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예방 목적으로 진행하는 하천 정비공사 하천 고유 기능·원형 훼손한다는 지적 제기 자연 친화적인 하천 정비를 위한 방안 논의
제주도가 홍수 예방을 이유로 진행하고 있는 하천 정비공사가 하천의 고유 기능과 원형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내 하천정비 사업 계획과 실태, 수해 예방 효과와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하천정비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은 공동기획의 일환으로 '천미천 하천 정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지난 13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는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부남기 제주특별자치도 재난대응과장, 송창우 제주와미래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송창우(송·사회)=천미천 등 도내 하천정비사업의 실태는?
▶부남기(부)=제주지역엔 국가천은 없고 전부 지방 하천으로 지정돼 있다. 개소 수는 총 61개소, 약 630㎞ 구간이다. 이 하천 전부에 대한 하천기본계획이 정부 관리에 수립된 것은 아니고, 이중 439㎞가 하천정비기본계획 상 수립돼 있다. 또 238㎞가 정비가 완료돼 진행률은 약 54%가량이다. 지금까지 하천 정비 사업에 투자된 사업비는 약 6389억원이다. 하천정비사업은 10년 단위로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해서 그에 맞게 지방하천의 치수라던지 하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비하게 되는데 하천기본계획은 수자원 기초, 그다음 환경, 조경 등 분야별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영웅(이)=그 과정에서 환경성 평가가 소홀한 측면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최근 5년 간 29곳이 정비 대상에 포함됐고, 공사비만 330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그 사업의 구간을 설정함에 있어서 필요성이나 타당성이 낮은 구간도 사업 정비 대상에 포함 되는 경우들도 있었고, 특히 최근 논란은 하천 정비 방식이다. 포클레인이 하천에 들어가서 공사를 하다 보니까 이제 하천에 있던 그 원형이 좀 훼손되는 부분이 있다. 원래 제주도 하천의 특성을 보면 용암의 흐름이 있었던 기암괴석이 있었고, 물웅덩이같은 소(沼)가 발달 돼 있고 또 하천 양 안으로는 활엽수림이 많이 울창하게 형성돼 있는 게 전형적인 제주 하천의 특징이다. 그런데 정비 사업을 하면서 석축을 쌓다 보니 수목, 지형, 하천 경관 등을 훼손하게 된다. 계획을 세우고 환경성 검토를 통해 저감 방안을 수립한다고 하지만, 실제 진행되고 있는 정비사업의 현실을 보면 훼손이 심각하다.
▶송=하천 정비사업의 필요성은?
▶부=기본적으로 하천범람으로 인해서 침수피해를 받던 상습침수지역을 중심으로 정비 계획을 수립한다. 집중호우 등으로 하천에 유입되는 우수가 많아지면, 제방이 없는 곳 등이 먼저 침수된다. 2008년까지는 하상 정비 위주로 공사했던 건 사실이다. 이후 국토교통부(당시 국토건설부)에서 제방을 쌓아서 통수면적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그 방식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비가 급격하게 많이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하천이 범람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어차피 하상이 훼손돼 있기 때문에, 하상이 훼손 돼있는 상태라서 그 옆에다가 토지를 사서 확장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지 하상을 깨지는 않는다.
▶이=자연재해예방 사업이라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우리가 지적하는 부분은 공사의 타당성이 늦음에도 공사가 이뤄진다는 거다. 현재 계획된 사업 구간에 대한 재해 등 홍수피해실태 근거를 달라고 각 행정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공개된 자료가 미비하다. 즉 피해 면적이나 내용도 굉장히 부실하고 근거도 크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획은 수십억에서 수백억짜리 공사 예산이 투입이 되는 사업이 설계되고 있다. 종합계획 수립 및 심의에 대한 근거가 분명해야 하고, 해명자료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천미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홍수 피해 공사의 당위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제주 하천이 가지고 있는 하상에 울퉁불퉁한 암반들이 오히려 유속을 느리게 하면서 홍수 피해를 오히려 방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소(물웅덩이)같은 경우에도 어느 정도 담수 기능도 있는데, (공사로 인해) 이런 기능들을 없애 버리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하천정비사업에 있어서 공사 설계를 과다하게 설계하거나 필요성이 낮은 구간을 포함시키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들이 지적되고 있다.
▶송=구체적으로 천미천과 천미천 공사 계획에 대해서.
▶이=천미천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돔베오름 부근에서 발원해 구좌와 서귀포시 성산, 표선면 등 4개의 읍·면에 걸쳐 흐르는 제주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이다. 다른 하천에 비해 상류 지역 경사가 크고 중류 지역부터 하천이 평평해 곳곳에 크고작은 소들이 발달돼 경관이 수려하다. 또 멸종위기종 조류 및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 가치도 높다.
▶부=하천기본계획 가운데 천미천은 현재 총 38㎞ 중 29㎞가 수립돼 있고, 5.7㎞가 정비돼 있으며 23.3㎞가 남아 있다. 자연재해저감계획이 올해 말까지 수립되는데, 향후 정비계획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수립된 하천정비계획 목표 연도가 2025년까지이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재수립 용역에 착수한다. 그 때 환경단체의 의견 등을 반영하겠다. 공사 과정에선 기초공사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기초공사 장비가 들어가려면 하상에 장비가 들어갈 수 있게끔 평탄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바닥을 깨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흙 등을 실어다가 임시 도로를 만들고 나중에 치워내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하천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한다.
▶이=천미천 같은 경우 제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구간은 조천읍 교래리 구간과 구좌읍 송당리 구간인데, 천미천 전체 그 본류로 본다면 중류지역에 해당되는 곳이다. 문제는 여기가 하천 정비 대상이면 홍수피해가 있어야 되는데 주변이 다 숲이거나 목장지대다. 이곳에 가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농지가 있더라도 협소한 공간인데. 필지가 몇 개 있는 건데 만약 필요하다면 침수피해가 나는 농지를 좀 매입하는 정도로 해도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장을 보더라도 하천정비 대상으로서의 선정한 필요성이 낮아보인다. 특히 하천정비구역이라고 하면 침수구역이라는 뜻인데, 정비구역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타운하우스 허가가 나서 13개동 공사를 하고 있다. 상습 침수 지역인데 이러한 개발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건지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라는 거다.
▶부=피해가 크지 않다면 그걸 아마 사업을 보류 한다든지 이런 계획을 갖고 있는 걸로 얘기는 들었다.
▶송=자연친화적인 하천정비는 없을지?
▶이=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지역과 하천만의 환경적 특성이 있다. 그러면 그것에 맞춘 방식, 가급적이면 하천의 원형을 살리면서 재해예방도 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둬야 한다. 단순히 석축만 쌓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도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 미흡하다. 천변에 있는 토지들을 다 하천구역으로 편집시켜서 이곳을 완충구역으로 만든다든지 아니면 공원화 시켜서 오히려 주민들의 어떤 휴식공간으로도 활용하고 또 하천의 유역을 넓게 만들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또 경관이 좋은 곳들은 관광자원화할 수도 있다.
▶부=주민이나 관광객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충분히 검토 할 만하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상습 침수가 되면 재산도 많은 피해가 나지만 인명피해까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고민해보겠다. 또 화산활동에 의해서 이뤄진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보니 침수도 자주 발생하고 상습적으로 재산피해도 주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점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가급적이면 하천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으로 정책 자체에 대한 전환도 있었고,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서서히 하천환경과 조화가 되는 치수정책을 해 나가겠다. <제주와미래연구원·한라일보 공동기획>