섯이 없고, 자루가 세로로 찢어지면 먹을 수 있고, 곤충이 먹고 있으면 독이 없는 버섯이고… 등등.

민간에 떠도는 식용과 독버섯 구별법은 다양하기도 하다. 하지만 '~카더라'하는 지식일 뿐, 모두 꽝이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한방에 구별하는 특별한 방법은 전문가도 모른다. 버섯 하나하나의 속성을 다만 공부해서 알 뿐이다.



▶독버섯이 화려하다는 속설은 어디에서 왔지?

빨간 갓 위에 하얀 점(인편)이 뿌려져 있고 흰 망토 같은 턱받이를 가진 광대버섯은 광대버섯과, 광대버섯속의 기준종으로 독버섯의 대명사처럼 알려졌다.

광대버섯.

개나리광대버섯.

처음에 이 버섯에서 무스카린(muscarine)이라는 독성분이 추출됐기 때문에 학명을 Amanita muscaria 라고 붙였지만, 실제로 이 버섯의 주 독성분은 이보텐산과 그 유도체인 무시몰(muscimol)이다. 90분 이내에 배설되는 이보텐산과 달리 무시몰은 대부분 우리 몸에서 그냥 배출된다. 무시몰 성분은 중추신경계에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이고 무스카린은 고도의 독성을 가진 환각성분이다. 그러나 광대버섯 속의 무스카린 성분은 아주 극소량이란다.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환각성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과거로부터 마약처럼 사용이 돼 온 여러 가지 전설이 있어 유명세를 많이 타고 있는 버섯이다. 마약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렇게 예쁜 버섯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문헌상 보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남아 있는 사진이나 표본이 없다.



▶누구 독이 더 쎌까?

붉은사슴뿔버섯은 독버섯 중에서도 제왕급이다.

붉은사슴뿔버섯.

붉은주머니광대버섯.

동충하초목에 속하고, 동충하초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대충 적당히 짐작하면 큰코 다친다. 아직까지 알려진 버섯 중에서 가장 강력한 곰팡이독소인 트리코테센 성분을 가지고 있다. 황우(yellow rain)라는 생화학 무기로 사용됐을 만큼 강력하고 치명적인 독이다.(황우는 비행기에서 살포하는 황색의 가루인데, 주로 적을 무력화시키는데 쓰였다.) 혀끝에만 대도 목이 심하게 붓는다. 붉은사슴뿔버섯을 달인 물을 마시면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고 피부 표피가 벗겨지며 머리카락이 빠지고 범혈구 증상과, 소뇌 수축으로 인한 언어 장애, 움직임 문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량으로도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먹어서도 안 되고, 만져서도 안 된다.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독우산광대버섯은 붉은사슴뿔버섯 못지않은 강력한 독을 가졌다. 섭취 시 10~20시간에서 급격히 심한 복통과 피를 동반한 구토가 따르며 강력한 콜레라증상의 설사가 생기고, 간장, 심장, 신장 장애와 심각한 탈수, 경련이 생기며 빠르게 독이 퍼진다.

사흘째에 일시적으로 회복기가 오나 이때 간이 완벽하게 파괴되고 나흘째부터 위장과 내장이 안쪽에서부터 출혈이 시작, 혼수상태와 고통이 번갈아 오다가 7일째 쯤 사망한 예가 있다. 한 개의 독우산광대버섯에는 청산가리의 43배에 해당하는 아마톡신을 함유하고 있다고 하니 버섯 자체가 하나의 독덩어리라 할 수 있다. 삶거나 끓여도 독이 분해되지 않으며, 식후 10시간 정도 잠복한다.

안타까운 건, 이 독버섯이 소화가 되면서 우리 몸에 흡수된 독이 혈관을 타고 우리 몸속의 여러 장기에 배달이 완료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게임은 끝난 거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은 한끗 차이다?

우리나라의 아마톡신 중독사고는 독우산광대버섯과 개나리광대버섯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동정키가 있다면 이런 중독사고 같은 건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방법은 없다.

달걀버섯.

독우산광대버섯.

달걀버섯은 맛있는 식용버섯이지만 유사한 붉은주머니광대버섯은 맹독이다. 사진에선 다른 점이 선명하게 보이는 거 같지만, 붉은주머니광대버섯이 비를 맞으면 갓 표면에 털 같은 인편이 떨어져 나간다. 갓은 비를 맞거나 햇볕을 맞으면 탈색되는 경우가 많다. 버섯도 늙어 가면 개별 특징이 사라지며 그럭저럭 비슷해져 간다. 이럴 때는 구별하기 쉬웠던 독버섯과 식용버섯이 전문가도 헷갈리는 유사종으로 돼 버린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바른 정보가 아니다. 화려한 식용버섯이 더 많고, 수수한 맹독버섯이 아주 많다. 세로로 자루가 찢어지는 것으로 독버섯의 차이를 구별할 수도 없다. 참나무에도 화경버섯이나 노란개암버섯과 같은 맹독버섯이 나오며, 달팽이는 독우산광대버섯을 맛있게 먹어도 중독되지 않는다. 버섯이 갖는 대부분의 독들은 적혈구를 가진 동물에서만 유독하다. 물론 파리를 잡는 독성분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독은 빨간 피가 없는 곤충들은 혈관을 타고 독이 침투하지 못하므로 그냥 배설된다.



▶독버섯은 없애야 한다고요?

독버섯 같은…, 독버섯처럼…. 많은 부정적인 문장의 앞에 독버섯 같다는 글귀가 붙는다. 그래서 숲길을 걷다가 화려한 버섯이 보이면 괜스레 발로 차거나 밟아 없애버리려고 한다. 나는 그게 못마땅하다. 인간이 가만히 있는데 독버섯이 먼저 다가와서 누군가를 해코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뱀처럼 물지도 않고, 독충처럼 쏘이지도 않는다. 버섯은 그저 말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몸에 좋은, 또는 좀 더 맛있는 버섯을 채취해서 먹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중독을 초래했을 뿐이다. 기억하자. 버섯이 없으면 건강한 지구도 없다. 관찰은 야생에서, 식용은 마트에서.

<고평열 자원생물연구센터 대표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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